최정은 관장님
먼저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2년 만에 돌아오신 만큼
감회가 더욱 새로우시죠.
네, 그렇습니다. 다시 한번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을 맡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제가 관장으로 있던 10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2011년 처음 업무를 시작하던 당시 우리 미술관은 깊이 있는 연구와 전시로 전문성은 높았지만, 시민들에게 어려운 미술관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것도 미술관과 시민들의 거리감을 좁히는 일이었죠.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 확장에 많은 노력을 했고, 덕분에 방문자 수와 만족도 부분에서 눈에 띄는 성취를 이뤄냈습니다.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국제 교류 전시와 해외 기관과 네트워크도 점차 확장해가고 있었고요.
하지만 2019년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동안 노력해오던 것들이 다 멈추게 되었죠. 3년 만에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된 지금, 우리 미술관은 새로운 미래,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상상력 넘치는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 출발에 함께하게 되어 더욱 큰 설렘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고 쓴소리도 가감 없이 들려주십시오. 소중하게 듣겠습니다.
관장님과 함께하는 미술관의
변화를 기대하게 됩니다.
ESG 경영, 스마트 미술관, 글로컬을
3대 경영 목표로 꼽으셨다고요.
네. ‘ESG 경영’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리 미술관이 전시 퀄리티가 높다는 평가를 자주 듣습니다. 그만큼 전시에 많은 공을 들인다는 의미인데요. 다만 입체 전시가 많다 보니 폐기물이 다수 발생합니다. 명과 암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죠. 그래서 전시 퀄리티는 유지하되 환경을 크게 해하지 않는 방식, 예를 들어 재사용 가능한 자재로 전시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스마트 미술관’입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비대면과 온라인 서비스가 강화되었죠. 미술관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원거리에서도 미술관 전시 또는 아카이빙 자료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온라인 서비스를 점차 확대할 예정입니다. 작품 일부를 실감콘텐츠로 경험할 수 있는 전용관 조성도 검토 중이고요.
세 번째는 ‘글로컬’입니다. 사실 우리 미술관은 오래전부터 ‘글로컬’을 준비해왔습니다. 해외 예술인 또는 유관 기관과 직접적인 교류를 확대해왔고, 이러한 미술관의 성과가 2021년 김해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하는 데도 큰 기여를 했고요. 다만 지역 예술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역을 더 단단하게 포용하고, 해외로 더 폭넓게 손잡는다’는 포부를 담아 향후 미술관은 지역 예술인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더불어 2024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교류 등 김해시가 문화예술 중심지로 성장하는 과정에도 우리 미술관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3년 후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습니다.
바라는 미술관의 모습이 있다면?
미술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아이, 어른, 전공자, 예술가. 혹은 미술관을 관광지나 산책 코스로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들이 미술관을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따라 기억하는 미술관의 모습도 달라질 텐데요. 앞으로도 다양한 시민들에게 본인이 원하는 색색의 모습으로 기억되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플랫폼으로서의 미술관’을
비전으로 말씀해주셨습니다.
키워드는 협력과 상생인 거죠?
그렇습니다. 그동안 우리 미술관이 여러 노력을 해왔음에도 여전히 섬처럼 존재하고 있다는 고민을 늘 하게 됩니다. 플랫폼으로서의 미술관은 창의적인 실험과 변화의 시도가 펼쳐지는 무한한 가능성의 장(field)을 뜻하는데요. 지역과 세계, 예술가와 시민, 공방과 기업 등 다양한 역할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미술관. 예술가와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고 제안할 수 있는 장을 열어 그들의 목소리를 포용하는 미술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시민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전시 또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알려주시겠어요?
여러 가지가 떠오르지만 우리 미술관의 올해 첫 기획전인 <안전한 지평선: 발트 현대도예전>을 먼저 권해 드리고 싶네요.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동유럽 발트 3국(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장한나 작가의 전시 <뉴 락(New Rock)>도 꼭 경험해보세요. ‘뉴 락(New Rock)’은 기후위기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돌멩이를 의미하는데요. 인간이 자연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많은 생각과 감정을 느끼게 하는 전시입니다. 하반기에는 한국 ·인도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인도 현대 도예전>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일단 한 번 와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