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로왕의 묘를 찾아가면, 본능적인 자극이 짜릿하게 느껴집니다.” 인자한 모습을 한 그의 눈빛이 달라지는 순간은 가야를 말할 때였다.
가야를 사랑하고, 높이 평가하는 김해원로문인 박경용은 가야사와 문학을 접목하기 위해 팔순이 넘은 지금까지도 도전과 고민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최근에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김해가야스토리텔링협회를 운영하면서 가야사를 토대로 한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짧은 소설과 뮤지컬 형식의 대본들이죠.
선생님의 작품에는 가야, 즉 김해의 역사가 많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이 김해입니다. 그래서 가야사 공부를 하게 됐고요. 가야의 정신문화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유럽에 갈 때마다 “아,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라고 느끼는데, 그 기저에는 배려와 관용, 불어로는 톨레랑스(tolérance)가 있었습니다. 톨레랑스가 있는 사회가 진정한 사회라고 생각하는데, 놀랍게도 가야국민의 정신 안에 톨레랑스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가야의 문화를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이것을 작품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김해의 역사를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지식뿐 아니라 평소에도 가야에 관심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 같습니다
관심 많죠. 연구를 해보니 한반도 문화예술의 발원지더라고요. 황조가, 공무도하가 등 여러 고대문학에는 공간적 개념인 ‘장소’가 없어요. 그러나 구지가에는 명쾌하게 ‘구지봉’이라는 장소가 나와 있습니다. 심지어 대중가요 역시 이곳, 김해에서 시발했기 때문에 김해에 살고 있다는 데에 상당한 자부심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경남 예술인상, 김해시 문화상, 김해 문학상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하셨는데, 더 좋은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나 부담도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항상 부담감을 갖죠. 문학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테마, 즉 주제입니다. 가야의 문화를 크게 네 가지로 추려봤어요. 첫 번째로 철을 비롯한 고도 기술성, 두 번째는 외국의 문화를 과감히 수용하는 국제성, 세 번째는 한반도에서 문화예술의 발원지라는 사실, 네 번째는 톨레랑스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주제들을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늘 구성(plot)에 대한 고뇌와 도전으로 부담을 이겨내려고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해문화예술계의 숙원사업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가야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작품을 만들면, 유럽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이렇게 가야의 이야기가 널리 퍼질 수 있는 일에 김해문화 재단이 탄탄한 뒷받침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해문화재단이 김해뿐만 아니라 주변지역의 문화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업들이진행되면 좋겠습니다.
평생 김해를 살아오신 김해원로문인으로서, 김해문화재단에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첫 번째는 중앙에 밀집된 인재 발굴과 육성도 중요하지만, 김해와 경남을 아우르는 인재 발굴과 육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가야사를 토대로 한 현대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는 환경 조성. 세 번째는 향토성 넘치는 작품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게끔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바람이나 소망이 있으신가요?
강렬한 빛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생기듯, 우리 모두의 삶에는 괴로운 일들이 참 많습니다. 힘든 현대사회 속에서 앞으로 더욱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행복해야 합니다. 자유와 평등, 박애, 돈 이런 것들은 수단일 뿐입니다. 목적은 즐거움과 행복입니다. 행복하게 해주는 것 중에 문화적인 부분으로 뮤지컬이 큰 역할을 하거든요. 요즘 뮤지컬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망이 대단하더라고요. 가인소극장에서 뮤지컬을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뮤지컬이 많이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