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사는 그 이름만으로 열정이 느껴진다. 스페인어의 소금(sal)과 소스(salsa)에서 유래한 이름의 살사는 음식 위에 얹는 양념 소스와 같이 격렬하고 화끈함을 의미한다. 1950년대 뉴욕으로 이주한 쿠바인, 푸에르토리코인 들이 미국 음악의 영향을 받아 발전시킨 춤이 살사다. 라틴 음악에 미국의 리듬을 섞은 것이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무대를 밝히고, 흥을 돋우는 라틴 음악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오면 파트너와 팔을 마주 잡고, 밀고 당기는 기본 스텝과 회전 동작으로 무아지경의 세계로 빠지는 곳, 사교댄스의 현장이다. 꼭 라틴계 국가를 찾지 않아도 김해 어방동에서 그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케스토스 벨리댄스 아카데미는 살사 댄스로 불타오른다. 현장에서 뿜어지는 열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로 7년째 ‘김해살사아모르’ 동호회를 이끄는 홍리승 대표자를 만나 정열의 살사 이야기를 나눴다.
김해 땅에 살사의 깃발을 꽂다
아직 살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지만, 살사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홍리승 대표자는 2009년 살사를 배웠고, 그 뒤로 살사 댄스가 추고 싶을 때마다 창원, 부산으로 지역을 옮겨 다녀야 했다. 그러던 중 홍 대표자는 2013년 5월 직접 동호회를 결성하기로 마음먹었다. “김해에 다양한 동호회가 있지만, 살사 동호회가 없어서 한 포털 사이트의 온라인 카페를 만들면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살사는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는 춤입니다. 김해에서도 춤과 음악, 열정적인 라틴 댄스인 살사를 알리고 싶어서 ‘아모르’(사랑)라는 이름을 내세 워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본 동작을 익혀 파트너와 호흡이 맞을 때의 쾌감은 정말 짜릿”
살사 댄스를 출 때는 딱히 말이 필요 없다. 댄스만으로 충분히 소통이 가능하다는 의미인데, 기본 스텝만 익히면 어떤 누구와도 짝을 이뤄 춤출 수 있다. “어느 나라를 가도 라틴 클럽 하나씩은 꼭 있다”는 말처럼 살사는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특징을 지녔다. 그 특징에 걸맞게 이들의 활동은 단순히 살사, 바차타, 차차 등 라틴 댄스 강습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저희는 댄스 강습과 더불어 동호회 정기 모임, 전국 살사 동호회 탐방, 살사 파티 참여, 해외 살사 페스티벌 여행 등 각 지역 동호회 및 세계의 살사인들과 교류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해살사아모르 동호회에서 추는 댄스는 모두 여덟 박자 안에서 해결된다. 남자는 리더, 여자는 팔로워로서 정해진 루틴에 맞춰 ‘베이직’이라는 기본 스텝을 익히는데, 일정 수준 이상 익숙해지면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있다.
“살사는 퇴근 후 일상을 잊고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취미 활동”
‘불금’ 즐기는 김해살사아모르 동호회 김해를 대표하는 살사 동호회로 거듭나다
‘김해살사아모르’ 동호회는 꾸준히 활동하는 회원만 세어도 50명을 웃돈다. 비정기적으로 동호회에 참여하는 회원까지 포함하면 한 지역의 동호회 인원이라기엔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정기 모임은 매주 금요일 저녁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2시간 내내 살사, 바차타, 차차를 위한 라틴 음악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이때 동호회 회원들은 일상에 지친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보냅니다.” 그야말로 ‘불타는 금요일’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한 가지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름이 아닌 ‘닉네임’으로 상대방을 부른다는 것이다. “춤을 추는 무대 위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합니다. 서로의 직업, 나이, 이름 등을 묻지 않고 ‘살사를 즐긴다’는 마음 하나로 함께 춤추는 것이 우리 동호회의 본질입니다.”
‘함께’의 가치를 실현하다
홍 대표자가 김해살사아모르 동호회를 운영하며 갖게 된 목표는 뚜렷하고 단순했다. 바로 ‘함께’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건전하게 추는 춤, 살사를 김해에서 함께 즐기며 열정을 공유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는 두 가지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첫 번째는 젊고 유능한 전문 프로 살사인을 육성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김해 시민들이 살사에 대해 이전보다 친숙한 시선과 관심을 보여 주시는 것입니다. 누구나 우리 동호회의 가입을 환영합니다.” 그의 말에서 살사라는 춤과 김해살사아모르 동호회를 향한 뜨거운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7년째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무대에 오른 홍 대표자는 그중에서도 2016 종로난장의 살사 공연과 2018 생활문화 동호회 교류 축제 ‘즐거운 생활’에서 한 뮤지컬 동호회와 협업해 꾸몄던 무대 경험을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꼽았다. “동호회 운영진들과 함께 만든 추억이라 좋았고, 김해 시민들에게 살사를 알릴 기회를 만들 수 있어서 큰 기쁨이었습니다.”
“살사 동호회를 통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코로나19 여파 심각… 어려운 시국 잘 이겨내 웃는 모습으로 회원들과 만나고 싶어
오랜 기간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늘 겪는 고초 중 하나는 ‘신입회원 유치’ 문제다. “김해에서는 아직 살사, 바차타, 차차 등 라틴 댄스가 무엇인지, 또 이러한 동호회의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효과적인 홍보 방법이 과연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어 홍 대표자는 라틴 댄스의 영역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살사뿐만 아니라 바차타, 차차 등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살사는 음악 박자가 빠르고 흥겨운 춤이라면, 바차타는 우리나라의 발라드와 같이 조금 더 느리고 감미로운 춤입니다. 차차는 살사와 바차타 중간 박자의 음악으로 추는 춤입니다.”
최근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홍 대표자는 동호회원들의 안전을 위해 강습, 정기 모임 등 모든 일정을 잠정 중단했고, 동호회 운영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고 다시 동호회 강습, 정기 모임이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지역 행사의 연이은 취소 탓에 동호회 회원들의 공연 일정 역시 불투명해졌다. 이에 홍 대표자는 (재)김해문화재단 측에 “코로나19의 여파가 잠잠해지고, 김해 시민들이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돌아오면 강습, 공연 등 김해 시민들이 살사라는 춤을 접할 수 있는 접점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김해 시민들과 함께 정열적인 춤의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을 슬며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