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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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힘으로 마을 공동체 회복을 꿈꾸다
지역의 역사문화를 수호하는 문화기획자 김경남

김해시가 역사문화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가야사 복원 사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 가지 불거지는 문제가 있다. 일생을 바쳐 살아온 주민들이 터전을 내어놓고 이주해야 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 죽은 자(者)들의 역사를 되살리기 위해 산 자(者)들이 떠나야 하고, 죽은 자들의 흔적을 찾아서 산 자들의 흔적을 없애는 것은 얼마나 큰 모순인가? 김해시 대동면에는 이러한 모순 속에서 과거와 현재, 문화재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 대책을 모색하는 한 문화기획자가 있다.
‘대동사람들’ 대표 김경남,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방송 작가, 독서치료사, 심리상담사, 독서토론 전문가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온 그녀가 고향으로 돌아온 까닭은 무엇일까?

김해시 대동면은 김해시 전체 면적의 10%에 달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외곽 지역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시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남편과 고향이 같은 그녀는 어느덧 고령화된 대동면의 고향 마을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껴 함께 귀향을 결심했다. 어르신들 곁에서 장시마을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며 보다 전문적인 역량의 필요성을 느낀 그녀는 ‘2019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 사업’에 참여했다.

93세 스승님의 가르침

고향에 있는 ‘장시마을’ 역시 가야사 복원 사업으로 인한 이주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김 대표는 처음 기획했던 사진전을 준비할 때, 주민의 의심과 반대로 쫓겨난 적도 있었다. 어느 93세 할아버지가 귀찮게 한다는 역정에 “저도 얻는 게 없습니다. 제 돈과 시간 들여서 하는 일입니다.”라고 답했지만, “돈 생기는 것만 얻는 거가?”라며 돌아오는 할아버지의 물음에서 그녀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다. 당시 초보 기획자였던 그녀에게 할아버지의 답변은 큰 자극과 가르침이 됐다.

마을 공동체, 회복을 꿈꾸다

삶의 터전을 내어주는 이들에게 충분한 예우를 갖추지 않고 행해지는 사업 강행은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이에 김 대표는 <문화재 위의 삶, 공존을 모색하다> 프로젝트(1단계-장시마을 사진전 개최, 2단계-장시마을 책 만들기, 3단계-기억 공간 조성)를 기획했다. 장시마을 주민들에게 예우와 감사, 위로를 표하며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그녀는 “지난 2019년에는 1단계를 잘 이행했고, 올해는 2020년 문화관광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2단계인 <나의 살던 고향을>이라는 책을 펴낼 계획입니다.”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그 결과 2019년 진행된 사업의 마무리로 펼쳐진 시상식에서 김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김해시 대동면에는 장시마을뿐만 아니라 소멸 위기의 고령화 마을이 여럿존재한다. 이에 그녀는 사라져 가는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의 역사문화 자산에 대한 스토리 발굴 사업도 준비 중이다. “문화의 힘으로 지역의 갈등을 풀고, 소외 계층을 품을 수 있도록 문화기획자로서 역량을 다져나가겠습니다.”라며 문화기획자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 사업 발전을 위한 제언

김 대표는 이번 사업의 좋았던 점으로 ‘사람’을 꼽았다. “훌륭한 멘토님들, 전국 각지의 문화 리더님들과의 교류, 협력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함께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 대표는 대동면에서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을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오갈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마련한 그녀는 주민들과 외부 사람들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누구나 저희 공간에 오셔서 삶의 품격을 높이고, 행복의 온도를 높일 수 있도록 생각을 나누는 기회를 많이 마련하면 좋겠습니다.”라며 함께의 의미를 강조했다.

작성일. 2019.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