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사업’(이하, 전문인력 양성사업) 과정이 시작됐다. 문화 관련 전문활동을 희망하는 전국 각지 도민이 지원하였으며, 그중 40명이 교육생으로 선정되어 7개월간의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교육 마무리 단계에서는 기획안 발표를 통해 우수교육생 시상식이 진행되었고, 김해문화재단의 교육생 고지현 씨는 최고상인 ‘문체부 장관상’을, 송윤경 씨는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였다.앞으로 ‘문화리더’로서 지역의 문화진흥을 이끌 두 사람을 만났다.
현재 하고 계신 일과 전문인력 양성사업 과정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지현 지역의 시민활동가입니다.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지금은 공익적인 일이 어떤 건지 배워가고 있어요. 중학교에서 특수교육자원 봉사자로도 활동하고 있고요. 저는 부산에서 살다가 2016년에 진영으로 이사를 왔거든요. 진영에 와보니 부산과는 다르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문화소외지역이 여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여기서 살아야 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지역문화진흥원의 생활문화공동체(문화공간조성사업)를 알게 됐고, 그 사업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사업 과정을 수료해야 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송윤경 찾아가는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숨 컴퍼니’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 무용가에요. 영국의 무용단에서 9년 동안 활동했고, 2010년도에 우연치 않게 어르신들,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 치매환자분들과 춤극을 하게 됐어요. 제가 기계적인 춤꾼으로 느껴져 많이 지쳐있을 때였는데, 춤극을 통해서 의미 있는 움직임을 찾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내면에 집중하게 되면서 무용치료학을 공부하고, 숨 컴퍼니를 만들었습니다. 2018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귀국하였는데, 숨 컴퍼니를 한국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알게 됐고 다시 배우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전문인력 양성사업 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송윤경 저는 강의를 하나도 빠짐없이 다 들었어요. 너무 재미있었고, 강의해주시는 분들의 말씀에서 배울 점이 정말 많았어요. 특히, 6명의 교육생과 멘토 선생님이 함께한 그룹 멘토링 3시간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기획서 작성 같은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손상희 선생님 지도하에 서로 다른 분야의 교육생들이 열정적으로 조언을 주고받았던 시간이 정말 큰 도움이 됐고, 힘이 됐어요. 덕분에 기획안 발표도 잘할 수 있었고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관점의 조언을 받으며 문화예술은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고지현 저도 선생님들을 보며 많은 걸 배웠어요. 진영이 문화소외지역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상황에서 ‘여기는 아무 것도 없어’ 하고 투덜거리기만 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선생님들은 지역에 주어진 혜택을 어떻게 하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 알려주셨어요. 조례 안을 통해 그런 것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지역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어요. 또, 우리 6기 교육생들의 멘토링도 정말 좋았어요. 동기 교육생 덕분에 지역의 이야기나 관련 책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알게 됐거든요. 또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다 보니 이름도 알지 못했던 교육생에게서 영상을 휴대폰으로 제작할 수 있는 팁도 얻을 수 있었어요. 동기라는 이유만으로요.
이번에 수상한 기획서는 어떤 내용이고, 어떤 계기로 작성되었나요
고지현 ‘문화탐정단’이라고 아이들 위주로 팀을 꾸려 지역의 이야기를 알아가는 기획이었어요.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신청하고 기다리는 동안 ‘마을 이야기 수다잔치’(마을 공동체 프로그램)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바탕이 되었어요. 당시 30~40년 이상 진영에서 사신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분들의 소싯적 이야기 속에 담긴 지역의 역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아이들도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문화탐정단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함께 어르신들 인터뷰도 다시 하고, 이야기가 맞는지 근거를 찾으러 다녔어요. 지역 전시관이나 역사관도 방문했고요. 그렇게 진영이라는 지역에 대해 아이들이 찾아낸 결과물을 책으로 만들었어요.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친해지는 계기와 더불어 아이들이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어요.
송윤경 저는 ‘니나네나 아트클럽’라는 기획으로 마산의 사회적 주택에 거주하시는 7명의 어르신들과 함께 작업했어요. 시작은 ‘개인 앨범’ 제작이었어요. 저희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어르신들은 사진을 봉지나 박스에 넣어 두세요. 어르신들과 앨범을 정리하다 보니 아주 옛날 사진만 갖고 계셨어요. 이유를 여쭤봤더니 사진기가 없으셨대요. 스마트폰도 없으시고요. 그래서 일회용 카메라를 나눠드렸고, 어르신들은 서로 사진사가 되고 모델이 되어 사진을 남기셨어요. 그리고 제가 춤이 전공이다 보니 건강즉흥춤도 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어르신들의 끼와 재능을 발견했어요. 이 모든걸 보여줄 수 있는 걸 생각하다 ‘런웨이’(패션쇼)와 사진 전시까지 열게 되었어요. 이후에 어르신들이 ‘이게 뭣인데’, ‘나도 같이 하고 싶다’라고 하시며 문화예술 활동에 점점 더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전문인력 양성사업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 말씀 부탁드립니다
송윤경 이 사업을 통해 양성된 전문인력이 지역문화 균형발전에 기여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 특성에 맞는 문화예술을 발전시킬 수 있어요. 제가 마산에 살고 있고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기획을 할 수 있었거든요. 이번에 만난 분들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아직 문화예술을 접하지 못하고 계세요. 저는 그런 분들이 문화예술을 즐기실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닐 예정입니다. 이제는 예술인들이 사람들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니나네나 아트클럽’은 숨 컴퍼니의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됐어요. 3개월 마다 다른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고지현 저는 처음에 이 사업이 문화예술계에 있는 분들이 배워서 활용하는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처럼 문화와 동떨어진 사람도 같이 공부하면서 예술가들과 화합할 수 있고, 공동체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또한 먹고 사는 문제만큼 정서적인 위안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문인력들이 사람과 문화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어르신들과 아이들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서 재미있게 놀 생각이예요. 지역 나눔터 같은 공간도 만들 예정이고요. 기회가 된다면 문화탐정단 탐방코스를 활용해 관광코스도 만들어 보려고 해요. 문화공간조성사업도 신청할 거고요. 이렇게 지역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활용할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2020년은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던 만큼 두 사람 역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전문인력 양성사업이 희망과 큰 기쁨이 되었다. 자신을 위해서 또, 주변의 누군가를 위해서 시작한 활동이 수상까지 이어져 더욱 뜻깊은 시간으로 남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화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두 문화리더의 행보가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사업 지역의 문화진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문인력 및 전문기관을 지정·지원하는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문화진흥원이 총괄주관하고 (재)경남문화예술진흥원, (재)김해문화재단이 공동주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