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한림면 장애인 거주 시설 도림원(사회복지법인 함께걸음)을 찾았다. 이곳에는 김해의 생활문화동호회 ‘두드림’과 ‘하울림풍물단’이 있다.
동호회 단원은 대부분 중증 이상의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행히 이들의 곁에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눈물도 흘리고, 웃음꽃도 피우면서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는 사람들.
바로 도림원 윤혜수 원장, 김영태 재활사업 팀장, 우리소리 예술단 박시영 대표, 김기중 단장, 주촌초등학교 최병미 방과후 학교 선생이다. 이 다섯 사람을 한자리에서 만나 두드림과 하울림 풍물단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했다.
두드림과 하울림풍물단, 세상 밖으로!
두드림과 하울림풍물단의 단원들이 무대에 선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무대에 오른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서는 장애 여부를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무아지경에 이른 예술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두 동호회 가운데 두드림은 사물놀이 리듬을 기본으로 한 난타 공연팀으로 우리소리 예술단의 박시영 대표와 김기중 단장이 14년째 이끌어 오고 있다. 또한 하울림풍물단은 사물놀이 악기를 연주하는 팀으로 12년째 주촌초등학교 최병미 방과후 학교 선생이 도맡아 동호회를 꾸려가고 있다. 이들은 오랜 세월 단원들과 함께한 만큼 누구보다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
도림원의 윤혜수 원장은 동호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2008년 도림원 개원을 기념하여 이곳 단원들에게 ‘핸드벨’을 가르쳐 공연을 펼쳤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잘해줘서 벅찬 마음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 기억이 생생합니다. 공연을 마친 직후 자존감이 높아지고, 행복을 느끼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서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두드림은 세상을 향해 힘차게 악기를 두드리며 ‘꿈과 희망을 갖는다’는 의미를 가졌고, 하울림풍물단은 ‘하나의 울림’이라는 뜻으로 사물놀이 악기의 울림이 세상 밖으로 뻗어간다는 의미를 지녔습니다.”라며 두 동호회의 이름 뜻도 함께 소개했다.
“두드림과 하울림풍물단의 무대를 통해 단원들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여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 도림원 윤혜수 원장
우여곡절 끝에 맺은 결실
장애인에게 장단을 숙지시키고 악기를 연주하게끔 만드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제일 선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박시영 대표와 최병미 선생은 평소 주 1~2회씩, 공연을 앞둔 날은 매일같이 연습을 위해 도림원을 찾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고초를 겪은 일도 많았다.
박시영 대표는 “악기 채를 집어 던지는 등의 크고 작은 사고들이 불시에 일어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꾸준히 노력하면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사실을 세상에 증명하기 위해 불광불급(不狂不及)의 각오로 교육에 임하고 있습니다.”라며 사명감을 내비쳤다. 또한 최병미 선생은 “사물놀이에 쓰이는 악기(꽹과리·장구·북·징)를 한번에 가르치는 것과 기본 장단인 ‘덩따쿵따’를 익히는 데만 3년이 걸렸고, 무대를 위한 <영남사물>이라는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는 8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완벽히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라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우리 아이들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다만, 조금 다르고 느릴 뿐입니다. 느림의 미학도 생각해주세요.”
- 우리소리 예술단 박시영 대표
강원도 평창에 닿은 희망의 소리
물심양면으로 단원들을 교육하고 무대에 올려준 결과 동호회 활동에 참여한 단원들의 생활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모든 단원이 관중과 함께 무대를 즐길 뿐 아니라 자존감 향상과 언어순화 효과까지 보게 된 것. 또한 점차 공연 및 대회 섭외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김기중 단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외부 공연을 ‘독도 플래시몹’으로 꼽으며 “아이들이 악보 30장 분량의 춤 동작을 모두 외워서 무대에 흠뻑 빠져있는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라며 흡족했던 그 날을 떠올렸다.
그러던 2017년,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2017 장애인 행복나눔 페스티벌에 참여해 본선에 진출한 두드림이 경남도 대표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홍보상을 수상한 것이다. 단원 중 장애인 5명과 인솔 교사 2명이 함께 참여했다. 이 기쁜 순간을 함께했던 김영태 재활사업 팀장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라며 지난 영광의 순간을 다시금 되새겼다.
하울림풍물단은 8년간의 연습을 마치고 2016년 도림원 연말행사에서 작품 <영남사물>로 첫 공연의 막을 올렸다. 최병미 선생은 당시 단원 아이들을 지켜보는 학부모님들이 행복과 감격에 겨운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발달 장애를 겪고 있지만, 칭찬과 사랑을 모두 느낍니다.”라며 앞으로도 단원들에 대한 응원과 격려를 다짐했다.
“단원 개개인이 가진 재능으로 발굴·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지원하고 싶습니다.”
- 주촌초등학교 최병미 방과후 학교 선생
꿈과 희망을 담은 터전 ‘도림원’
현재까지도 두드림과 하울림풍물단은 각종 공연과 대회에서 섭외 요청을 받는 인기 동호회다. 하지만 아무도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먼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중 박시영 대표는 “장애인예술단을 만들어 단원들을 예술인으로서 경력을 증명할 수 있는 증명서를 만들 것입니다.”라는 포부를 밝혔고 자리에 모인 다섯 사람은 동호회 단원들이 ‘장애인’이라는 단어에 갇혀 살지 않고 스스로 ‘예술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낄수 있는 날이 오기까지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한편, 윤혜수 원장은 “김해시는 타 시군구보다 복지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김해시로 들어오는 지정 기탁금 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한 지원이 도림원에 우선되길 희망하고, 김해 시민분들의 나눔과 베풂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단원들의 생활 여건이 더욱 좋아질 수 있기를 바라는 욕구를 내비치기도 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아직 편견이 잔재한다. ‘함께하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은 “힘닿는 데까지 노력할 것입니다.”라며 굳은 의지와 속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래서 꿈과 희망의 터전 도림원에서 그려지는 내일이 더욱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