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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에서 연극하는 사람들 ‘극단 해연’
이웃집 쌀통
글.화유미 사진.백동민, 해연 제공
인터뷰 앞에선 질문 하나에도 발그레해지던
사람들이 리허설이 시작되자 눈빛부터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각자의 배역으로 변신했다.
관객들만 있었다면 실제 공연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우리는 동아리로 시작했다고, 연기를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자신들을 낮추던 배우들의 열정이
연기를 통해 뿜어져 나왔다.
김해에서 연극하는 사람들을 줄여 ‘해연’ 이라
이름 붙인 ‘극단 해연’이 기대되는 이유다.

꿈 은
이 루 어 진 다
‘극단 해연’의 불가사리 프로젝트 공연 3일 전, 드디어 무대가 세워졌다. 배우들은 마이크를 차고 실제 공연처럼 리허설을 해볼 수 있었다. 큰 무대를 앞두고 있다는 게 조금 더 와닿았다. 주로 소극장 무대에서 연기를 했기 때문에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이 컸고, 그럼에도 잘 해낼 거라는 암시를 서로서로 주고받았다.

“저희가 이런 큰 공연장에서 연기하는 건 처음이거든요. 관객들도 많이 오실 거라 긴장감을 가지고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있습니다.” (안민정 극단 해연 대표) “이번 작품 대사를 바로바로 치고 빠져야 해요. 그래서 몸의 움직임도 많고 배우들끼리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준비하는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에 공연 날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다급해지네요.” (김은희 배우)

2022년 6월 창단한 ‘극단 해연’은 회현동소극장 소속이다. 극장에서는 아동극부터 각종 행사까지 진행해서 연극에만 집중하기 어려웠다. 회현동소극장 이정화 대표부터 ‘극단 해연’ 소속 배우들은 연극에 목말랐고 극단을 만들었다. 모두 연기가 하고 싶었지만 결혼과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었던 엄마들이다.

“배소완 배우 빼고는 나이 사십이 넘어서 만났어요. 무대 때문에 7년 전에 만났고 동아리부터 시작해서 차곡차곡 쌓아온 겁니다. 다들 열정이 대단해서 늦은 나이에 연기전공으로 대학도 갔어요.” (이정화 회현동소극장 대표)

‘ 극 단 해 연 ’ 의 도 전 ,
< 이 웃 집 쌀 통 >
안민정, 김은희, 김미경, 배소완 네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 <이웃집 쌀통>은 제목 그대로 한 동네에 의문의 쌀통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동네 사람들은 서로 자신이 내다 버린 게 아니라며 쌀통 처리를 미루다가 누군가 떡이나 막걸리를 만들어 먹자는 말에 쌀을 말리려고 돗자리에 쌀을 붓는다. 그 순간 쌀과 함께 말라비틀어진 손가락과 발 한쪽이 나온다. 놀란 사람들은 살인사건이라 생각하고 또다시 쌀통의 처리를 서로에게 떠넘긴다. 2010년에 나온 이 작품을 ‘극단 나비’의 공연으로 본 이정화 대표는 바로 마음을 빼앗겼다.

“진짜 너무 재밌는 거예요. 웃긴데 전혀 웃기지 않고, 평이한 듯하면서 평이하지 않은 드라마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관객들에게 연극을 보고 난 뒤 커다란 물음을 던져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배우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연극이에요. 공연 중간에 암전이 한 번도 없고 끝날 때까지 퇴장 신이 없어서 한 시간 내내 배우들이 무대 위에 있어야 하거든요. 볼 때는 ‘이거다!’했는데 배우들에게는 너무 미안하더라고요.”(이정화 회현동소극장 대표)

이정화 대표의 말에 네 배우 모두 공감하며 웃었다. ‘얼마나 어려운 공연이길래’ 싶었던 의문은 리허설을 보자 이해가 됐다. 네 배우가 얽히고설키고 쉼 없이 이야기가 이어졌다. 관객들도 범인을 추리해 보면서 본다면 더욱 재밌게 관람할 수 있다. <이웃집 쌀통>은 이번 불가사리 프로젝트 이후에도 관람 가능하다. 3월 31일부터 주 2회씩 8주 동안 회현동소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같이 추리하면서 보시면 더 재밌을 거예요. 이번 불가사리 프로젝트로 보실 분들도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만약 본인이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지 그것도 생각해 주시면 어떨까 싶네요.” (안민정 극단 해연 대표)

무 대 와
관 객 만 있 다 면
계속 새로운 연극을 시도해 보고 싶은 건 어느 극단이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지역 예술인을 발굴해 다양한 시도로 성장시키자는 것이 김해문화재단 불가사리 프로젝트의 취지다. ‘극단 해연’은 불가사리 프로젝트를 잘 활용해 앞으로도 새로운 연극에 도전해보고자 한다. 작년에는 회현동소극장 이름으로 참여하여 연극 <분장실>을 선보였고, 올해는 ‘극단 해연’ 이름으로 <이웃집 쌀통>을 연기했다.

“작년에 해보고 너무 고마웠어요. 김해 지역에 있는 예술인들을 발굴해서 키워주고 또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한 공연장에 모아준 것이 굉장히 좋았거든요. 예술인들에게는 정말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일이에요. 내년에는 불가사리 프로젝트를 통해서든 아니든 옛날 연극을 올리려고 해요. 매년 공부도 할 겸 한 편씩 하고 연말에는 항상 3일짜리 공연을 하고요.” (이정화 회현동소극장 대표)

극장을 가지고 있는 극단이니만큼 쉼 없이 공연을 하는 것, 조금 더 연기를 잘하는 것이 ‘극단 해연’의 바람이다. 그런 배우들의 꿈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김해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관객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연극이니까. 김해 회현동에는 회현 동소극장이 있고 그곳에는 무대와 연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극단 해연’이 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주길 바란다.


작성일. 2023. 0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