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search
삼중생활의 주인공, 수필가 양민주를 만나다
30년의 인생을 기록한 수필집 <아버지의 구두> 저자 양민주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데 제 글이 작은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원종린수필문학작품상, 김해문학우수작품집상에 이어 올해 10월, 경남문협우수작품집상의 영예를 안은 굴지의 작가는 바로 30년간 인제대학교에서 교직원으로 재직 중인 ‘과장님’ 양민주다. 그는 지난 2013년 30년의 인생 기록을 집대성한 수필집 <아버지의 구두>(2013)를 발간하고, 시집 <아버지의 늪>(2016)과 두 번째 수필집 <나뭇잎 칼>(2019)을 선보이는 등 어느덧 김해를 대표하는 문인이 되었다. 교직원인 동시에 시인이자 수필가라는 세 가지 이름표를 가진 양민주는 이중생활을 넘어 ‘삼중생활’을 하고 있다. 책 속에는 그만의 섬세한 감성이 담겨있다. 문장과 표현마다 삶에 대한 애정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아버지, 어머니, 장모님, 장인어른 등 육친을 다루고 있다. 그의 글을 읽으면 가족 간의 사랑과 행복이 떠오르면서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이유다.

늦깎이 문인, 30년의 세월을 기록해 등단하다

양민주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편지글로 마음을 표현하는 데 익숙했다. 고등학생 때는 백일장에서 <적당한 바보>라는 작품으로 학교에서 상을 받고, 학보사에 기고하는 등 글쓰기를 계속해서 이어왔다. 인제대학교에 발령받아 교직원으로 오랜 세월을 보내던 그가 늦깎이 문인으로 등단을 결심한 시기는 2013년이었다. “교직원 생활을 하던 중 인제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때 30년에 걸쳐 기록한 수필들을 엮어 첫 수필집 <아버지의 구두>를 발간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구두>를 통해 우리나라 수필문학계의 가장 큰 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원종린수필문학작품상을 수상했다. 그 영광을 막역지우(莫逆之友) 김해 토박이 서예가 ‘범지 박정식’에게 돌리며 둘의 우정을 과시했다. “범지가 책의 제호와 삽화를 그렸습니다. 범지의 붓끝은 글과 그림의 경계를 허물며 글만으로 전달할 수 없는 정서를 한껏 높여주었습니다.” 곰비임비 쌓인 그들의 우정은 둘도 없는 사이로 발전해 서로를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2016년은 수필가 양민주에게 시인 양민주라는 또 하나의 이름이 생긴 해다. “젊은 시절부터 신춘문예에 도전했지만, 해마다 낙방이라는 고배를 마셨습니다. ‘작가로서 등단하는 방법이 신춘문예뿐일까?’라는 고민 끝에 문학잡지<문학청춘>을 통해서 등단하게 됐습니다.” 수필과 시, 두 영역에 걸쳐 활동하게 된 양 작가는 각 분야의 매력을 짚어 밝혔다. “수필은 진실과 사실을 묘사하여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둡니다. 독자와의 공감을 고려해야 하죠. 시는 겪은 일 혹은 겪지 않은 일이라도 표현의 다양성을 생각합니다. 생각을 확장해서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데 큰 매력이 있습니다.”

작품에 삶을 기록하다

그의 작품에는 유난히 ‘아버지’가 많이 등장한다. 그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 “올해 59세를 맞이하면서 57세에 돌아간 아버지보다 많은 나이가 됐습니다. 저는 아버지와 자식 사이의 중간자입니다. 밑으로는 무한히 퍼주고 싶고, 올려다보면 존경의 마음과 함께 그리움을 느낍니다.” 양 작가는 책 속에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 장인어른, 장모님 등 가족 간의 일화를 가득 다룬 이유도 함께 언급했다. “문학은 모두 사람 사는 일, 즉 ‘인간의 삶’을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효(孝)가 근본이 돼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네 분의 부모님은 연장자인 동시에 인생의 롤모델, 멘토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제 글을 읽음으로써 한 번이라도 각자의 부모님을 떠올리고 연락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마음입니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낙동강변’도 주목할 만하다. 낙동강변이 눈에 그려지는 듯한 묘사가 인상적인 이유는 그의 삶 전반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김해만큼 좋은 곳이 없습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아들과 딸을 낳아 가정을 이루고, 아들과 딸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는 배경이 된 곳이니 이보다 좋은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작품 활동을 ‘좋아하는 일’이라 말하는 그는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해 작은 바람을 전했다. “3년에 한 권씩 책을 발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 책과 글로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양 작가는 김해시민이자 김해에서 예술 활동을 펼치는 문인으로서 김해문화재단에 대해 느끼는 바를 밝히기도 했다. “김해문화재단이 폭넓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김해문화재단의 공간 속에 산다’라고 느낍니다. 아내와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연극도 보고, 음악회도 가고, 주말에는 천문대도 올라갑니다. 김해문화재단의 활동이 점점 확장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바라건대 지역문화 활동은 개인적인 것도 사회적인 방향으로 끌어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간, 전시 등 지원이 더욱더 다양해져 누구나 공간을 활용하고 전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김해의 여러 작가가 발굴되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글·사진 권혁제 에디터 작성일. 2019. 12.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