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New Face in Gimhae>展에 참여한 전보미 판화가는 부산에서 김해로 옮겨온 지 5년째다. 그간 김해에서 <예술공장-Y>展, 의정부-김해 <인터시티>展 등 다양한 작품 전시 활동을 펼쳐왔다. 그녀가 ‘압(壓)의 예술’이라 칭하는 판화 장르는 <2019 New Face in Gimhae>展에서 10년 만에 소개됐다. 전 판화가 역시 그 의미를 알기에 여느 전시보다 더욱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그녀의 전시가 펼쳐진 윤슬미술관을 찾아가 전시 그리고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삶의 기록을 화폭에 담다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제1전시실 한편에서 하늘색이 유난히 돋보이는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전보미 판화가는 그 까닭을 밝히며, 석 달가량 밤낮없이 전시를 준비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그림의 질감이 표현된 물감층을 켜켜이 쌓아 올리기 위해서는 완전히 건조되면 안 되는 작업의 특성상,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하필이면 작품을 준비하던 때가 여름이라 매일 작업실로 가는 길이 힘들었지만, 당시 하늘이 굉장히 예뻤습니다. 덕분에 신작을 제작하는 데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집으로>는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전 판화가가 바라보는 예술은 삶이기에 ‘집’을 가장 중요한 공간이자 주제로 여긴다. 작품은 ‘네 안의 집’을 콘셉트로 삼아 기획했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어렵지만, 자신의 공간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납니다. 사람들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행복을 느껴야 에너지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너의 집, 우리 집, 우리 공간,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 밖에도 집, 퍼즐, 동네 풍경 등이 그려진 작품들이 전시장을 수놓았다. 전시장 내의 작품은 모두 ‘시간의 조각’이다. “시간을 조각화해서 표현한 이유는 무한하고 가시화되지 않는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향유하고 추억하기 위해 삶의 흔적들을 부분적으로 가시화해냈습니다.”
<2019 New Face in Gimhae>展을 말하다
그녀는 <2019 New Face in Gimhae>展을 준비하며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을 ‘책임감’으로 꼽았다. “<2019 New Face in Gimhae>展과 같은 큰 전시를 준비함에 있어 직접 살고 있는 터전에서 일어나는 일과 생활을 작품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점과 매년 있는 전시에서 10년 만에 판화 장르가 소개된다는 사실이 이번 전시 준비에 상당히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미 김해에서 <예술공장-Y>展와 의정부-김해 <인터시티>展 등 벌써 세 번째 전시를 펼친 그녀는 <2019 New Face in Gimhae>展에 대해 호평 일색의 반응을 보였다. “지역작가를 조명하기 위해 사업을 꾸리고 잘 짜인 공간이 많다는 점을 높게 평가합니다. 타지에서 온 작가들이 김해에서 터를 잡고 예술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김해문화재단에서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판화연구가 전보미
전보미 판화가 작품의 특징은 그림의 층마다 드러나는 다양한 질감과 그녀만의 감성이 돋보이는 색감이다. 자신만의 그림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는 작업 방식을 시도하는 결과물이다. 그녀는 자신을 ‘판화연구가’로 설명한다. “판화의 압은 물감을 잘 덜어내기 위해 충분한 압력을 주는 것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저는 판화의 압력을 최대한 느슨하게 풀어서 찍습니다. 압의 예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판화의 특성을 잃지 않고,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를 완벽히 표현하고 싶습니다.”
판화는 인쇄 기술이 접목된 예술 장르이기 때문에 그녀만의 느낌이 드러나는 판화를 만들어 내기까지 판화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 작품으로서 평가 절하 등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많았다. “일반인들이 판화를 체험할 때는 현실적인 여건상 단색 판화나 간단한 방식으로 판화를 체험하기 때문에 ‘쉬운 작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작품에는 수많은 레이어, 즉 여러 겹의 판이 한 곳에 쌓이면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기에 많은 과정이 필요하고 또 한 판을 제작하기까지의 공정은 매우 까다롭기에 고도의 숙련이 필요합니다.”라며 판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그녀는 판화를 논할 수 있는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잠깐의 설명만으로도 판화의 인식을 많은 부분 수정할 수 있습니다. 알고 보는 판화 작품은 더 재밌고, 그 깊이가 무궁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전 판화가는 이번 전시의 연계 프로그램 ‘공판화(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에코백 만들기’를 통해 관객들과 직접 소통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판화는 지극히 단순한 복제기능으로 출발하였으나, 현대미술사에서 독립된 예술 장르로 자리매김 후 비약적 발전을 이루어낸 예술입니다. 또 판화는 순수 시각예술 작품 중 유일한 상업적 표현 매체이기도 합니다. 다량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판화의 특성이자 생활 속 예술을 지향할 수 있는 장점 입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는 관객이 많아 뿌듯했습니다.”
전시 활동을 마친 다음, 전보미 판화가의 앞으로 행보는 ‘협업 활동’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작가 에이전시 ‘아트숨비’를 통해서 저의 작품으로 상품을 제작하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추후 관련 기획 전시, 행사 등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기대에 찬 그녀의 모습에서 예사롭지 않은 그녀만의 판화 작품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