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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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 1750, 김등용, 띠앗, 박우수리, 이선옥, 이혜진
예술의 향기 그윽한 마을을 꿈꾸다

웰컴레지던시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 공간이자 예술가와 지역 주민의 예술 협업 활동이 펼쳐지는 문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웰컴레지던시에 참여한 6인의 작가들을 만나 예술의 향기가 그윽하게 피어날 장유 무계동의 내일을 그려본다.

NFO
웰컴레지던시 참여 작가들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전시회
기간 2021년 7월 17일~31일
장소 장유 무계동 일대, 야외전시 형태로 진행

새로운 활력, 안정적 기반 기대
STUDIO 1750(김영현, 손진희)

시각 설치미술 작업을 주로 하는 STUDIO 1750은 회화, 조각, 음악등 다른 분야 작가들과 공동작업을 하고 싶어서 웰컴레지던시에 참여하게 됐다. 여럿이 모인 공간에서 다른 작가들로부터 활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웰컴레지던시에 선정되어 정말 기쁩니다. 많은 지역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작업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입주 후에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빛나는 조각’이라는 설치미술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STUDIO 1750이 선보일 작업은 업사이클링 설치미술 프로젝트로서, 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과 동시에 진행된다. 어린이들이 집에서 사용하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이용해 바닷속에 사는, 또는 살고 있을 법한 생명체를 만들면 그것을 작가가 준비한 조형물에 설치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플라스틱으로 바다가 오염되고 있는 상황을 널리 알리고,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조금이나마 줄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작가는 ‘김해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미술가의 길을 걷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처음으로 미술 전시를 열게 해준 고마운 곳’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김해에서 이 같은 지역 연계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되어 많은 작가들이 보다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무계동의 역사와 함께하다
김등용

부산에 살고 있는 김등용 작가는 자연과 도시가 함께 있는 김해의 매력에 반해 웰컴레지던시 참여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웰컴레지던시를 통해 김해의 새로운 환경을 만나 영감을 얻고, 예술을 삶의 현장 속에서 실천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무계동에는 장유중앙교회라는 오래된 교회가 있습니다. 그곳은 과거 주민들이 직접 하천에서 돌을 나르고 쌓아올려 만들어낸 것으로 마을의 상징적인 건물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는 마을 주민들이 합심하여 교회를 건축했던 과정을 예술적으로 현재에 재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돌을 나르는 행동을 직접 지시하거나 부탁할 순 없는 일이다. 대신 농구 골대와 같은 구조물을 설치하여 사람들이 골대를 향해 돌을 던져 골인을 시키고 싶은 충동을 유발하여 작업을 완수하고자 한다. 이 외에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우리 마을 수집하기’라는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어린이들이 장유 무계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옛 마을의 흔적을 수집하고 투명 레진을 활용해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게 하는 프로젝트다.
“자연을 많이 느낄 수 있는 무계동에서 작업하게 되어 즐겁습니다.
레지던시가 끝난 이후에도 김해라는 장소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하고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환경보호와 함께하는 공공예술
띠앗(이은경)

띠앗은 지난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에서 주최한 ‘신나는 예술 여행’ 행사에서 가야 건국설화와 ‘구지가’를 테마로 마당놀이극과 클래식 공연을 기획하여 선보였던 지역 문화예술단체다. 웰컴레지던시는 다른 공모 사업과 달리 작가의 개인적인 예술 활동보다는 공공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획이라는 점에 큰 매력을 느껴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저희는 지역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재활용품을 활용한 ‘The live 무계가든’을 준비 중입니다. 버려지는 물건이나 재활용 가능한 물건들의 기억과 기록을 소개하고 그곳에 식물들을 심어 지역민들이 지속 가능한 환경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선착순 100명으로 한정하여 그들에게 ‘무계가든 지도’를 주어 전시장 밖을 거닐며 보물찾기 하듯 유물, 자연유산, 풍경 등을 그려 넣어 현장에서 바로 전시하는 미션을 계획 중이다. 또한 현장에서 화분 종이접기를 하고 씨앗과 흙을 가져다가 심는 관객참여형 퍼포먼스도 준비 중이다. “이번 웰컴레지던시 활동을 통해 김해지역 주민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환경보호 이벤트를 공공예술로 펼쳐 내, 지역과 지역 주민을 연계하고 지역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싣겠습니다.”

