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찬란 황동(Brass)으로 뒤덮인 몸체, 원뿔형 관에 끝이 나팔 모양으로 벌어진 모양새, 풍부한 음량과 아름답고 부드러운 음색을 자랑하는 악기. 바로 색소폰이다. 흔히 색소폰 연주를 접할 수 있는 곳은 군악대, 교향곡 관현악단, 재즈 밴드 등의 무대인데 ‘챌린저 시니어 밴드’가 그 경계를 허물고 있다. 평균 연령 72세. 김해동부노인종합복지회관 소속의 챌린저 시니어 밴드는 지역 사회에 봉사와 재능 기부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단원 중 막내(67세)이자 챌린저 시니어 밴드를 이끌어 나가는 정경호 회장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전하는 ‘챌린저 시니어 밴드’ 색소폰으로 새 인생 열다
챌린저 시니어 밴드는 2018년 창단했다. 그 이름에 걸맞게 나이는 잊고 도전 의지를 불태우는 김해 거주 65세 이상의 여성 시니어들이 모였다.(대표자인 정경호 회장만 남성이다.) 이들은 정경호 회장을 필두로 주변의 소외 계층을 찾아가 색소폰 연주를 통해 긍정적인 정서와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봉사 활동을 3년째 이어오고 있다. “악기를 연주하기에 늦은 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음계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도전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들께 색소폰이라는 악기로 옛 가요를 연주하며 위로와 힘을 전할 수 있어 굉장히 뿌듯합니다.”
정 회장은 2012년, 부산의 한 공립 중학교에서 36년간의 교직 생활을 정리하고 부산 해운대구에서 김해시 구산동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 후, 정 회장과 색소폰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됐다. “해반천을 산책하면서 운동 이외의 활동을 고민하던 찰나, 거짓말처럼 누군가 거리에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분께 보름간 기본적인 음계를 배운 후 2년간 집에서 독학하며 50여 곡을 익혔습니다.” 그 후로 색소폰 연주 6년 차가 되던 해, 김해동부노인 종합복지관 측의 제안으로 ‘챌린저 시니어 밴드’를 결성하게 됐다.
“갈고닦은 색소폰 연주 능력으로 봉사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
단순히 보여주는 무대가 아닌 단원과 관객이 ‘함께 즐기는 무대’ 추구해
챌린저 시니어 밴드 단원은 10명, 무대에 서기 위한 이들의 연습 과정은 열정적이면서 화기애애하다. 단원별로 실력에 맞는 연주곡 연습을 위해 반도 두 개로 나눴다. 심화반은 화요일, 금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중급반은 월요일, 목요일 1시부터 3시까지 운영되는데, 이들의 합주는 토요일 9시부터 12시까지 이뤄진다. “일주일 동안 3일에 걸쳐 색소폰 연주 연습을 합니다. 단원 간의 사이가 좋으니까 고령의 나이임에도 지치는 줄 모르고 즐겁게 연습합니다.”
정 회장은 동호회를 이끌며 세 가지 철학을 내세웠다. “첫째는 초심 유지, 둘째는 단원 간의 화합, 셋째는보여주는 무대가 아닌 관객과 함께 즐기는 무대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중 하나만 무너져도 동호회 운영이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이 모두가 잘 지켜질 때는 저력을 과시할 수 있습니다.”
“챌린저 시니어 밴드 활동은 행복한 삶의 기폭제 역할”
의상부터 선곡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는 무대 만들기 위해 노력
챌린저 시니어 밴드가 한 번 다녀간 무대는 대부분 또다시 무대를 꾸며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이들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으면 느껴지는 열정에 한 번, 옷차림에 또 한 번 놀란다. 새하얗게 갖춰 입은 옷차림이 단연 돋보인다. 흰색 단복은 이들의 상징이다. 시니어로서 중후한 이미지를 물씬 풍기면서도 깔끔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때로 젊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는 청조끼를 걸치기도 한다. 최근까지 서종요양병원, 이화수로요양병원, 김해동부노인복지회관 주간센터 등 여러 요양 시설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선보였다.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곡들은 항상 청중을 고려해서 준비한다. “젊은 청중이 많은 곳에는 <낭랑 18세>, <남행열차>, <아파트> 등 대중적인 노래를, 시니어 밴드의 이미지가 강조돼야 하는 곳에서는 <돌아가는 삼각지>, <번지없는 주막> 등 옛날을 추억할 수 있는 곡을 선정합니다.” 이러한 세심한 모습 하나하나가 지금의 챌린저 시니어 밴드를 만들었다.
“색소폰은 보약 같은 존재, 복식 호흡과 치매 예방에도 뛰어나…”
끊임없는 도전과 봉사의 길 단원들과 손 맞잡고 걸어 나갈 것
코로나19 사태는 여전히 수습이 한창이다. 따라서 기존의 정기 공연도 잠정 중단됐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이 나아질 때를 대비 중인 정 회장은 동호회 안팎으로 공사다망하다. 챌린저 시니어 밴드 단원들이 다시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공연 관련 사업과 설 무대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까지는 공연을 전면 취소했지만 코로나19의 확산 추이를 지켜본 후 6월 중 김해다어울림생활문화센터, 삼계장애인복지회관 공연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오는 10월 2020 김해가야문화축제와 김해시 복지박람회도 공연이 예정돼 있습니다.”
정 회장의 동호회 운영 목표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오직 봉사만을 향하고 있다. “노랫말 중에 ‘내 나이가 어때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가사처럼 단원들과 함께 노후 생활, 인생 제2막을 멋진 색소폰 연주를 통해 봉사하며 많은 분께 힘이 되는 것이 챌린저 시니어 밴드의 목표이자 계획입니다.” 그의 대답에는 챌린저 시니어 밴드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색소폰 초보자라도 김해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의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챌린저 시니어 밴드’의 문은 열려 있다.
끝으로 정 회장은 대화를 마무리하며, 한 가지 다짐을 힘주어 밝혔다. “챌린저 시니어 밴드는 이윤을 추구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공연이 관객에게 힘과 위로, 안식과 봉사가 될 수 있다면 계속해서 도전하고,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동호회 챌린저 시니어 밴드
활동 분야 음악(색소폰)
정기 모임 시간 심화반 화요일, 금요일 13:00~15:00 / 중급반 월요일, 수요일 13:00~15:00 / 공통 토요일 09:00~12:00
정기 모임 장소 김해동부노인종합복지관
신입 회원 모집 김해 거주 65세 여성
대표자 정경호
연락처 010-9306-5555
메일 ds5cn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