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미래유산 프로젝트 뚜르드 가야 <장유가도>콘텐츠 크루’ 사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도시 미래유산 프로젝트 뚜르드 가야 <장유가도> 콘텐츠 크루는 (재)김해문화재단 김해문화도시센터의 주관으로 진행하는 로컬 콘텐츠 프로젝트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장유가도의 장소적 의미를 찾고, 콘텐츠 크루를 발굴하여 지역 중심형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한다.
(재)김해문화재단 김해문화도시센터는 본 사업을 위해 지난 8월 25일(화)부터 9월 9일(수)까지 약 2주간 콘텐츠 크루들을 모집했다. 그중 PT 심사를 통해 4개 팀(포그보우, 김해 브루어리, 트래블리, 봄스테이 갤러리)을 선정했다. 4개 팀에는 전문가 컨설팅과 콘텐츠를 실행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이 제공됐다. 4개 팀은 지난 9월부터 각자의 콘텐츠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며, 이번 달 결과 공유회를 앞두고 있다.
사업을 갈무리하는 지금, 김해 시민들의 기대를 모으는 것은 단연 콘텐츠 크루 4개 팀이 개발한 콘텐츠다. 문구 용품, 라이프 스타일 등의 굿즈, 수제 맥주, 여행 콘텐츠, 디자인 제품 등 장유가도를 주제로 한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가 곧 탄생한다. 이 중 김해를 대표하는 수제 맥주를 만들기 위해 결성된 ‘김해 브루어리’ 팀을 만났다. 이들의 주방은 결과 공유회를 앞두고 최근 쉴 틈이 없다.
로컬 수제 맥주의 시대
독일이나 체코와 같은 나라를 가면 동네 맥주 양조장을 흔히 볼 수 있다. 밤베르크의 슈렝케를라, 쾰른의 가펠, 하이델베르크의 베터 등은 단순한 맥주 양조장이 아닌 그 지역 공동체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이제 동네 맥주 양조장은 맥주의 맛을 뛰어넘어 무형의 가치를 품는다.
우리나라에서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생긴 건 2002년 이후다. 당시 소규모 맥주 양조장을 위한 주세법 개정이 이루어졌는데, 양조된 맥주와 음식을 같이 즐길 수 있는 브루펍(Brewpub)이 합법화되어 도심 속 맥주 양조장을 대표하게 되었다. 기성품과는 다른 독특한 맛과 패키지로 인기를 끌게 된 수제 맥주는 2016년 기준 200억 원대 시장 규모를 기록했으며 현재까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수제 맥주 붐을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 바로 로컬(지역) 맥주의 폭발적 증가다. 트렌드에 발맞춰 로컬의 맛과 색을 담은 여러 수제 맥주가 등장하고 있다. 수제 맥주가 로컬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맥주를 김해의 자부심으로…
신예 로컬 크리에이터 ‘김해 브루어리’
김해에도 로컬 브루어리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 이번 도시 미래유산 프로젝트 뚜르드 가야<장유가도> 콘텐츠 크루에 참여한 ‘김해 브루어리’ 팀이다. 선술집을 운영하는 사장과 직원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김해 브루어리 팀은 ‘한국의 수제 양조장 100여 곳, 부산·경남 지역 14곳… 그런데 왜 김해에는 브루어리가 없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맥주와 김해에 대한 애정이 포만함은 당연하다.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를 취득하고, 수제 맥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한 작업이다. 김해 브루어리 팀이 본격적 인터뷰가 있기 전 “저희는 아직 공부하는 단계입니다. 김해의 대표 브루어리 팀이라기보다 아직 공부하고 연구 중인 팀으로 소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을 건넨 이유다. ‘간절하다’는 마음을 앞세워 서두르기보다는 멀리서부터 차근차근 꿈을 키워 가고 있는 두 청년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들어 보기로 했다.
한 분씩 김해 브루어리 팀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심영주 김해 로컬 브루어리를 꿈꾸는 ‘김해 브루어리’의 심영주 대표입니다. 현재 김해에서 건어물 선술집 ‘건어물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해에서 태어나 고등학생 때까지 쭉 거주했습니다. 성인이 된 후로는 서울에서 생활했지만 6년 전 다시 김해에 터를 잡고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고향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김하빈 저희 팀은 건어물 연구소의 심영주 대표와 알바생인 저(김하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 출생지는 부산이지만, 현재 인제대학교 음악학과에 재학하며 김해에서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김해 브루어리라는 팀명은 말 그대로 ‘김해의 특색을 담은 맥주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지어졌습니다. 간단명료하지만 저희의 포부가 확실히 담겨 있습니다.
