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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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5년의 인연, 그리고 다시 5년
만장대

2021년 1월 7일. 김해가 지역문화진흥법에 명시된 ‘문화도시’로 공식적으로 지정된 날이다. 실패의 경험을 안고 있던 터라 와신상담하며 보냈던 1년. 지정이 공식화되는 날의 감정은 표현하기 어렵다. 주마등처럼 지나갔던 인고의 시간과 탈락한 도시들이 겪을 상처가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5년 전 문화도시 예비사업으로 설계된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을 처음 만났던 순간, 이 사업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가 얼마나 소중하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재단에서 근무하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업이었고 5년이라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였다. 2017년 김해시에 남아있던 예산 1,000만 원을 설득해 가져왔고 사업을 설계했다. 문화도시 지정 못지않게 높은 경쟁을 이겨내고 사업에 선정되었지만, 경남도에서 예산을 배정해 주지 않아 다시 1년을 준비했다. 다행히 재지정이 되었고 2018년부터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도 순탄하진 않았다.

시민과 한마음이 되어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을 진행했고 서서히 문화도시의 기반을 만들어나갔다. 도시를 담론으로 다양한 포럼을 열었고, 시민이 기획하는 축제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김해는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 1년 차에 ‘문화도시 예비도시’로 지정된 것이다. 전국 지자체 중에서 매우 빠른 진도였다. 하지만 2년 차에 충실하게 예비사업을 진행했지만 문화도시로 지정된 7개 도시에 들지 못하고 대구, 남원과 함께 고배를 마셨다. 예비도시 선정과정에서 부천 다음으로 우수한 순위로 선정이 되었기에 탈락의 아픔은 더욱 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픔이 김해를 성장하게 했고 문화도시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한 시민연구원이 말했던 ‘의미 있는 실패’가 되기 위해 절치부심으로 1년을 보냈다. 수없이 많은 컨설팅을 받았고 타 도시 사업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김해시 행정을 연구했고 시민을 조직화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사업에 대한 안목을 높여나갔고 문화도시 사업이 지향하는 방향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도시를 문화적으로 경영하고 과거의 역사를 현재화하고 미래의 가치를 담는 사업들을 설계했다. 관광과 서비스로 함몰되었던 기존의 역사도시와 차별화하였다. 예를 들어 김해의 전통적인 테크놀로지인 분청도자를 계승한 ‘리빙테크’, 유물발굴 현장을 디지털로 재현한 ‘도시가 박물관’, 무형의 도시자원으로 유형의 콘텐츠를 만드는 ‘콘텐츠 크루’와 같은 사업들은 역사에 대한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어서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시민조직 ‘도시문화실험실’은 어느 도시에도 없는 새로운 형태의 시민 거버넌스였다. 이러한 성취는 문화도시센터가 완전히 자율적인 조직으로 변화했기에 가능했으며, 시민과 센터직원들이 하나가 되어 이룰 수 있었다.

김해 문화도시 슬로건은 “오래된 미래를 꿈꾸는 역사문화도시 김해”다. 여러 이견이 있었지만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오래된 미래’는 헬레나 호지(Helena Norberg Hodge, 1946~ )가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에서 16년 동안 목격했던 현실을 담은 책이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변화하는 라다크를 보며 써 내려 간 그녀의 글은 공동체성의 복원과 생태적인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김해 역시 산업 중심의 도시 패러다임 속에서 급속한 성장을 이룬 도시다. 김해의 문화도시 사업은 김해가 가지고 있었던 역사와 전통의 가치를 현재화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오래된 역사의 가치인 ‘공존’과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작성일. 2021. 0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