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필자가 입사할 당시 김해문화재단은 사업장 단위의 독립채산제형 조직구조로서, 소위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독립채산제란, 기업 내 경영단위가 자기의 수지(收支)에 의해 단독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2005년 재단 창립 이래로 10여 년간 이어져 오던 조직구조였다. 각자도생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하나의 조직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인원구성, 사업방식, 업무스타일과 조직문화 등이 달라 각자의 목소리로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이후 재단은 지속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조직규모를 키워가는 과정에서 기존 독립채산제형 조직구조의 비효율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경영합리화 조직진단을 통해 통합 기능식 구조로의 대규모 조직개편을 추진하였고, 2019년 1월 1일부로 경영기획본부, 문화예술본부, 관광사업본부 등 현재의 본 부제가 시행되었다. 이러한 물리적인 통합과 더불어,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직의 화학적 통합을 추진하였다. 조직의 화학적 통합이란 조직의 여러 요소를 서로 조화롭게 융합하는, 소위 ‘케미’를 높이는 일이었다. 기관의 경영책임자인 대표이사를 위촉하여 1인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지속적인 소통·교류의 장을 정례화하고 서로 조율하면서 손발을 맞춰갔다.
재단 화학적 통합의 대표적인 노력으로는, 재단 창립 15주년을 맞이하여 수립한 ‘비전 2030’을 꼽을 수 있다. 먼저 내부 직원들을 선발하여 ‘비전 혁신단’을 구성하였고, 재단 내·외부 환경과 주요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분석하고 비전 의제 도출 등 비전 2030 수립의 제반 사항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내부공청회’를 개최하여 재단 임직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비전 가치체계에 담았다. 또한, 재단 임직원 내재화를 위한 비전 선포식을 기획하면서 재단 공연팀과 무대팀 등 문화예술기관으로서 보유한 내부자원을 활용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재단의 비전 가치체계 수립 과정에 재단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소통·교류함으로써, ‘문화와 예술로 김해의 일상을 풍요롭게’라는 하나 된 목표 아래 단위조직의 전략을 융합하고 재단의 미래 청사진을 함께 그려보며 자연스럽게 같은 빛깔을 띠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화학적 통합의 노력 이후, 재단은 많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경상남도·가야문화권·역사전통형 최초의 법정 문화도시에 선정되었고, 지역문화 진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유공 장관 표창’을 수상하였으며,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인 클레이아크 김해는 경남에서 유일하게 한국관광공사 주관 코리아 유니크베뉴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하나가 되어 달성한 많은 성과는 다시 재단 구성원들을 강한 자부심과 소속감으로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오랫동안 굳어진 각자도생의 문화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단은 지속적인 화학적 통합의 노력을 통해 진정한 하나의 조직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 더 나아가 코로나19의 위기 상황 속 어려움을 겪는 많은 시민을 치유하는, ‘김해문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