‘도시 미래유산 프로젝트 뚜르드 가야 <장유가도> 콘텐츠 크루’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심영주 김해에는 다양한 수제 맥주를 즐길 만한 곳이 없습니다. 전국에는 100여 곳이 넘는 수제 맥주 양조장이 있는데, 김해에는 아직 없습니다. ‘우리가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수제 맥주에 대해 알아볼수록 이 과정에 어려움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를 취득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뿐더러 교육 이수 시간도 상당히 길었습니다.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시음을 부탁하고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위법 행위라 난감했습니다. 고민하던 찰나 본 사업을 알게 됐고, 수제 맥주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김하빈 김해 브루어리 팀은 술집을 운영하는 사장님과 맥주를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는 저. 수제 맥주에 대한 뜻이 너무나도 잘 맞아 팀으로 결성됐습니다. 팀이 짜인 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분명한 목표를 정하지 못할 때 이번 사업을 만났습니다. 사업 공모 신청서를 작성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처음보다 더 뚜렷해졌습니다. 사업에 함께하게 되어 다행이고 영광입니다.
심영주 “맥주는 새로운 설렘을 안겨 줍니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 김하빈 “맥주의 톡 쏘는 시원함에 매료됐습니다. 저희 팀에게 맥주란 삶 그 자체입니다.”
본 사업에서 김해 브루어리 팀의 활동 내용이 궁금합니다
심영주 제일 처음, 부산에서 브루어리를 운영 중인 와일드웨이브에서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맥주의 유래, 종류, 제조법 등에 대해 배웠고 맥주를 시음하는 방법도 체득했습니다. 이후 재방문해 창업과 회사 운영 관련 정보, 수제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개인적인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습니다. 또 부산의 수제 맥주 공방인 크래프트브루어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보며 그 과정을 알아갔습니다. 공방에서 사 온 양조 도구로 꾸준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김하빈 가게에서 틈틈이 수제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지금처럼 배우고 시도하면서 맥주 만드는 작업을 해 나갈 것입니다. 이번 사업을 통해서 수제 맥주의 시음 행사를 열 예정입니다. 저희처럼 수제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불러 모아 다 같이 즐기고 싶습니다.
김해 브루어리 팀의 지향점을 들려주신다면?
심영주 우선 이 사업을 시작으로 수제 맥주 공방을 차릴 정도의 실력을 갖출 계획입니다. 물론 이론적인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고 계속 실험하며 기반을 탄탄히 마련할 겁니다. 최종적으로는 대중적인 수제 맥주를 다양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향후 브루어리 혹은 브루펍을 차리는 게 목표입니다.
김하빈 김해 특산물을 이용한 수제 맥주를 만들어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어떤 목적이 있다고 새기기보다 맥주를 만들어 보면서 목표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서 맥주를 매개체로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도시 미래유산 프로젝트 뚜르드 가야 <장유가도> 콘텐츠 크루 사업에 대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심영주 콘텐츠 크루 프로젝트는 반복되는 일상에 새로운 생각과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수제 맥주에 대해 막막함을 갖고 있을 때 편협한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이번 사업 덕분에 시야를 넓히게 됐습니다. 오래전부터 ‘맥주를 만들고 싶다’라고 생각만 하던 것을 현실로 만들어 준 셈이죠. 육아와 본업 때문에 잠을 줄여야 함에도 배우는 기쁨을 느끼는 요즘이 정말 행복합니다.
김하빈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고, 체험도 해볼 수 있어서 유익합니다. 결과물이 하나둘씩 생겨 날 때마다 성취감도 큽니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장유가도의 매력은 단순한 지역 발전이 아닌 지역 미래유산이라는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지나가는 것이 아닌 꾸준히 지속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좋은 기운이 저희에게 잘 전달되었습니다. 이번 사업처럼 여러 팀과 도시가 함께 상생할 좋은 기회가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