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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 콘텐츠를 새로이 갈고 닦아 보석처럼 빛내다
가야오페라단 단장, 강동민
글.이슬안 에디터 사진.가야오페라단
땅속에 묻힌 지역 문화 콘텐츠를 발굴해서, ‘지역 창작 뮤지컬’로 빛낸
단체가 있다. 경남 지역의 예술인들과 오페라 애호가, 오페라에 관심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가야오페라단이다. 강동민 가야오페라단 단장이 말하는
<김해성 4일>이 갖는 지역 창작 뮤지컬의 의의와 창작 뮤지컬이
지역 문화에 불러올 기대 효과에 대해 알아봤다.

숨겨진 영웅들의 이야기 <김해성 4일>

가야오페라단은 창단 14년 만에 <김해성 4일>이라는 대작을 무대에 올렸다. “<김해성 4일>은 가야오페라단이 대본, 음악, 무대 전반에 걸쳐 12개월간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공연입니다. 극적 긴장감을 더한 다양한 플롯 배치와 배우들의 돋보이는 연기가 특징이죠.” 지역 민간 오페라단으로서 창작 뮤지컬은 창단 당시부터 갖고 있던 숙원이었다. “창작 뮤지컬 공연은 숱한 공연을 통해 내공을 길러야 하고, 대규모 단원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많은 예산이 들기 때문에, 민간 오페라단으로서는 감내해야 할 어려움이 컸습니다.” 어려움을 딛고 무대에 올라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김해성 4일>은 의병과 백성이라는 평범한 인물들이 마지막까지 성을 지키며 항쟁한 ‘소시민 영웅담’이다. “사충신과 김해성 백성들은 끝내 김해성 사수에 실패하며, 결국 전투에서 패배합니다. 바뀌지 않는 역사적 사실 앞에서 우리는 성공, 실패와 관계없이 여전히 기억되는 인물들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동민 단장과 가야오페라단은 <김해성 4일>을 통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웅으로 남는 것은 누구고, 무엇이 그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일까. “<김해성 4일>을 통해 진정한 영웅과 영웅적인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지역 창작 뮤지컬이 갖는 의의

강동민 단장이 생각하는 지역 창작 뮤지컬의 장점은 ‘친근감’이다. “지역 콘텐츠를 활용한 창작 뮤지컬은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50여 명에 이르는 출연진, 역사 속 이야기를 현대식으로 풀어가는 전개 방식이 지역 민간 오페라단으로서는 큰 부담이었죠.” <김해성 4일>은희소한 지역 뮤지컬의 창·제작 문화를 극복하고 잊혀있던 김해의 역사적 발자취를 재조명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지역 문화 콘텐츠는 지역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듯,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잘 보여주면 언젠가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출연 배우를 선발한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주연 4명은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국에서 선발했지만, 조연들은 별도로 김해 지역에서만 뽑은 것이다. “지역 예술인 수준을 높일 아주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김해 예술인들을 <김해성 4일>에 참여시키겠다고 결정했죠.”

지역 전체를 감싼 거대한 변화의 바람

강동민 단장은 <김해성 4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하다. 지역 콘텐츠의 발굴과 재조명이다. 지역 콘텐츠 중에는 좋은 재료들이 많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땅 속에 묻힌 경우가 있다. “묻혀 있는 콘텐츠는 직접 발굴해내지 않으면 언젠가 잊히고 말 겁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콘텐츠를 기억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강동민 단장은 그 수단으로 지역 창작 뮤지컬을 선택했다. “공연은 커다란 힘을 갖고 있습니다. <김해성 4일> 하나의 공연을 통해 임진왜란 당시 김해성에서 있었던 일과 사충신에 대해알 수 있다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김해성 4일>은 지난 11월 18일(금), 19일(토) 양일간의 공연으로 성대한 막을 내렸다. 공동 주최인 사충신호국기념사업회는 <김해성 4일>을 계기로 ‘사충신 의병장 의병 시민문화제’ 활성화, ‘사충단 호국성역화 사업’ 추진, ‘충효관 건립’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지역 창작 뮤지컬의 작은 움직임이 지역 전체에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가야오페라단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역 문화 발전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오페라인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무대에 올려 큰 호평을 받았죠. 이렇게 매년 그랜드 오페라 극을 한 편씩 올리며 지역민이 가진 문화에 대한 갈등을 해소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가야오페라단은 오는 12월 28일(수), 29일(목)에는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오페라 <토스카>도 선보인다. 앞으로도 김해는 물론 부산, 창원도 찾아 완성도높은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역 창작 뮤지컬인 <김해성 4일>을 많은 분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임진왜란 때 성을 지켰던 영웅들이 김해에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작고 사소한 시작도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역 창작
뮤지컬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지만, 지역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가능성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가능성도
갖는다. 지역 창작 뮤지컬인 <김해성 4일>을 시작으로
김해에 찾아올 변화들이 기대된다.
작성일. 2022.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