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시대 속에 많은 것들이 쉽고 간편해지고 있다. 예술계에도 태블릿 PC, 편집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 편의를 더하는 요소가 생겨나고 있지만, 여기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으로 땀 흘리며 작업하는 데 만족과 희열을 느끼는 작가가 있다.
손수민 작가는 배금주의, 소외된 것들에 대한 시대상, 생사 가운데 일어나는 파장 등을 병뚜껑, 미사일, 물방울 시리즈로 표현했다. 한 작품 안에 상반된 두 이미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연필심보다 얇은 .3mm 샤프로 밑그림을 그리고 섬세한 붓 터치로 색을 채우는 지독한 반복 작업으로 한 작품을 소화하기까지 약 2~3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손 작가는 지칠 줄 모르고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완벽하지 않기에 계속해서 변화해야 합니다.”
지난 <2019 New Face in Gimhae>展을 돌아보며
손수민 작가는 대학 졸업 후 20여 년간 줄곧 대구에서 활동했다. 이후 서울과 홍콩, 미국 등 국내외 유수의 전시를 거쳤다. 마침 거주지 김해에서도 전시를하고 싶었던 찰나 <2019 New Face in Gimhae>展 모집 공고를 접해 지원하게 됐고, 그 결과 전시에 참여하게 됐다. “이번 전시는 지난 10년간 작업한 병뚜껑, 미사일 등의 시리즈 작품과 신작 물방울 시리즈로 구성했습니다.”
1년 전부터 쉴 틈 없이 전시를 준비해 온 손 작가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그동안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먼저 김해문화의전당의 전시팀 직원분들과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전시 공간이 워낙 멋진 곳이라 생각했고,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아낌없는 격려와 지원을 해주신 덕분에 만족스러운 전시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덧붙여 가슴 한편에 남은 아쉬움도 함께 밝혔다. “미국 보스턴에서 진행 중인 개인전으로 인해 멋진 <2019 New Face in Gimhae>展에 더 많은 작품을 선보이지 못한 점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관람객들에게 화두를 던지다
그의 작품 속에는 관람객들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와 질문이 담겨 있다. 그중 신작 물방울 시리즈 작품들(반가사유상을 그린 <Pensive>,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예수의 초상 <Salvator Mundi(구세주)>)이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하지만 이외의 미사일, 병뚜껑 등 다른 작품에서도 역설의 표현은 반복된다. 생명을 상징하는 꽃과 파괴를 상징하는 미사일, 값싼 병뚜껑과 값비싼 명품 브랜드 로고 등 하나의 화폭에 대립적 이미지가 드러난다. “시대적 인물과 물방울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노력과 땀, 숨결, 정성 등을 표현했지만, 생(生)과 사(死)의 대비, 제가 알고 있는 진실과 왜곡에 대한 고찰이기도 합니다. 또한, 시대적 인물을 대표해서 작업했지만, 우리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 언어와 행동으로 많은 파장을 일으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족과 사회적 관계, 언론 나아가 사회집단을 지휘하는 이들의 생각이 시대의 흐름을 규정하는 예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어떠한 생각과 사고를 갖고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김해예술, 새 시대를 열 것
손 작가는 전시 기간에 많은 김해예술인 및 관계자를 만나며 김해예술의 긍정적인 평을 내놓았다. “김해문화의전당은 현대적 감각을 지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과 함께 시대와 문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전시, 국제교류 등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성과 차별성이 분명하므로 김해 예술인과 더불어 전시기획 큐레이터, 미술이론가, 예술평론가 등이 함께 공감대가 확대될 수 있는 전시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동시에 김해예술이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김해에서 예술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이 새롭게 꽃피는 도시로서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기대감이 높습니다.”
가능성에 한계를 두지 않는 작가 손수민
변화와 보완,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그는 가능성에 한계를 두지 않기 위해 특정한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10년 전과 5년 전의 작업이 지금의 작업물과 같지 않습니다. 고민과 경험, 지식, 철학 등 많은 가치가 변하면서 작품은 자연스럽게 변해갑니다. 몇 년 후는 또 달라질 것입니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표현하면서 작품으로 말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 9월 29일(일)을 끝으로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친 손 작가는 12월 초, 서울로 향한다. 더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전시를 준비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칸딘스키는 ‘예술 작품에는 인간 내부의 의식이 반영된다.’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전시에서도 저의 삶과 의식이 묻어나는 작품들로 많은 관람객과 소통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