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을 담은 그림, 민화(民畵)
“1997년도부터 한국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10년 정도 한국화를 이어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림을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혼란이 온 거예요. 그렇게 다른 분야를 알아보던 중에 우연히 지역 방송에서 민화를 소개하는 걸 보게 되었고, 그 계기로 2008년부터 지금까지 민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옥도윤 작가는 자신이 추구하던 그림의 방향과 근접한 민화에 매료되어 주말을 이용해 서울을 오가며 민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민화의 매력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가 중첩의 아름다운 세계로,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덧칠을 해도 한지가 색을 흡수해 고운 채색이 완성됐다. 다음으로 바림의 효과도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림 붓으로 색을 펼쳐 그러데이션을 만들어 입체감을 표현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마음에 들었다.
“민화는 ‘상징 그림’ 혹은 ‘뜻 그림’으로 길상의 의미를 품고 있어요. 길상의 의미라 하면 서민들의 소망과 염원을 담은 거죠. 예를 들면 모란을 그려서 부귀영화(富貴榮華)를, 잉어를 그려 입신양명(立身揚名)을 표현해서 집에 걸어 놓는 거죠. 마음속 바람을 그림으로 그리는 게 상당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해 최초 민화연구회를 만들다
옥도윤 작가가 한국화에서 민화 작가로 전환할 때 김해에서 민화를 하는 작가는 거의 없었다. 주변에서도 한국화 작가로 이미 성장한 옥도윤 작가를 의아해했다. 하지만 한국화를 접목한 기존의 민화와 다른 그림을 보자 조금씩 관심을 가졌다.
“예술계에서 알고 있던 한 회장님이 제 그림을 보더니 ‘우리 김해는 수채화도 있고 한국화도 있는데 민화가 없다. 옥 선생이 김해에 민화를 좀 보급해 보는 게 어떻겠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용기가 안 나서 한 2년을 끌었죠.”
옥도윤 작가는 고심 끝에 2016년 김해민화연구회를 설립했다. 김해에도 민화인들이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40여 명이 모였고, 매년 정기전을 열고 있다. 2023년에는 용해를 맞아 ‘용의 꿈을 키우는 해’라는 의미를 담아 〈몽룡전(夢龍展)〉으로, 2024년에는 〈같이의 가치〉라는 주제로 ‘단체 속에서 개인도 함께 발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다재다능한 민화를 위해
옥도윤 작가가 그리는 민화는 대체로 기명도(器皿圖)에 들어간다. 기명도는 진귀한 그릇이나 물건, 생활용품들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서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다. 옥도윤 작가는 우리나라의 미풍양속(美風良俗)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주로 그린다.
“혼례나 돌잔치같이 경사스러운 일에 나오는 물건이나 옛 여인들의 규방에 관련된 물건을 중심으로 그리고요. 저는 주로 담채로 채색을 합니다. 담채는 굉장히 맑은 색을 뜻하는데요. 담채로 확실한 색이 선명하게 나올 때까지 10번이든 20번이든 올려서 작업합니다. 그래서 좀 더 맑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게 제 그림의 특징입니다.”
민화를 알리고 민화의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일이라면 앞장서는 옥도윤 작가는, 1월 서울 인사동에서 열릴 〈세화전〉과 2월 김해에서 열릴 〈새날전〉을 준비 중이다. 거기다 작년부터 준비한 민화로 그린 동화책의 출판도 앞두고 있다.
“‘좋은 복을 불러오고 안 좋은 것을 막아낸다’라는 의미로 새해에 그렸던 그림을 세화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새해에 〈세화전〉을 준비하고 있고요. 아직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은 없는데, 김해의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역사를 민화로 그려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자이자 동료 작가인 김해민화연구회 식구들과 성실히 활동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