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김해문화의전당 창작지원 사업은 첫 만남부터 순탄치 않았다. <2008 New Face in Gimhae>展 첫 공모부터 매년 신진 작가 선정의 고배를 마시다 3년 만에 <2010 New Face in Gimahea>展의 신진 작가로서 선정된 것이다. 그로부터 9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어엿한 중견 작가로서 <2019 Artist in Gimhae>展에 참여했다. “신진 작가 시절, 창작지원 사업 심의위원의 심의기준이 순수미술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디자인이나 산업으로 분류되는 ‘공예’ 부문의 창작활동 지원에는 부정적이었습니다.” 그가 목공예 분야로 지원 사업에 선정된 사실은 창작활동 지원 영역의 지평이 넓어졌음을 증명하는 사례로서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2019 Artist in Gimhae>展 준비하며
이선엽 작가는 김해를 어떠한 연고 없이 정착하는 젊은 예술인에게도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도시이자 젊은 예술인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2019 Artist in Gimhae>展을 떠올리며 이번 전시지원 사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런 전시지원 사업은 금전적·창작적 지원도 중요 하지만, 김해지역에 기반을 두는 작가가 지역민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또, 작가로서 작업의 변곡점을 찍었다는 점에서도 만족감을 드러내며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풍경> 시리즈와 <문자> 시리즈를 소개했다. “2017년에 처음 시도한 <풍경> 시리즈는 오브제 이미지와 면 분할의 극단적 추상 표현에서 다소 벗어나고 싶은 찰나, 아내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시도한 작업이었습니다. <문자> 시리즈는 <2019 Artist in Gimhae>展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으로서 모스부호, 고대 문자, 점자를 활용해서 김해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품입니다.” 그는 각 시리즈에 팝아트적 요소를 담아내 간결하면서 담백한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의 작품 속 특징으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은 ‘다양한 기법’이다. “목재를 다루는 것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목재를 다루는 데도 대목장, 소목장, 조각장, 칠장, 소반장, 창호 기능장 등 예닐곱 분야가 있습니다. 분야별로 기법이 세세하게 다르므로 모든 기능을 섭렵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한계를 조형 요소로 대체하거나 다른 소재를 발굴해서 디자인적 가치를 상승시키는 방편을 이용하기 때문에 목재를 다루는 기술이 다양해진 것입니다.”
30여 년 함께한 ‘목재’와 작품을 말하다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하며 그에게 생긴 작품 철학은 바로 ‘수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라고 한다. 반복되는 스케치, 에스키스를 통해 기획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작품 작업을 하다 보면 즉흥적이고, 불확실한 전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꾸준한 시도를 통해 다듬어 간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그의 확신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30여 년의 세월 동안 한결같이 작품의 주재료로 ‘나무’를 고수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우려에는 도리어 너무 쉬워서 문제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목가구 디자인과 목칠공예를 전공한 공예학도였고, 관련 전공으로 후학을 양성 했던 시기의 창작활동은 당연히 나무를 다루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니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에서야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함께 환경미술, 디자인에 관심을 두면서 목재에 대한 타성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도 조심스레 토로했다. “많은 사람이 나무를 다루기 쉬운 재료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톱이나 칼로 간단한 마름질을 하면 뚝딱 결과물이 나올 것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쇠, 돌은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천이나 흙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전공자와 일반인 사이의 간격을 인정하지만, 나무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DIY 활동의 중심에 목재와 칠을 이용하는 가구 제작, 리폼 등의 분야가 있는 것입니다. 조립 가구, 셀프 인테리어 등이 그 예죠.”
김해문화예술의 내일을 바라보며
한편, 그는 지역문화예술의 부흥을 위한 ‘기획자’로서 변신을 꿈꾸고 있다. “김해문화예술의 구심체가 되는 기구나 문화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창작활동과 전시 활동을 이어 오면서 예술과 관련한 대학이 전무한 김해에서 기획력의 아쉬움을 느낀 것이다.
이에 덧붙여 그는 김해문화재단의 운영 시스템과 전문성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순수예술계열의 대학 과정이 전무한 김해에서 김해창작 예술 부흥의 역할로 김해문화의전당이 나서 전문성을 표방했고, 운영 초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당시 운영 책임자들의 강단 있는 운영시책에 따라 전국기초단체에서 가장 훌륭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