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시작한 그림
우연은 마법처럼 찾아와 삶을 바꿔 놓기도 한다. 우연히 참석한 반상회를 통해 그녀의 삶은 180˚C 달라졌다. “1998년이었어요. 반상회를 위해 찾은 이웃의 집에서 화선지에 곱게 쓰인 붓글씨를 보았지요. 집주인에게 이게 무엇이냐 물었더니, 서예 작품이라 설명해 주었습니다. 도서관 문화교실에서 배워서 직접 썼다고 했어요. 그 순간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강좌를 등록하고 3년간 서예를 배웠어요. 그러다 문인화 강좌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서예 대신 문인화를 수강하면서 그림과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일주일에 3번, 2시간 동안 만나는 문인화 수업에 푹 빠진 이동대 작가는 점점 그림에 대한 열정이 피어났다. “문화 교실에서는 수강생을 위해 가을마다 전시회를 개최했어요. 출품할 작품을 위해 그림을 그릴수록 욕심이 났습니다. 제가 완성한 그림을 본 문화 교실 강사님이 특별한 제안을 해 주셨어요. 자신의 스승인 구산 황복만 선생님을 모셔서 제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것이었지요. 놀라우면서 기뻤습니다. 저의 그림에서 취미 그 이상의 가능성을 발견해 주셨으니까요.”
문인화가로 인정받기까지
1년간 항복만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은 이동대 작가는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다. 첫 출품작이 2003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 부문에서 입선을 기록했다. “첫 출품이라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쟁쟁한 전업 미술가들이 많으니까요. 저는 전업주부이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온종일 그림만 그릴 수 없었어요. 일주일에 3번, 한 번 방문할 때 2~3시간 정도 작업하는 것이 작업 시간의 전부였습니다. 집중하고 또 집중했어요. 문인화는 수정이 불가능한 그림입니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하지요.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려면 같은 그림을 수십 번 그려야 합니다. 인내와 집중이 참 중요해요.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나’라는 존재를 잊을 만큼 작업에 열중했습니다.” 그녀의 열정은 그림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부산미술대전, 전국서도민전, 대한민국 서화대전 등 유명 대회에서 특선과 입선을 수상하면서 드디어 협회에 소속된 작가가 되었다. 첫 입선으로부터 15년 만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함께 문화 교실을 다녔던 친구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웃음)취미 생활이었기에 모두 그만둔 것이었지요. 다들 편하게 삶을 즐기고 있는데, 그림에 대한 중압감으로 나만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림이 다시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세상만사를 잊을 수 있으니까요.”
계속해서 이어질 작품 세계
이동대 작가는 다양한 작품을 완성했다. 문인화의 특징이 살아 있는 그녀의 작품은 많은 관람객에게 문인화의 매력을 전한다. “올해 3월 ‘덕업예찬’ 전시를 통해 다양한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특히 <8단 병풍>은 동물과 꽃이 어우러져 생동감이 넘칩니다. 제가 아끼는 작품 중의 하나이지요. 작품 <매화>는 나무를 그리기에 참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문인화는 사진을 참고해서 사실과 동일하게 그려내는 그림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마음속에 존재하는 매화를 단번에 그려내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의 시선이 중요합니다.” 관람객에게 다양한 시선을 선물하기 위해 이동대 작가의 전시회는 쉼 없이 계속된다. “올해 11월에도 2개의 전시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 소통하고 싶어요. 많은 분이 관람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