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search
다홍가야매듭 홍서현 명장
엮고 땋고… 매듭으로 만든 가야 역사

매듭 한 줄. 줄 하나가 엄지 검지를 수백 번 오가더니 앙증맞은 금색 거북이 하나가 완성된다. 매듭으로 만들어진 거북이는 액자에 담겨 작품이 되기도 하고, 핀을 달아 예쁜 브로치로 완성되어 옷을 빛낸다. ‘다홍가야매듭’ 홍서현(62) 명장은 매듭 한 줄도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 ‘2021년 김해시 최고명장’에 선정된 홍서현 명장을 만났다.

어릴 적부터 남달랐던 손재주

김해시 진례면 청천리 한 마을의 골목길을 지나자 ‘전통매듭’ 현판이 붙어있는 공방이 있다. 전국 유일 매듭 공예 부문 대한명인(제12-362호)이자 2021년 김해시 최고명장인 홍서현 명장의 공간이다. 공간 안은 빨강, 초록, 노랑 등 오색빛깔 매듭이 벽면에 장식돼 있고, 노리개, 브로치, 마스크 줄, 볼펜 등 매듭으로 만들어진 생활물품이 즐비하다.
홍 명장의 공방 안 물품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홍 명장은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좋았다. 그가 매듭을 손에 쥐기 시작한 건 1979년이었다. 홍 명장 나이 열아홉, 부산 국제시장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던 김영숙 선생에게 매듭을 배웠다. 도래매듭, 매화매듭, 국화매듭 등 홍 명장은 매듭을 배운 후 25년간 하루도 실을 놓지 않았다.
“경찰공무원이었던 남편이 산청으로 발령 나면서 시골에서 살았습니다. 오지였던 그곳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취미 생활이 매듭공예였어요.”
1992년 남편의 발령으로 김해에 터전을 잡았다. 김해에 자리 잡은 후 매듭 공예 자격증을 따고, 2003년 한민족 전통매듭 서울 본 협회 김해지부로 공방 문을 열었다. 공방은 2009년까지 김해시 동상동 전통시장 안에 있다가 2012년 김해시 진례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1979년부터 지금까지 43년간 홍 명장은 매듭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기본매듭 36가지를 응용해 매듭으로 가야 유물인 가야금관 등을 만드는 매듭 기법을 개발했다. 홍 명장의 손끝에서 가락국의 건국 신화가 담긴 구지봉을 닮은 거북 모양의 매듭이 탄생했다.

한국의 색채를 담은 매듭

김해시 공예품 대전이 시작했던 2004년부터 홍 명장은 꾸준히 창의적인 지역의 우수 전통공예품을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에서 수상했던 가야금관은 홍 명장이 박물관에 전시된 가야금관을 보고 약 8개월에 걸쳐, 수없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만들어진 걸작이다.
홍 명장은 “금실을 가지고 금관을 매듭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8개월간 실을 가지고 여러 매듭을 매보며, 금관의 치수를 똑같이 맞춰 매듭을 엮어 금관을 재현해냈죠. 가야금관으로 김해시, 경상남도, 대한민국 공예품대전까지 상을 많이 탔습니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 수상 성취감은 배가 됐어요.”라고 말했다.
다홍가야매듭은 ‘2011년 정부 조달청 우수업체’로 지정되고, ‘2012정부 조달청 문화장터 상품’으로 지정됐다. 홍 명장은 가야금관 외 에도 거북 모양, 순천만을 본뜬 브로치, 무궁화 브로치, 거북이 브로치 등 한국의 색채가 담긴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제품들은 각종 행사 때마다 외국 대사관 대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어느 행사에 참여했는데 외국의 대사들이 많이 왔었어요. 행사관계자가 천연 염색 스카프를 대사들에게 선물했는데, 스카프를 고정할 브로치가 없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매듭으로 브로치를 만들었죠. 행사 내내 제 손이 쉴 틈이 없었어요.”라며 회상했다.

매듭 공예 종합예술로 자리 잡길

오랜 시간 동안 매듭을 놓지 않은 홍 명장의 손가락은 지문이 없을 정도로 닳아 있다. 홍 명장은 긴 시간 동안 매듭 공예를 해 왔지만, 여전히 그에게 매듭은 즐겁고 새롭다.
“매듭만 온종일 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매듭을 하면 잡념이 사라지거든요. 시간이 얼마나 잘 가는지 몰라요. 긴 세월 매듭과 친구처럼 함께했지만, 시력도 여전히 좋고요. 허리 아픈 곳도 없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손에서 매듭을 놓지 않을 거예요.” 홍 명장은 매듭을 하며 느꼈던 즐거움을 많은 이들에게 나누기 위해 재능기부 활동도 하고 있다. 김해시 동상동에 있는 봉사단체 ‘징검다리’ 사무실에서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통매듭 공예 강의를 해왔다. 매듭으로 팔찌, 목걸이, 가방 장식을 만들며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져왔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강의가 잠시 중단된 상태다.
홍 명장은 “전국에 있는 제자들만 300여 명이 넘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매듭 공예의 즐거움을 널리 알리고, 제자들도 양성하고 싶어요. 더불어 매듭 공예에 가야의 문화를 녹이는 작업을 많이 할 계획입니다. 매듭 공예가 일상생활에 널리 쓰이는 종합예술로 자리 잡길 바라봅니다.”고 말했다.

글. 온윤 김예린 작가

다홍가야매듭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진례면 서부로476번길 36

작성일. 2022. 0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