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이 다채로워지고 있다. 이제 작가들은 좁은 작업실에서 나와, 사람들과 함께 물감을 고르고 있다. 부원동에 위치한 ‘DUST277’의 이야기이다. 이곳은 평소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이지만 특별한 날에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지금 이곳은 호계천 인근의 단조로운 분위기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큰 공간이 만들어낸 큰 꿈
흡사 놀이공원을 방불케 하는 입구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 모두가 한 번쯤 눈길을 돌리게 되는 이곳 DUST277은 6명의 경남권 청년작가들의 작업실이자 문화 공간이다. 이들은 미술이라는 공통된 꿈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었고, 그 꿈은 DUST277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페인팅, 조각, 설치 작품 등 다양한 종류의 예술 작품들로 꾸며져 있는 작업 공간은 장르의 구분 없이 모든 미술을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건물명 DUST277의 ‘DUST’는 예술가와 예술 작품의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먼지를 뒤집어쓰며 작업하는 사람과 수많은 과정이 있고, 그 먼지가 곧 작업하는 사람을 상징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277’은 건물의 주소인 김해시 호계로 277에서 번지 277을 따와 붙인 것이다. 이곳에서 이들이 주로 하는 조각 예술은 홀로 작업하기에는 실제로 어려움이 있다. 조각은 넓은 공간이 필요한 만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혼자였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보완점들을 이 공간에서 함께 채워주며 작업해나가고 있다. 작품 하나를 만들어내기까지의 긴 과정을 서로가 함께하기에 먼지가 날리는 작업실은 오늘도 즐겁다.
모든 작가에게 자신의 작업실을 갖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다. 처음에는 3명의 작가가 작업실을 갖기 위해 김해의 이 공간을 찾았고, 생각보다 큰 규모에 더 많은 작가를 모집하게 되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모인 6명의 작가는 991㎡ 규모의 건물을 설계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직접 참여했으며, 이 건물은 산업화 시설의 상징인 스캐폴딩 구조물을 활용한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또한 작가들은 지난 9월 20일부터 5일간 DUST277의 넓은 공간을 활용하여 스캐폴딩 및 구조물의 날것 그대로와 청년작가들의 예술품이 혼재된 전시 행사를 개최하였다. 이 행사에서 회화, 조각, 설치, 일러스트레이션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부산과 경남 청년작가 52명의 300여 작품이 전시되었으며, 일반인 누구나 전시를 찾고 작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다소 소박한 꿈을 꾸던 DUST277의 작가들은 뜻밖의 공간을 만나면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예술’이라는 큰 꿈을 꾸게 되었다. 비록 아직 완벽한 건축물의 모습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가설물을 통해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경험과 더불어 야외라는 공간을 활용하는 데에서 오는 신선함은 그들에게 또 다른 영감이 되고 있다. DUST277의 청년들은 앞으로도 일반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재미있는 행사를 계획 중이다.
주소 김해시 호계로 277
운영 시간 평일 09:00~19:00
공식 SNS www.instagram.com/DUST_277
문의 055-313-9833
김해문화 네트워킹의 허브를 꿈꾸다
지난 9월 진행된 행사는 DUST277이 주최한 아트 페어 <더스트사우스 아트 페스티벌>로, 이는 김해 최초의 작가미술장터라는 데에서 큰 의의가 있다. ‘작가미술장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전국의 젊은 작가들을 위해 지원하는 미술사업으로, 작가들에게는 전시와 유통 판로를 제공하고 일반 대중에게는 미술문화 체험의 기회를 넓히고 있다. DUST277은 청년예술가들이 가지는 예술 진입장벽에 대한 고민, 작가들 간의 네트워킹, 김해미술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파악 등을 계기로 이번 아트 페어를 개최하게 되었다. 이 행사에서 미술이라는 것이 무겁고 어렵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작품 전시 판매와 함께 관객 참여형 그래피티 행사, 작업실아트 투어 및 작가 토크와 청년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많은 볼거리와 미술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며 일반 대중들과 소통한 시간이었다.
예술은 작가가 만들어내는 일방적인 산물이라 할지라도 그 가치는 타인에 의해 빛을 발하기도, 이름을 갖기도 한다. DUST277은 설립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소통에 대한 욕구와 가치관은 아주 확고하다. 일반 대중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목공예, 석고 뜨기 등의 미술교육 프로그램과 강사가 아닌 현업 작가가 알려주는 원데이 클래스 등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의 기획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렇듯 DUST277은 지금 당장 큰 행사를 연달아 치르기보다 DUST277 스스로의 정체성을 차근차근 찾아가고 그 과정을 일반 시민들과 함께하며 성장해나갈 예정이다. 청년예술가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예술가가 아닌 대중들도 이를 접하며 함께 소통하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문화가 일상이 되어 함께 화합하는 순간을 꿈꾸는 공간, DUST277의 청년예술가들의 재미있고 용기 있는 도전은 작업실에서 흩날리는 먼지와 돌가루처럼 쉬지 않을 것이다. 미술이 막연하고 어렵더라도 DUST277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소식을 접하게 되면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해보자. 어쩌면 내 안에 숨어있던 예술가의 열정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