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search
소소한 행복을 그립니다
화가 박영미
글.화유미 사진.백동민
“거창하진 않지만 주변에서 눈 길을 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캔버스에 담는 박영미 작가를 그의
화실에서 만났다. 풀과 꽃, 고양이가 있는 그림 때문일까.
화실을 화사하게 밝히는 그림들 덕분에 덩달아 행복해졌다.

그 림 속 주 인 공
봉 다 리 군

숲이 무성해진 거실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검은 고양이, 해바라기 사이에서 해바라기만큼 밝은 표정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검은 고양이. 박영미 작가의 그림 어디에나 검은 고양이가 등장한다. 이 때문에 활동 장르는 서양화지만 일러스트 느낌도 난다. 그가 만화를 전공했다는 점도 한몫할 것이다. “대학 때부터 쭉 그린 그림들을 생각해 보면 언제나 고양이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까만 고양이가 아닌 그림도 그렸지만 늘 고양이를 자연스럽게 그렸죠. 지금의 까만 고양이 ‘봉다리 군’이 만들어진 계기가 있어요. 제가 그림을 육아 때문에 쉬다가 그렸어요. 그래서 ‘흐름에 맞춰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도 생겼는데, 제 안에 가능성도 느껴졌어요. 까만 블랙홀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내 안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이런 느낌이 투영돼 까만 고양이 ‘봉다리 군’이 탄생했다. 봉다리 군은 작가 자신이기도 하고, 남편, 아이들, 그가 만나는 주변 사람들이기도 하다.

불 가 사 리 지 원 사 업
‘ 만 남 , 그 후 展’

올 3월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열렸던 김해 미술인들의 ‘만남, 그후 展’에 박영미 작가도 참여했다. 2022년에도 주변 작가들의 참여 제안이 들어왔지만 당시에는 준비가 안 돼 올해는 꼭 참여해야지 마음을 먹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고양이 외에도 다양한 멸종위기종 동물을 그리며 작품에 다른 동물이 나와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그림 자체가 일러스트 같으니까 다른 동물들이 나와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하게 됐어요. 저는 언제나 봉다리 군이 먼저 보이는데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린 이 그림을 보고 많은 분들이 치타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당시 전시 주제는 ‘기후위기’였다. 주제가 있을 거란 생각을 못 했지만 평소 관심 있는 주제였고 그려온 그림과도 동떨어지지 않았다. 동물과 식물을 좋아하고 아이도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후위기 속 지속 가능한 예술이란 주제로 진행한 워크숍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토론이 너무 즐겁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재밌어서 집에 와서도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인간은 기후 재앙이 닥쳐도 적응을 하고 회복하지 않을까. 이걸로 그림을 그려보자. 그래서 그림 속 배경이 저희 집 거실인데 식물들은 이미 거대하게 자라있고 다른 동물들도 드나들지만 봉다리 군 자체는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죠.”

즐 거 운
나 의 화 실

박영미 작가의 작업 루틴은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시작된다. 연지공원을 산책하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아이들이 하교하기 전까지 화실에서 작업을 한다. 그리기 싫은 날도 그림 앞에 앉아 있는다. 그렇게 매일 그리다 보면 완성하는 기쁨이 있다. 지금은 8월에 있을 3인전 작품을 준비 중이다.

“까만 고양이 봉다리 군은 웬만하면 집 안에서 취미활동을 하는데요. 너무 집 안에만 있어서 밖으로 나왔지만 뒤뜰 정도라는 설정으로 하나 그리고 있어요. 이만큼 그렸는데 다들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SNS를 꾸준히 하면서 작업도 계속해 온 박영미 작가는 ‘만남, 그 후展’ 이후 많은 전시 연락을 받았다. 8월 김해 갤러리 나무와 창원 롯데백화점 원 갤러리에서 전시를 할 예정이고 가을에는 부산에서, 겨울에는 아트페어가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는 창원 파티마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기로 해 행복하게 작품을 준비 중이다.

“아이들을 키울 때 다음에 꼭 기회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좀 크고 활동하기 2년 전쯤부터 그림이 너무 그리고 싶은 거예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요. 이제 그림을 들고 직접 전시를 하니까 정말 감회가 새로워요. 마음속에 생각했던 걸 드디어 하고 있구나!”

매일 산책길마다 피어나는 아이디어로 설레는 박영미 작가.
품고 있던 꿈을 마음껏 그리는 지금 작가의 캔버스에는 웃음꽃이 핀다.
작성일. 2023. 0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