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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가야무용단 최선희 단장
가야의 춤을 세상 끝까지

서울 노량진에서 살았던 ‘서울 사람’이 가야와 허황옥에 빠져 이제는 ‘김해 사람’이 다 되었다. 김해 문화의 정수를 담아낸 ‘가야의 춤’으로 주목받으며 오페라 <허왕후>의 안무를 맡게 된 최선희 단장. 그리고 다양한 배역으로 오페라에 깊이를 더해줄 열여섯 명의 무용수들은 지금 행복한 설렘으로 무대에 오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직선과 곡선의 아름다운 만남

최선희 단장은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인천시립무용단에서 상임단원으로 활동했다. 전국 무용제에 출연하여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서울 무용제에 출연해 대상을 수상한 실력파 무용가다. 결혼으로 김해에 내려와 정착한 후에는 가야 문화와 허황옥에 매료되어 2006년 ‘최선희가야무용단’을 창단한 후 지금까지 김해 무용계의 중심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우선 김해라는 도시가 주는 따뜻함과 에너지가 좋았어요. 그리고 지역 시인 박경용 선생님(김해가야스토리텔링협회 회장)에게서 가야의 설화와 허황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가야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죠. 이걸 춤으로 승화시키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어요.” 그때부터 ‘허왕후가 추었던 가야의 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얼마나 아름다웠을까’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 후 다양한 시도 끝에 인도 춤에 한국 전통무용을 접목시킨 ‘가야의 춤’이 태어났다.

“인도 춤은 발재간과 손동작이 화려한 직선의 춤이라면 우리 전통무용은 아름다운 곡선으로 유명하죠. 그 둘을 접목시켜 인도의 직선과 한국의 곡선을 조화롭게 넘나드는 가야의 춤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2006년도 김해여성복지관에서 〈오! 나의 황옥이여〉라는 무용극을 올린 후부터는 김해 지역에서 가야 및 허왕후와 관련된 거의 모든 무용 공연에는 최선희가야무용단이 참여했다. 그러니 오페라〈허왕후〉의 제작진이 최선희 단장에게 안무를 맡긴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깊이 있는 내면 묘사로 감동 선사

이번 오페라 〈허왕후〉에 최선희 단장이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우선 김해지역의 재능 있는 인재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질 수 있는 큰 무대라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르다. “김해에서 아무리 열심히 제자들을 길러놔도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없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허왕후〉라는 큰 무대를 계기로 김해를 중심으로 많은 무용가들이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치리라 기대합니다.”뿐만 아니라 좋은 대본과 훌륭한 음악, 완벽한 무대 세트 및 의상이 다 갖춰진 상태에서 공연을 하게 되어서 더욱 설렌다고.

단독으로 무용극을 하면 아무래도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무대, 의상, 음악 등에 아쉬운 부분이 많기 마련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걱정 없이 춤의 완성도에만 집중할 수 있어 행복하다. “또한 허왕후 역을 맡은 주연배우 말고도 허왕후의 ‘영혼’ 역을 맡은 무용수가 따로 있다는 점이 이번 공연의 큰 특징입니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좀 낯설어하실 수 있겠지만, 허왕후의 내면 심리를 무용으로 심도 있게 표현할 수 있어서 더욱 큰 감동을 선사할 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무대 위에서 더욱 빛나길 기대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으로 연습하는 것이 어려운 숙제였다. 연출가가 무대 배경, 음악, 배우의 동선 등을 메신저로 보내주면 최선희 단장이 그 장면에 맞는 안무를 짠 뒤 연습 영상을 다시 메신저로 보내주고 피드백을 받는 방식이었다.

“아직 전 출연진이 한 무대에서 합을 맞춰볼 기회조차 없었지만 비대면으로는 더욱 긴밀하게 연락하고 수시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어요. 전체 출연진들이 모여서 다 함께 연습을 하게 될 3월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저희 무용수들의 사기는 지금 최고 입니다.”

단독 무용극에서는 무용수들이 주인공이었지만 지금은 오페라 배우들의 좋은 배경 역할을 하는 것이 조금 다른 부분이라 말하는 최선희 단장. 주인공도 중요하지만 그 배경도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아름다운 병풍 같은 안무’가 되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또한 〈허왕후〉 공연이 성공하여 장기 롱런할 수 있게 되면 전국 순회공연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도 가야의 춤이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최선희가야 무용단은 이미 스페인에서 공연을 해 극찬을 받은 바 있었다. 그렇기에 가야의 춤은 해외 관객들에게도 꼭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바람을 시민들에게 전했다.

“그때 해외 관객들이 보내준 열광적인 호응을 더욱 많은 제자들에게 경험시켜주고 싶어요. 이번 〈허왕후〉를 계기로 지역 예술인들에게 더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가야의 춤과 김해 문화의 아름다움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게 지속적인 성원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글. 신삼후 에디터 / 사진. 권순일 포토그래퍼 작성일. 2021. 0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