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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봉황 남효진 대표
김해를 더 젊게, 재미있게!

“생각보다 성과가 좋았어요. 그래서 더 감사하게,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해의 미술 작가이자 ‘레트로봉황’을 운영하는 문화 기획자 남효진 대표를 만났다. ‘대표님에게 예술이란 무엇입니까?’ 인터뷰에 술술 잘 대답하던 그녀가 가장 머뭇거린 질문이었다. 남 대표에게 예술이란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손에 잡히지 않는 ‘여운’처럼, 그렇게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애틋한 것이다.

도자 설치 작업 작가이자 ‘레트로봉황’을 운영 중인 남효진 대표는 198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창원대학교 미술학과 조소 전공, 대학원을 졸업했다. 김해와는 연이 없어 보이는 그녀가 김해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게 된 사연은 간단했다. 출생지와 대학 시절 오가던 곳이 타지였을 뿐, 유아기 때부터 남 대표가 줄곧 자라온 곳은 김해였기 때문이다. 지역 ‘김해’를 이야기할 때 그녀의 두 눈은 누구보다 청명했고, ‘김해에 관한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라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지역 문화를 이야기하려면 우선 그 지역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남 대표. 그녀에게 김해는 그녀가 문화를 이야기할 때 늘상 든든한 재료가 되어주고 있었다.

예술인이라고 하면 어릴 때의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 같지만, 남 대표에게 예술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해오는 것이었다. 딱 한 가지, 호기심만큼은 많았던 아이였다. 대학생 때는 교환 학생 신분으로 일본 나가사키로 갔는데, 나가사키 지역 문화를 녹인 내용으로 워크숍을 개최하는 교수님을 통해 지역 문화의 신선함을 접하게 됐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모티프가 되어준 것 같기도 하다고. ‘우연’이 만들어낸 여러 경험이 지금의 ‘남효진 대표’를 있게 했다. “제 안에 문화란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것 같아요.”

남 대표가 레트로봉황을 설립하게 된 건 개인 작업실이 필요해서였다. 대학원 졸업 후, 교내의 실기실을 비워야 했는데 작업물도 많고 이어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했다. 이후 2017년 11월, 남 대표의 개인 작업실 ‘레트로봉황’이 봉황동에 생겨났다. 하지만 남 대표가 선호하는 작업은 개인 작업실에서 홀로 행하는 게 아닌 협동적이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예술적으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전시를 꾸려 나가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남 대표의 바람은 생각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2019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공모한 레지던스 사업에 선정, 새로운 모습의 ‘레트로봉황’으로 변신한 것이다. “문화적 허브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창원에서 대학을 다녔던 것도, 김해에는 예술 대학이 없거든요. 물론 김해에는 김해문화재단 같은 기관이 있지만 공공 기관에서는 할 수 없는, 색다른 시도를 하는 예술 단체·공간이 있으면 김해가 문화적으로 더 윤택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개인 작업실로 오픈한 지 2년의 시간이 흐른 2019년 여름, 레트로봉황은 더 많은 청년 작가들로 북적이는 문화 공간으로서의 둥지를 텄다.

레트로봉황은 옛것을 뜻하는 ‘레트로(retro)’에 사무실이 있는 김해 봉황동의 ‘봉황’을 땄다. ‘레트로’는 봉황동이 원도심이기에 특유의 예스러움을 표현했으며, ‘봉황’은 봉황동이라는 뜻 이외에도 상서로움, 부활을 뜻하는 봉황새의 긍정적인 의미도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원도심에 젊은 작가들이 문화의 꽃을 피우고자 하는 포부를 담았다. 공모 사업에 선정되던 해인 2019년에 레트로봉황은 내동으로 이사를 왔다. 접근성이 좋고 김해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봉황동을 두고 이사를 온 이유도 남 대표의 문화적 가치관과 관련이 있다. “내동도 원도심이에요. 봉황동의 활기도 좋지만 골목길에 여러 점포가 들어서면서 저희가 프로그램을 개최할 때 방문객들이 주차가 불편했던 점도 있었고, 제가 생각하는 여유가 조금은 사라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더 많은 이들이 예술문화를 가까이서, 더 간편히 접할 수 있다면 그녀는 다소 번거로워질지라도 긴 고민이 없다.

2018년, 남 대표는 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레트로덕천’과 함께 낙동강문화관 전시실에서 <낙동강프로젝트R(Retro)>를 선보였다. 이는 그녀가 예술인으로서 도전한 첫 예술 활동이라 뜻깊다고. 또, 한 번도 전시를 개최한적 없던 공간에 과감히 문을 두드린 남 대표의 순수함이 묻어난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일방적으로 구두 계약을 취소당한 황당한 경험을 재미있게 재해석한 2018년 개년 전시 <구두 계약, 했었다>도 진행했다.

다음해인 2019년, 남 대표는 본격적으로 레트로봉황을 이끌면서 여러 행사를 개최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시민들에게 작업실 공간을 개방한 오픈 스튜디오 행사인 <G PROJECT>, 미래하우스를 대여하여 전시한 <GG아트쇼>, 수릉원에서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선보인 <GG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마을미술프로젝트에서 행정 기획 작가로도 활동을 펼쳤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지역민의 일상 공간에 마을의 이야기를 담아 문화로 지역을 재생시키는 공공사업이다. 레트로봉황은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개막식 부대 행사에 지역 청년 작가들과 함께 참여했다. 폐터널로 남아 있던 생림면 마사1구의 모정굴은 전시장으로, 터널 앞 광장의 컨테이너는 교육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했다.

잇대어 예술 활동을 펼친 덕에, 레트로봉황은 2020년 또한 레지던스 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고 다양한 프로그램 주최 및 참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김해의 목욕탕에서 개최한 이색적 전시 <무한정화>가 있었다. 김해의 소설가 김원일의 『깨끗한 몸』에서 영감을 받아 여러 의미의 ‘정화’를 주제로 구성한 전시다. 레트로봉황은 (재)김해문화재단의 ‘비대면 공공예술 기획 사업’에도 선정됐다. 코로나19를 예술 콘텐츠로 치유하는 디지털 전시인 <Exhibition Film: 자연, 환경, 치유>로, 레트로봉황의 입주 작가 5명이 각자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을 7월 말부터 유튜브 채널 ‘레트로봉황’에서 제공하고 있다. 레트로봉황은 오는 8월 26일(수)부터 9월 2일(수)까지 아트 페어, 8월 6일(목)부터 8월 12일(수)까지 ‘여성과 인권’을 주제로 한 레트로 덕천과의 교류전 <W 프로젝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남 대표는 앞으로도 예술인으로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목표다. 보수적 요소, 말하고 싶지만 섣불리 꺼내 보이기 부담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잘 풀어내는 것이 자신의 오래된 역할이라고 말한다. 김해의 젊은 예술인으로서 대중적이고, 더 친근하게. 더 많은 이의 예술에 대한 ‘관심’을 끌어낼 수 있도록. 그것이 오늘도 그녀가 자신에게 쥐여준 숙제다

글·사진 이채린 에디터 작성일. 2020. 0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