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문화의전당 인근을 거닐면 코끝으로 맛있는 빵 냄새가 풍겨오는 곳이 있다. 발길을 이끄는 빵 냄새, 그 시작점에는 ‘김덕규 베이커리’가 우뚝 서 있다. 입구에서부터 금빛 글씨로 쓰인 ‘大韓民國 名匠(대한민국 명장) 김덕규’ 명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과제빵 분야로는 대한민국에 단 열네 명, 김해에서 유일한 제과제빵의 최고 권위자 김덕규 명장을 만났다. 오직 가족과 빵만 사랑하는 그의 ‘제빵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과제빵 인생의 시작 열일곱, 그 때를 돌아보다
통영 출생의 김덕규 명장이 제빵과의 연을 맺은 때는 41년 전, 17살이 되던 해다. 먹고살기도 어렵던 시절, 제빵을 배우면 굶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통영 칠성제과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김명장의 제빵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다음 해 마산으로 스카우트되어 타지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27살이 될 때까지 책임자로서 마산, 창원 등 많은 베이커리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28살이 되던 해 그는 결혼을 하고 창원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려 했으나 친구의 권유로 김해에 터를 잡고 베이커리를 운영하게 됐다. 그 가게가 김해에서의 첫 가게, 부원동 베이커리 ‘그린하우스’였다. “처음에는 장사가 안 돼서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IMF 시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직접 스티커를 들고 다니며 홍보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팥빙수 배달을 하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죠.” 그의 노력은 점차 빛을 발하기 시작했지만 이내 곧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이했다. 더 큰 성장을 위해 부원동에서 삼정동으로 이전했으나 바로 도로 맞은편 대기업 베이커리가 들어서 IMF와 더불어 엎친 데 덮친 격의 위협을 맞은 것이다. 당시 김 명장은 굴하지 않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당시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의해 많은 개인 베이커리점이 문닫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이에 질 수 없다는 투지가 끓어 올랐고 ‘어디 한 번 해보자’ 라는 심정으로 지인들과 같이 상대를 분석하고 기회 요인을 찾아냈지요. 그래서 더 투자했고, 작업장을 확장해 빵 종류의 다양화를 꾀했습니다.” 그 결과, 위기는 기회가 되어 매출의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포기를 모르는 도전은 아내와 빵을 향한 사랑 덕분
그는 2019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과제빵 명장이 되기까지의 과거를 추억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명장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요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세계 대회 성적, 봉사 활동, 저술 활동, 문화 상품 개발 등등 정말 숱하게 도전했던 다양한 이력들이 점수화되어 명장으로 선정됩니다. 당장 하고 싶다고 얻을 수 있는 자격이 아닌 것이지요.” 그는 명장이 되기까지의 수많은 과정을 아내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내 없이는 지금의 저는 절대 있을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롯이 빵만 바라보고 달려올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만들어 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경영적인 측면에서 정말 탄탄하게 뒷받침해 주고, 끌어 주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라 아내인 동시에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리는 동반자이자 파트너입니다. 아내를 만난 순간이 인생의 가장 큰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웃음)”
상생을 택해 지역 사랑을 실천하다
김 명장이 묵묵히 걸어온 제과제빵의 길에는 각종 TV 출연과 저술 활동 그리고 김해의 대표적인 베이커리로서 많은 영광을 안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밝은 빛 뒤에는 빛만큼의 그림자도 뒤따르는 법.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현재 진행 중이다. “김해에서 제과업을 하시는 분들 가운데 지역 상생을 위한 질서유지에 대한 감사를 표현해 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30여 년 전 부원동의 그린하우스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희 베이커리를 사랑해 주시는 김해 시민분들께도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반대로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의 억측과 모함으로 괴로울 때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유명세’를 치르는 것이라 생각하고 넘겼는데, 가족과 관련된 헛소문들이 점점 도를 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상처 입는 모습을 보니 정말 괴롭고 가슴이 아픕니다.”
그런데도 김 명장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전진한다. 그 이유는 빵에 대한 열정은 물론, 가족을 향한 사랑, 나아가 지역 상생에 대한 책임감이다. “쉽게 포기할 일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때일수록 더욱 단단히 마음먹고 ‘할 일’에 집중하려 합니다. 자녀들 또한, 제 길을 이어 걸으려 하니 더 좋은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오는 5월부터 김덕규 베이커리 건물의 5층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성공한 만큼 지역민들께도 이 사랑을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센터 역할을 하는 학원을 만들어 체험하고 싶은 장애인, 아이들의 실습 겸 교육 공간을 마련할 것입니다.” 김 명장은 제과제빵 철학으로 ‘느리지만 정직한 빵’을 고집한다. 그의 굽은 왼쪽 손의 소지와 양팔 곳곳의 치료 흔적에서 그의 철학이 온 몸에 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그는, 느리지만 정직한 걸음으로 베이커리의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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