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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일상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날램
따스하고 자유로운 마음을 전합니다
글.화유미 사진.백동민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풀밭에 풀피리를 입에 물고 있는 사람,
도시 사람들에겐 다소 낯선 방아꽃,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시골길에 보이는 흑염소.
작가명 날램의 감성촌 일러스트에서는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그림 속 사람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멍 때리고 싶다.
볼수록 매력적인 볼매 일러스트를 그리는 따스하고
자유로운 날램과 그의 그림을 만났다.

일 상 이
그 림 이 되 기 까 지

시골 일상을 그리는 작가 날램이 본격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건 서른 즈음이었다. 5년 정도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스스로에게 질문이 생겼다. 이일을 계속하고 싶은지, 열정을 다 하고 싶은지. 답은 아니었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선과 선을, 여백과 여백을 정렬하고 균형을 맞추는 디자인 대신 전공을 살려 자유롭게 풀어내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막무가내로 회사를 그만두고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까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그렸어요. 인스타툰도 그려보고 사람들이 좋아요를 많이 누르는 그림도 눈여겨봤죠. 외부에 시선을 두고 그리다가 한 풍경을 마주쳤어요. 집에서 스쿠터를 타고 부모님의 비닐하우스로 가는 길에 흑염소가 매어져 있는 거예요. 초록 들판에 흑염소가 보이는 풍경을 바람을 가르며 스쿠터를 타고 가는데 그 장면이 와닿았어요.”

늘 만나는 시골 풍경에 우연히 더해진 흑염소를 그렸을 뿐인데, 경험한 일상을 그리니 내면의 성취감이 컸다. 창작을 하는 데 있어서 시선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옮기는 계기가 됐다. 이때 읽은 한 글귀도 큰 울림을 주었다.

“자기 자신에게 없는 것을 보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을 바라보라. 나한테 있는 건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그게 촌의 풍경들이고 제가 거기서 행복감과 편안함을 느끼더라고요. 이 촌 일상에 나의 삶이 있구나….”

김 해 의 명 소 를
그 리 다

날램 작가는 시골 일상은 개인 작업으로, 그외 상업 일러스트를 본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로 서울에 있는 기업이나 출판사들과 일을 하다 보니 클라이언트를 직접 대면하는 일은 거의 없다. 업무는 주로 전화나 메일로 의뢰를 받고 진행하는데 최근 직접 대면해 일을 진행했다. 바로 김해시 관광기념품 제작이었다.

“사람들과 만나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 제가 어딘가 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프라인에서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던 중에 김해시청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김해에 살면서 살고 있는 곳과 연결된 일을하게 되니 저라는 사람이 이곳에 존재한다는 걸 조금 알린 것 같았어요.”

날램 작가가 그린 김해 명소는 분산성, 김해교, 연지공원, 봉황대길, 수로왕릉, 화포천습지생태공원 총 6곳이다. 각 명소는 1월부터 6월까지 계절이 묻어나도록 표현했고 엽서, 마그넷, 책갈피 3가지 굿즈로 제작했다. 이 중 김해교는 날램 작가가 직접 선정했다.

“김해에서 부산으로 넘어갈 때 보면 김해교(선암다리)가 있는데, ‘금옥문’이라고 큰 조형물이 있어요. 사람들이 무심결에 지나가는데 유심히 보면 진짜 예뻐요. 특히 밤에 예쁜 게 조형물 안에 조명이 들어가 있어서 푸른빛과 황금빛을 내요. 그게 수로왕과 허황후의 색이라고 하더라고요.”

날램 작가가 그린 김해시 관광기념품 일러스트 엽서

언 제 어 디 서 나
볼 수 있 도 록

2022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의 전시 <김해미술인 다多모임>에서 날램 작가의 그림도 만날 수 있었다. 정식 미술관에서의 첫 전시를 고향 김해에서 한 것이다. 개인작업으로 그려왔던 시골 일상을 전시했기 때문에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내 그림이 과연 환영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블로그나 인스타로 그림이나 작업 과정을 공유하지만 팔로워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런데 전시 때 방명록을 보니 블로그를 보고 왔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너무 신기했어요.”

작가가 그리면서 느끼는 일상의 평온함과 자유로움을 관객들이 같은 마음으로 봐주는 것도 반가웠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일러스트를 좀 더 오래 보면서 사람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작업 중인데 포스터북을 준비 중이에요. 일러스트가 가볍고 쉽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쓱 한번 보고 말아버리는 단점도 있더라고요. 그림을 한 10점 정도 모아서 A3 크기의 포스터북을 제작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포스터북은 8월 26일부터 27일까지 김해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가꿈 아트 마켓>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한다. 작은 엽서와 모니터 화면으로 바라보던 그림을 실물로 두 눈에 담으면 느낌이 다르다. 작은 시선으로 작가 날램이 그려놓은 시골 일상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서 색다른 즐거움을 발견해 보자.

작성일. 2023. 0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