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고 역동적인 곡선, 당당하면서도 은은한 광채를 발하는 자태. 허건태 명장이 금속공예로 쌓아올린 가야의 아름다움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손을 대야 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 마침내 활짝 꽃피운 가야 문화의 정수를 만나러 가보자.
찬란한 가야의 문화를 알리다
김해시 수로왕릉 앞에 위치한 다이아나 귀금속전문점. 이곳에는 가야 시대 유물인 파형동기, 곡옥 등을 모티브로 한 목걸이, 귀걸이, 타이슬링 등의 금속공예 작품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다. 지난해 김해시 금속공예부문 최고명장에 최초로 선정된 허건태 명장의 작품들이다.
“파형동기는 우리 김해의 소중한 보물입니다. 옛 가야 사람들은 바람개비 문양을 전쟁, 의례 등 다양한 곳에 사용했습니다. 바람이 ‘기(氣)’를 상징하기 때문에 좋은 기운으로 자신을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방패에 부착했죠. 또 혼례와 같은 좋은 일이 있으면 하늘에 던져 올려 조상들에게 알리곤 했습니다.” 작품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는 그는 지난 2010년부터 가야 유물인 파형동기를 모티브로 하여 ‘가야를 지키는 태양’이라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허왕후의 후손이라서 그런지 옛날부터 가야 유물을 볼 때마다 친근감이 들었다. 또한 김해시에 살고 있는 금속공예가로서 가야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다고 한다.
“한 번은 축제 때 김해에 관광을 온 일본인이 곡옥 모양의 목걸이를 차고 다니는 걸 봤어요. 일본에서 가야에서 건너간 파형동기, 곡옥 등이 많이 출토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들이 이미 그런 유물을 응용해 일상용품으로 쓰고 있는 것에 반해, 당시 김해에서는 그런 관광상품조차 없다는 것에 충격을 받아 저라도 이걸 꼭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될 때까지 해보자는 정신으로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타이슬링 작품 ‘가야를 지키는 태양’, 다기작품 ‘장군차를 담은 매화’ 등은 2010년 경상남도 관광상품공모전 대상, 2013년 경상남도 공예대전 대상, 대한민국 공예대전 장려상, 2017년 경상남도 공예대전 장려상을 받는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마침내 지난해에는 ‘2020년 김해시 최고명장’으로 선정되는 쾌거까지 기록했다. 그의 작품은 전문가들로부터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창의적인 것인데다가 마무리까지 세밀하게 잘 되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공예를 시작하고 나서 어느 정도 단계에 오른 지금, 교수님들이나 김해시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이 개인적으론 큰 영광입니다. 명장이 된 만큼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작업하고 공부하고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금속은 단단해서 다루기 어렵고 재료비도 비싸기 때문에 금속공예에 도전하는 사람은 많지않다. 그러다 보니 기술 공유도 어렵고 장비도 갖춰진 것이 별로 없었다고. “금속공예는 뭐든 혼자서 스스로 깨우쳐야 했어요. 부산에 금속공예를 하시는 분이 있으면 배워볼까 했는데 그런 분을 찾지 못했죠.
은장도도 김해에서 제가 처음으로 만들었는데 (필요한 도구가) 광양에 있다고 하더군요. 제가 거기까지 갈 수 없으니 연장도 직접 만들어 써야 했지요. 될 때까지 해보자 해서 결국 완성시켰습니다.”
늘 함께해주는 아내에게 감사해
그는 정교한 기술을 연마하는 것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는 데도 많은 공을 들인다. 특히 아침에 등산을 할 때 다양한 동식물에서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잡다한 일을 하면서 물에 드리운 낚싯대에 늘 신경이 가 있는 낚시꾼처럼, 머릿속으로는 늘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으면서 동시에 일상사를 처리하고 있다고. 그러다 한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메모장을 꺼내 작품 스케치를 한다. 그렇게 그는 하루 24시간 내내 작품에 몰두한다.
허건태 명장은 아내 김해경 씨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금속공예라는 어려운 작업을 하면서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부족한 점을 메꿔 주는 아내가 늘 고맙다. 힘들면 어깨도 서로 주물러주니 부부 사이도 더욱 돈독해졌다고. 그는 앞으로도 계속 가야의 문화를 금속공예로 표현하는 일에 정진하겠다며 다음과 같은 포부를 들려주었다.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는 올라가보겠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가진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조만간 국내에서 개인 전시도 하겠지만 가야의 동양적인 느낌을 담은 작품들을 가지고 서양에 나가서 한번 전시를 열어보고 싶은 것이 저의 마지막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