다른 작가들과의 소통이 큰 힘
박우수리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드로잉을 기반으로 한 회화 및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 왔던 박우수리 작가는 김해라는 지역의 자연과 깊은 전통에 매력을 느껴 이곳에서 다른 작가들과 소통하며 작업할 수 있는 웰컴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웰컴레지던시 입주 후에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판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강의, 현장체험, 지역 주민들과의 대화 등을 통해 무계동과 관련된 이야기를 수집한 뒤, 이러한 이야기들을 판화 기법을 이용해 천 위에 찍어내는 형태로 전시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웰컴레지던시에서 그는 오랫동안 전문적으로 작업 해온 다른 작가들과 소통하며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었다고 전했다. 작가가 아트 커뮤니티에서 소통 없이 고립된 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은 꽤 외롭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고. “이미 ‘마음 이야기 드로잉북 만들기’ 프로그램을 6월 5일에 진행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직접 자신들이 만든 이야기를 드로잉으로 표현하여 한 권의 책을 만드는 활동이었습니다.” 그는 올여름 네 번째 드로잉북을 출간할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드로잉을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키며 작업 활동을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영감을 얻다
이선옥

이선옥 작가는 올해 초 웰컴레지던시 근처 카페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우연히 ‘현대도시’의 모습에 대한 자신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풍경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그는 무계동에서 개발되기 전의 도시, 동네, 마을, 땅의 모습에 대해 상상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고자 웰컴레지던시에 참여하게 되었다. “사라지는 과정에 있는 집과 건물, 그 잔해들과 빈공간이 주변에 남아있는 것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일시적인 풍경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지역과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가는 식물들을 관찰하여 개체 하나하나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리면서 동시에 이들이 서식하고 있는 장소적 맥락이 잘 드러나도록 표현하려고 합니다.” ‘공공예술 프로젝트’ 전시회에서 식물 드로잉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하는 그. 이를 위해 보도블럭이나 건물 틈새에 자리 잡고 있는 자생식물들을 찾아서 그리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그려요’라는 인물화 수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웰컴레지던시에서 정기적인 작가회의, 워크숍 등을 통해 좀더 다양한 관점에서 자신의 작업을 다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또한 자신과는 다른 작업을 하는 작가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것도 즐겁다며, 웰컴레지던시에서 향후 작품활동에 대한 강한 의욕과 동기부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마을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나가길
이혜진

이혜진 작가는 서울에서 생활한 이후 정주하는 공간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웰컴레지던시를 계기로 타 지역에서도 작업해보고자 지원을 했다고 한다. 그는 지역 활동가와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고 이를 회화 및 설치작업으로 옮기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웰컴레지던시에 입주한 후에는 ‘무계기행’이라는 작품을 준비 중 입니다. 지난 5월 무계동에 왔는데 큰 나무와 길가에 핀 꽃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을의 풍경 속에 원산지가 각기 다른 식물들이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릴 예정입니다.” 또한 같은 ‘무계기행’이라는 제목으로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는 아이들이 마을을 기행하며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여 전시하는 프로젝트다. “무계동은 오래된 집, 정자나무, 다양한 야생화 등이 공생하는 매우 정겹고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이런 곳에 머물면서 지역 주민들과 문화예술 경험을 공유한다면 작가로서 의미 있는 작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웰컴레지던시에서 한 작업들이 마을에 남겨져 다양한 마을이야기가 재생산되고 무계동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또한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무계동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계속 기록하고, 지역사를 기반으로 한 여성 및 생태운동에 대해 탐구해나갈 계획이다.

글. 신삼후 에디터 작성일. 2021. 0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