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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명인이 되었습니다>의 저자, 안소정을 만나다
목욕을 기록했더니 명인이 되었습니다

탕 위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뜨거운 물 한 바가지 끼얹어 피로를 씻어내기를 100번 가까이 반복하며 그녀에게 남은 것은 탕보다는 사람이었고, 뜨거운 물보다는 이야기였다. “온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결국 온천이라는 것도 사람이 모이는 자리잖아요. 사람들과 가진 만남이 여정의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해요”


직장인 안소정에서 ‘작가 안소정’이라는 이름표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어쩌다 온천 명인이 될 생각을 하셨어요?

처음에는 남들 가듯 대도시를 여행했어요. 돈을 많이 쓸수록 만족이 커지는 여행이 되면서 여행이 플러스보다는 도로 제로 혹은 마이너스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그 후로 국내든 일본이든 혼자 시골 여행을 다니면서 온천을 갔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때부터 콘셉트가 잡힌 거죠. 2017년 10월, 직장인 모두가 기억할 9박 10일 황금연휴에 벳푸로 온천여행을 갔습니다. 명인의 최종 단계인 11단을 바로 달성하기는 어려웠고, 3단부터 먼저 시작하게 됐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책까지 출간하셨어요. 계기가 있다면?

처음 떠난 벳푸 여행이 정말 좋았어요. 그전에도 일상을 소소하게 기록하는 블로그를 썼지만, 여행을 다녀오니 그 좋았던 여행을 소개하고 싶었고요. 온라인에 저 말고도 취미로 온천 정보를 올리는 블로거가 많거든요. 대부분 정보 위주의 전달을 하고 계신다면, 저는 현장에서 재밌었던 이야기를 중심으로 글을 썼습니다. 블로그 구독자분들이 책을 내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용기 내어 출판사에 투고하면서 책을내게 되었습니다.

직장인이 일본의 온천 88곳을 가면서 정리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팁이 있다면?

저는 하루에 1시간씩이라도 꼬박꼬박 앉아서 글로 정리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체력 관리를 위해 운동을 시작했어요. 수영이랑 필라테스요. 그리고 88개 온천을 어떻게 다녀왔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전부 단기 여행이었습니다. 첫 번째 여행은 황금연휴라 9박 10일 동안 30곳, 두 번째 여행은 4박 5일로 42곳, 세 번째 여행은 3박 4일로 16곳 온천을 다녀왔어요. 두 번째 여행 때는 ‘후로 마라톤’이라는 온천 마라톤에 도전해서 많이 갈 수 있었고요.

혹시 명인이 되어야겠다는 목표에 몰두한 나머지 온천 다니는 일이 업무처럼 느껴진 순간은 없었나요?

책을 계약하고 나서 데이터를 정리하다 보니까 딱 한 군데 온천 사진이 없는 거예요. 1박 2일로 주말에 급히 다녀왔죠. 그럴 땐 일처럼 느껴지긴 했어요. 그래도 이건 어디까지나 취미라, 스트레스를 푸는 삶의 활력소죠. 또 제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홍보 이벤트를 담당하고 있어요. 그래서 업무에서 배운 것들을 취미에서 활용하고, 취미에서 새롭게 알게 된 아이디어를 업무에 활용하는 식으로 시너지가 생겨서 오히려 좋더라고요.

온천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요?

벳푸의 온천 가방은 굉장히 단순해요. 때를 밀지 않으니 때수건이 없고요. 자주 씻을 때는 수건과 비누만 있으면 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카메라, 온천 스탬프를 찍는 스파포트(SPAPORT)도 있네요. 날짜와 온천별로 모으는 스탬프에 성취감도 느끼니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죠.

일하면서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해 주신다면?

최선의 방법은 그때그때 집중하는 것 같아요. 사회초년생 때는 회사에서 실수하거나 잘 안되는 게 있으면 집에 가도 계속 생각이 나잖아요. 꿈에 나올때도 있고요. 딱 잘라 분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마다 다른 문제지만, 저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의외로 걱정하던 상황이 당일이 되면 바뀌어 있거나, 좋은 방법이 생각나기도 해요.

앞으로도 계속 온천에 다니겠다고 밝히셨는데, 책 말고도 목욕 활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다른 꿈이 있으신가요?

글쎄요. 지금은 굳이 정하고 싶지 않아요. 꿈에 대한 질문은 항상 무언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 이 몸과 마음으로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데, 너무 빨리 소진하면 힘드니까요. 좋아하는 일을 하다 만나는 상황을 즐기는 거죠. 꿈을 정하지 않고 그냥 맡기고 싶어요. 물론, 세계 목욕 여행을 다녀보는 바람 정도는 있죠. 유럽의 스파 문화라든지 또 다른 목욕에 대해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가볼 예정입니다.

작성일. 2019. 0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