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앙상블 공연 피아노 연주자, 합창단 반주자로 활동한 지 올해로 10년째다. 클래식 악기 전공자라면 연주자로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필자 또한 그랬으며, 현장에서 활동하며 만났던 연주자들의 삶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클래식 음악에는 다양한 전공이 있다. 피아노, 오르간, 현악(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하프), 관악(피콜로, 플루트, 클라리넷, 오보에, 호른, 바순, 트럼펫, 트럼본, 튜바, 색소폰), 타악기, 성악(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베이스), 그리고 작곡 전공까지. 몇십 년 동안 악기를 다루고, 연주하고, 음악을 만들며 대학교, 대학원 공부에 이어 유학까지 다녀온 전공자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들 모두 연주만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될 만큼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연주 이외에 레슨, 교육, 강연이나 전공을 활용한 부수적인 일을 해야 한다. 더구나 작년 코로나19 상황은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내 몰린 경우도 자주 목격될 만큼 모두 힘든 시기를 겪었다.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연주자로서 활동을 시작할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이전에 비해 클래식 음악 공연은 활발해진 편이고 단체와 관련된 공모 사업, 지원 사업도 증가했다. 또한 김해는, 20년 이상 이어온 굵직한 단체들이 꾸준히 공연해오며 클래식 음악의 기틀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후배 음악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많이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러 주지 않으면 무대에 설 수 없는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고 음악인으로서 무대에 더 집중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과 고민들이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 직접 동료 음악인들에게 무대를 만들어주는 문화기획자로서 활동을 넓히기로 하고 그 방법을 모색했다.
먼저 김해에 존재하는 클래식 음악 관련 공연 단체와 그들이 보유한 공연 콘텐츠들이 무엇인지 파악하며 문화기획자로서의 기본지식을 얻기 위해 예술경영 전공 석사과정을 밟았다. 기존에 결성된 단체의 운영을 맡아 공연 콘텐츠와 무대를 만들었고, 예술단체를 창단하여 운영했다. 또한 지역에 공연 단체 외에 다양한 예술문화 단체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예술문화 이외의 지역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김해문화가 일어나는 다양한 문화 활동에 참여하면서 지역의 문화 활동가 선배들에게 문화사업 기획과 운영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이후 클래식 전공을 기반으로 김해문화재단의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인 ‘왕릉문화살롱’, 시민문화기획공모사업 ‘문화가 있는 날’ 등 지역문화 사업들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차츰 문화기획자로서의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다.
이렇게 활동을 하다 보니 지금껏 필자가 알던 예술은 작은 한 부분이며 많은 문화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지역에 존재하고, 알면 더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우리 시뿐만 아니라 경상남도, 경남문화예술진흥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지역 예술가들에게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모 지원 사업들이 여럿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라에서 지원하는 지원금에 100% 의존해서는 안 되겠지만, 아직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많은 예술가들이 잘 활용하면 꾸준히 활동하면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시에는 김해문화의전당의 마루홀(대극장)과 누리홀(소극장), 서부문화센터의 하늬홀(중극장)과 진영한빛도서관 공연장 등 다양한 규모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공연장이 많다. 최근에는 비대면 공연지원사업 등과 같이 무대에서 직접 관객과 마주하지 못하더라도 공연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사업들도 생겼다. 이러한 지원 사업들을 우리 지역 예술가들이 잘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많은 예술인들이 정작 이러한 제도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이따금씩 목격하기도 한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김해시 지방보조금 사업(문화예술과), 경상남도 소규모예술단체 지원사업, 경남메세나협회 매칭펀드 지원사업,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역문화예술육성 지원사업 등이 김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가장 접근하기 좋다. 보통 전체 예산 규모와 한 단체당(또는 개인당) 지급 최소~최대 지원금이 명시되어 있고 약 몇 팀을 선정한다는 내용인데, 선정 결과를 보면 사업 기획·운영의 노하우 차이 때문인지, 그 사업을 잘 알지 못해서인지 신생 예술단체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예술단체의 다양화와 그들의 육성을 위해서라도 사회에 첫 진입하는 청년 예술인, 청년 단체, 신생 단체에게 일정 비율만큼 선정해주는 것이 좋겠다. 총 10팀을 선정한다면 최소 2팀 정도는 처음 시작하는 팀에게 지원해주고 그들에게 첫발을 디딜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면 하는 바람이다.
청년 예술인들도 본인들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스페셜리스트를 갖춘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본인에게 맞는 사업 공고를 찾거나 기획서 쓰는 방법, 예산 편성 방법, 예술인 지원 제도 등을 직접 찾아보고 도전해야 한다. 당해 연도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공모 기간은 상이하지만 이 시기에 각 홈페이지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코로나19로 조건이 일부 완화된 사업들, 신설 사업들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예술인지원금, 예술인지원사업 등이 생겨났고, 김해시의 예술인을 위한 활동 지원금 제도, 김해문화재단의 코로나19 재난극복을 위한 예술인 지원사업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진행하고 있는 등 우리 지역에서도 예술인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사업을 마련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선배들께서 지역의 클래식 음악과 문화를 지켜주신 만큼 연주자로서 꾸준한 활동뿐만 아니라 문화기획자로서 후배 음악인들의 무대 마련을 위해 힘쓰고자 한다. 2018년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 2019년 문화도시예비사업, 2020년 또 한번의 문화도시예비사업에서 문화도시실험실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문화에 대한 애착이 깊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지역의 예술,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자 한다.
2021년, 김해가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어 매우 기쁘고 54만 김해시민 모두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아트매니지먼트 이랑 대표 (사)한국음악협회김해지부 기획이사 김해문화의전당 상주단체 기획자 경남청년음악인협의회 사무국장 김해젊은아티스트네트워크 G.A.P. 멤버
작성일. 2021. 0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