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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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의 꿈을 담은 목소리, ‘가야오페라단’
묵직한 울림으로 위로와 공감을 노래하다

우리나라의 오페라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오페라의 본고장인 유럽에 젊은 성악가들이 많이 나가 있을 정도로 그 수준이 많이 향상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오페라를 어렵다고 여기는 사람이 아직 많다.

생각해 보자. 저녁 데이트 코스로 ‘뮤지컬 보러 갈까?’라고 제안하는 사람은 있어도 ‘오페라 보러 갈까?’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은가. 서양에서는 오페라를 보는 것이 우리가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흔한 일인데 말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이 오페라를 대중적이지 않은 오로지 ‘예술’ 영역의 것, 일부 전공자들만의 것이라 느끼는 것이리라. 또, 타 예술 공연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오페라 공연이 많이 열리지 않는 것도 우리와 오페라를 멀게 한 요소일 것이다. 그마저도 대부분의 공연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 속 경남 지역에서 오페라의 꽃을 피운 이들이 있다. 지역 공연단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재미와 감동, 소통이 넘치는 공연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야오페라단’이다. 가야오페라단의 강동민 단장은 2008년부터 가야오페라단을 창단해 지금까지 이끌어 오고 있다. 그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김해 오페라의 불을 댕기다

가야오페라단은 경남 지역의 예술인들과 오페라 애호가, 지역 유지들의 뜻을 모아 지난 2008년 창단한 문화 예술 단체다. 지역의 잠재된 문화 역량을 오페라를 통해 표출하고, 이를 통해 김해가 우수한 문화도시로 발전하는 데 초석이 되고자 했다. 강동민 단장을 중심으로 여러 단원이 힘을 모아 결성됐다. “가야오페라단은 지역 예술인과 성악가들이 함께 소통하며 지역의 문화 예술 정체성을 확립하고 개선하려는 사명으로 출발했습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오페라를 즐길 수 있으며, 동시에 지역민들에게 오페라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를 바랐습니다.”

가야오페라단에 대한 소개처럼 활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도 그와 유사했다. 강동민 단장이 말을 이었다. “예전에는 김해가 문화 예술 공연계의 불모지와 같았습니다. 김해 시민들은 정식 오페라 공연을 볼 수 없어 부산, 창원 등으로 공연을 찾아 떠나곤 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김해가 중심이 되어 김해로 공연을 보러 오도록 만들어 보자!’라는 마음을 모아 김해의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 단체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오페라 공연을 할 수 있고 최고의 시설을 갖춘 김해문화의전당도 있으니 두려운 것이 없지요. 가야의 전통을 계승하고 순수 예술을 지향하는 가야오페라단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함께하고 학생들을 양성하며 우리지역 인재 발굴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존재 이유를 느낄 때

가야오페라단은 철의 왕국이었던 가야의 뿌리 깊은 역사와 예술의 향을 이어받아 이를 오페라로 널리 펼치고자 한다. 종합 무대 예술인 오페라는 수많은 사람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작품이다. 성악가와 연출가, 오케스트라, 무대 제작자, 예술 감독, 합창단, 무용수 등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한데 모인다. “좋은 노래와 무대 연출로 관객분들께 감동과 환희를 드리기 위해 땀 흘린 시간은 이루 셀 수 없습니다. 오페라가 ‘정말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그런 만큼 좋은 공연을 하고 관객분들로부터 박수와 찬사를 받을 때면 그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그런 얘기를 자주 합니다. ‘우리,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참 소중한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말입니다.”

“오페라는 다인원이 무대를 오르는 만큼 한 편의 공연만 하더라도 준비 과정이 만만찮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비용도 상당히 많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는 예술 단체를 운영하는 데 아직 힘에 부치죠. 하나의 무대이지만, 많은 분이 각자의 분야에서 애써주기에 종합 무대 예술의 형태를 띨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 정식 지역 예술 단체가 만든 오페라 공연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김해 유수의 기업들과 행정 기관들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합니다. 시민분들께서도 우리 지역에 얼마나 대단한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있는지를 공연으로나마 인지할 수 있으니 더욱 절실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13년 동안 한 번도 포기를 안 했습니다. 시민분들께 큰 울림을 주겠다는 가야오페라단의 오래된 생각 때문입니다. 저희, 이렇게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가야오페라단, 오페라의 기준을 새롭게 하다

가야오페라단은 2008년 창단 기념 음악회 <4소프라노&4테너>를 시작으로 김해문화의전당에서 다양한 오페라 공연을 여러 차례 해 오고 있으며, 한국지역난방공사 김해지사도 자주 찾아 음악으로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작년에는 최초의 한국형 오페라인 <춘향전>을 선보였다. “<춘향전> 무대는 김해 시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오페라를 보다 쉽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희에게도 색다른 시도라 재미있게 준비했습니다. 더욱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한국형 창작 오페라를 보여 드리기 위해 꾸준히 연습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많은 이에게 좋은 소식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따스한 봄기운 가득한 신춘음악회로 관객들을 찾아뵐 예정입니다. 오는 8월 경에는 <그랜드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로 인사드릴 겁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내가 사는 이 지역, 우리 집 가까이에서 대단한 오페라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감동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참 행복합니다. 그리고 관객분들이 공연을 관람해 보니 오페라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고 말하실 때면 그간 힘들었던 사정이 봄눈 녹듯 사라집니다. ‘오늘 내 가슴 한편이 저릿했다, 내년에도 꼭 찾아 오겠다’라는 평을 듣는데 어찌 저희가 더 힘을 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소리인 목소리를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며 관객분들과 함께 울고 웃는 것이 오페라 입니다. ‘당신을 위로합니다’라는 말보다 한 소절의 진심을 담은 노래로 사람들을 계속해서 위로하고 싶습니다. 관객들의 박수가 아깝지 않은 예술 단체로 더욱 성장하겠습니다.”

강동민 가야오페라단 단장 / 글 이채린 에디터 / 사진 제공 가야오페라단
강동민 가야오페라단 단장 / 글 이채린 에디터 / 사진 제공 가야오페라단 작성일. 2020.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