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해 도자기를 알리기 위해 김해분청도자박물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학예연구사 강영수입니다. 제가 담당하는 학예연구사라는 일은 큐레이터라고 설명하면 쉽게 이해하시더라고요. 박물관에서 보이진 않지만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는 사람으로 박물관의 전시 기획부터 연구, 교육, 행사 등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
김해분청도자박물관은 어떤 곳인가요?
김해시 진례면에 위치한 저희 박물관은 2009년 5월 전국 최초로 분청도자 전문 전시관으로 개관했는데요. 2018년 8월 정식 박물관으로 등록했고, 2019년 1월 김해분청도자박물관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지역 대표 문화기관으로 자리매김하려 힘쓰고 있습니다. 박물관 1층에서는 도자기와 분청사기의 개념 및 정의부터 역사까지 전반을 살펴볼 수 있고요. 2층에서는 김해에서 생산된 다양한 도자 유물과 현대 도자 작품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
분청사기는 어떤 도자기이며,
학예사님께서 생각하시는 분청사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관람객분들이 도자기라 하면 청자나 백자를 많이 떠올리시고 분청사기는 잘 모르셔서 제가 되묻는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왕을 꼽는다면?” 이렇게 여쭤보면 다들 세종대왕을 말씀하세요. 세종대왕이 사랑한 도자기가 바로 분청사기입니다. 14세기 후반 청자의 뒤를 이어 시작돼 16세기 초반까지 약 150년간 제작된 도자기인데요. 회색 또는 회흑색 흙 위에 백토를 분장한 뒤 유약을 입혀서 구워낸 자기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분청사기의 매력은 자유분방하다는 거예요. 청자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멋이 있고, 백자는 깔끔한 순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데요. 옛 분청사기부터 현대 분청도자를 보면 표현 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자유롭습니다.
김해분청도자박물관은 도자 저변 확대와 교육에도 힘쓰고 있는데요.
이런 취지의 박물관 대표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1년에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다 합해 7~8가지 정도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먼저 전시는 지역 도예가들을 위한 현대 도자를 활용한 전시나 지역민이 직접 참여하는 전시를 주로 개최합니다. 교육 같은 경우에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했어요. ‘도자기를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 많이 쓰이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도시락(陶時樂; 도자기를 즐기는 시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2022년부터 매년 4~5회씩 하루 4시간 코스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김해의 도자 역사부터 차문화까지 경험할 수 있어요. 이뿐만 아니라 단계별로 도자기를 배울 수 있는 어린이 대상 ’어린이 도예교실-나도, 도예가다!’와 성인 대상 ‘김해시민도예대학’ 등을 운영합니다.
김해시민도예대학도 2022년부터 운영한
김해분청도자박물관의 대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김해시민도예대학 역시 도자 저변 확대를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인데요. 김해 시민들이 ‘가야’는 다 알지만 ‘분청사기’나 ‘도자기’를 김해와 같이 떠올리지는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도자기를 알리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어서 거창하지만 김해시민도예대학이라는 명칭으로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도자기 실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 특강, 선진지 답사까지 제공하고 있으며 교육생이 직접 만든 도자기를 전시하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2024년까지 총 4기생 60명이 수료했고요. 이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는 도예 인재 양성입니다. 수료생들이 김해에 있는 120명이 넘는 도예가들에게 계속해서 배우며 전문가로 성장하고, 이 프로그램이 그 초석이 됐으면 합니다. 수료생 60명 중 한 분이 올해 부산에 있는 대학의 도예과에 입학을 하셨어요. 앞으로 이런 분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올해 하반기 예정된 전시나 박물관 체험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하반기에 행사가 정말 많은데요. 꼭 추천해 드리고 싶은 행사가 마침 9월에 열립니다. 원래 여름에 열렸어야 했는데, 이렇게 소개해 드리려고 연기됐나 봐요. ‘박물관 가을밤; 전통가마 불지피기’라는 행사인데요. 박물관 별동에 전통가마가 있습니다. 도자기를 굽고 나오는 숯을 이용해 바비큐 파티를 하는데요. 200여 명의 가족이 모여 가을 저녁 소원 장작 던지기, 도자기 체험, 장기자랑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참여자는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선착순 모집하는데요. 참고로 지난해에 1분 만에 마감됐습니다. 11월 4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분청도자기축제와 연계해서 특별전도 준비돼 있는데요. 올해는 분청도자기축제가 30주년을 맞는 해이고, 축제 테마가 세종이에요. 세종과 분청사기의 연관성을 특별전에서 풀 예정입니다.
학예사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학예사로서 제 목표는 김해 시민들이 김해 하면 도자기를 떠올리고, 김해분청도자박물관에 대해서도 잘 알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해 시민들이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를 개발해 보고 싶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도자기를 한 번 만들어본다면 이런 고민이 해소되고 김해가 저절로 우리나라 대표 도자기 도시가 되지 않을까요?
또 하나, 김해에는 120여 명의 도예가들이 계십니다. 도예가들과 함께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머지않아 김해가 ‘도자기의 도시 김해’로 불리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