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불편함은 없다
31년 차 IT 엔지니어이자 한 기업의 대표이사로 우뚝 선 조 대표에게도 처음은 있었다. “IT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또래 친구들처럼 회사에 취업했습니다. 전공을 살려 IT 기업에 재직하면서 우리나라의 IT 발전사를 몸소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지금은 주민 등록 등본을 인터넷으로 간단히 발급받을 수 있지만, 1990년대에는 무조건 관공서를 방문해야 했어요. 간단한 증명서 발급을 위해서 줄 서서 한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불편했지만, 당시에는 너무 당연한 일상이었습니다. 별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모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불편함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조 대표. 상상 속의 세상을 현실화하려는 청년의 꿈은 우리의 보편적인 삶이 되었다. “25년간 IT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재직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익혀 우리의 삶에 적용하는 일을 진행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어느덧 6년 차에 접어든 저희 (주)컴윌을 볼 때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우연히 연결된 인연
우리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택배를 보내는 것과 같다. (주)컴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를 보내는 전령이다. “택배를 부치기 위해 우체국에 방문하는 것처럼 원하는 정보를 보내고 받기 위해서는 서버가 필요하고 링크를 통해 정보가 이동합니다. 우리 회사는 관공서에 보안, 네트워크, 무선 인프라를 설계하고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요. 배송 중인 정보를 해커가 훔쳐 가지 못하게 지키고 엉뚱한 곳에 정보가 배송되지 않도록 오류를 확인하는 것이지요. 다양한 기관의 IT 솔루션을 제공 중인데, (재)김해문화재단(이하 재단)과의 인연도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주)컴윌은 재단의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지난 2년간 조 대표는 재단을 찾을 때마다 줄어드는 문화 행사를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분야가 다른 산업군은 실상을 알기 어렵습니다. 재단이 저희 IT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문화계와 예술인의 어려움을 지금도 자세히 몰랐을 거예요. IT가 연결해 준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
정보와 사람을 연결하던 조 대표는 정보 너머의 본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예술 동행’ 후원자가 되기로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제가 꿈꾸는 세상은 단순히 물리적인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세상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 지역과 사람의 연결이 튼튼한 세상이었으면 해요.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와 정보가 지역으로 분산 되어야 합니다. 복합적인 방법이 필요하지만, 특히 지역 문화 활성화는 수도권에 집중된 시선을 옮기는 것에 큰 역할을 합니다. 지역 문화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 예술인이 살아야 해요. 제가 하는 후원이 지역 예술인의 생계를 돕는 일이지만, 크게 보면 지역 전체를 살리는 일입니다. 지역 문화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줄 어린이, 청소년 예술 교육 지원부터 지역 문화 구축까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기부의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