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가생활을 반영하는 키워드 중 두 가지를 꼽자면 바로 캠핑과 굿즈 문화다. 이 둘은 근래 필자가 빠져있는 취미생활이기도 한데 코로나 시대의 구원투수 같은 존재들이다. 이제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비대면 시대를 살면서 그나마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자신의 취향을 맘껏 즐길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준다. 이 둘을 향유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뿐만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도 함께 들어간다. 하지만 일상의 지루함을 벗어날 수 있는 특별한 감성을 자극하고 힐링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기에 기꺼이 그 수고로움을 견딜 수 있다.
마음을 힐링시키는 감성캠핑
사실 말이 좋아 감성캠핑이지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캠핑장 예약은 몇 달 전부터 치러야하는 보이지 않는 경쟁자와 벌이는 눈치게임, 사이버 전쟁과도 같다. 캠핑장에 도착하고 나서는 세팅부터 철수까지 모든 시작과 끝을 하나하나 본인 손으로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특히 한여름의 더위 속에서 텐트를 설치하다 보면 비 오듯 땀이 흐르고, 불 앞에서 고기라도 구우려면 그 열기에 머리가 아찔해진다. 겨울 추위는 말해 무엇 할까. 또 이용 종료시간인 오전 11시까지 철수하려면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챙겨먹고 펼쳐놨던 짐을 부지런히 정리해야만 한다. 그런데 왜 캠핑하는 사람들은 이런 번거로움을 기꺼이 자처하는 것일까. 이유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에게는 무심히 지나치던 자연을 가까이서 보고 느끼며 바쁘게 살던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 것. 고요하게 앉아 천천히 음식과 차를 음미하고 잡생각 없이 불멍에 집중하며 멈춰진 듯한 순간을 오롯이 느끼는 것. 초록으로 둘러싸인 자연에서 삶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을 진정시키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 오로지 그 치유의 순간을 갖기 위해서 귀찮고 번거롭고 품이 많이 드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취향을 한껏 반영한 각양각색의 감성템으로 텐트를 꾸며놓고 미감을 즐기는 것도 캠핑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가치를 소비하는 한정판 굿즈
굿즈는 또 어떤가? 요즘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 파워 강화와 마케팅 수단으로 굿즈를 제작하여 판매하는데, 사람들의 취향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디자인의 한정판 굿즈는 ‘한정’이라는 마력의 단어를 두르고 시각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강력한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인지 한정판 굿즈는 필자같이 늦잠을 즐기는 사람도 새벽같이 일어나 매장 앞에 줄을 서게 만들고, 구매에 실패한 사람은 순례자처럼 매장을 지점별로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러한 스피드 싸움은 온라인에서 더 치열하다. 필자 같은 거북이 손도 이때만큼은 번개보다 빠른 스피드를 장착해야 한다. 물론 늘 실패하기 일쑤다. 재작년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서 내놓은 ‘고려청자 굿즈’는 예스러우면서도 세련됐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주문자가 폭주, 홈페이지가 일시 지연되는 상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굿즈에 이렇게나 열광하는 이유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실용성뿐만이 아니라 굿즈가 지닌 무형의 가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타벅스와 같은 브랜드 굿즈, 아이돌 굿즈, 미술·박물관의 문화 굿즈 등 모두 다양한 목적과 취향을 반영한 것이지만, 거기에 한정판 굿즈는 희소성의 가치를 소비하는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필자는 특정 브랜드의 한정판 굿즈를 하나씩 모으다보니 어느 정도 물건들이 쌓여 선반에 나열해놓았는데, 전시 기획자가 된 마냥 작품처럼 진열해놓고 보는 취미가 또 하나 생긴듯하다. 굿즈 제작자들의 기획의도와 노고를 짐작해 보면서 말이다.
캠핑과 굿즈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 속에서 발생되는 우울감 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문화향유 방식이다. 특히 모든 것이 커스터마이징되는 시대에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어 더욱 각광받고 있는 것 같다. 김해문화재단은 크고 작은 다양한 사업들을 끊임없이 펼치고 있다. 여기에 개인의 취향과 감성을 덧입혀 코로나 시대를 사는 문화적 목마름에 시달리는 김해시민들에게 문화적 우물 역할을 할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