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그림책, 〈안녕 나의 엄마〉. 책을 사랑하는 딸이 어른이 되어 다시 자신의 딸을 위한 책을 쓰게 되었다. 모두가 ‘책을 읽고, 삶을 살고, 책을 쓰는’ 세상을 꿈꾸는 박선아 달빛책방 대표를 소개한다.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책
햇빛이 눈부신 어느 여름날에 찾아간 달빛책방. 여느 카페 못지않게 예쁜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선아 대표의 밝고 기운 넘치는 에너지는 그런 책방의 분위기를 한층 더 활기차게 만들었다. 보통 책방하면 사방으로 책이 빽빽이 꽂힌 벽면과 가판대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하얗고 커다란 책꽂이의 칸은 ‘거리두기’를 하듯 넉넉해 보였다. 왠지 모르게 그 넉넉한 공간들이 쉼표 같았다. 쉼표 사이 간간이 놓인 책에 시선이 집중되고, 앞표지가 보이게 놓인 책은 ‘읽는 ’이라기보다는 ‘보는 것’으로 다가왔다. 책을 안 읽는 사람도 책을 읽을 수 있게 하려는 박선아 대표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리라. 남동생이 책을 안 읽는다고 말하는 그는 남동생도 읽을 수 있는 책을 쓰려고 했다. 한 문장이 한 줄을 안 넘어가고, 웹툰처럼 그림이 많이 들어가서 누구라도 쉽고 재밌게 볼 수 있다. 평소 책을 멀리하던 사람도 그렇게 한 권을 읽고 나면 ‘책 한 권 뗐다’라는 성취감이 생긴다. 〈안녕 나의 엄마〉 역시 그런 진심을 담아서 만들어졌다. “저희 책방 스태프 중에 책을 안 읽으시는 남자분이 계신데, 그분한테 읽혀보고 ‘여기서부터 안 읽혀요.’ 라던가, 읽다가 중간에 덮어버리는 부분에서 다 (글을) 잘랐어요. 그렇게 모두 다 읽을 수 있게요.”
딸을 위한 첫 번째 유산
〈안녕 나의 엄마〉는 그와 그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쓴 작품이라고 한다. 평소에 엄마가 자주 해주셨던 이야기들, 그리고 그가 자주했던 질문들과 듣고 싶었던 말들을 적었다. 독자들도 “안녕 나의 엄마”라고 엄마를 부르고 질문하고 대답할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책 속 엄마와 그의 대화는 곧 그와 그의 딸의 대화이기도 하다. 엄마가 해주신 말을 이제 엄마가 된 자신이 5살인 딸에게 해주는 것이다. 이 책은 딸을 위해 유산으로 남기는 이야기, 줄여서 ‘유남이’의 첫 번째 이야기다.
“엄마, 내가 엄마가 되고 나니까 엄마에게 못했던 말들이 너무 많이생각나.” “엄마는 네가 가장 원하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 책은 누구나 마음에 담아두고 하지 못한 말들을 엄마와 딸의 짧지만 가슴 따뜻한 대화로 풀어간다. 또한, 글뿐만 아니라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그림도 돋보인다. 박선아 대표에 따르면 삽화를 그리고 싶지만 확신이 없어 망설이고 있던 김재환 작가에게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하여 그가 삽화를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책의 글과 그림 모두 진심이 녹아있는 것이 이유다.
독서에도 순서가 있다
그는 책방 책꽂이 한가운데 칸에 놓여있는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한다. 오랜 기간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이 책은 유명 유튜버 ‘밀라논나’의 추천으로 최근 다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으려면 내용이 어렵고 두꺼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럴 때 그는 먼저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그림책을 추천했다. 그 다음에 워크북과 같은 〈자기 사랑 노트〉로 조금 더 깊은 내용을 다루고, 그 이후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를 읽으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뷔페나 레스토랑에 가면 애피타이저부터 먹고 속을 달랜 다음에 메인 요리를 먹잖아요. 왜 책은 그런 순서가 없을까요? 저는 그런 순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순서를 잘 말해주는 것이 책방의 역할이라 생각해요.”이 밖에도 달빛책방에서는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주제의 책을 추천하는 ‘책처방상담’ 프로그램과 치유, 성장, 창작 세 가지의 주제에 따른 무료 독서 모임 등이 있다. 박선아 대표는 달빛책방을 통해 ‘책 읽는 도시’인 김해가 ‘책 쓰는 도시’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내 비쳤다. 책을 읽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책으로 쓸 수도 있다. 이렇게 김해의 모두가 ‘책을 읽고, 삶을 살고, 책을 쓰는’, 금처럼 좋은 책이 많은 금바다(金海)가 되었으면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