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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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쓰임과 미학,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일상을 기쁘게 만드는 공예가 정민지

그의 웹사이트(www.minjijung.com)의 소개글 문구가 인상적이다. “The motivation of my work is to begin from making small things for life.” 그는 ‘삶의 기쁨’이 예술이며, 자신의 일은 사람의 일상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의 행복은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쓰임이 있는 아름다운 용기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 천생 공예가의 면모를 보이는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클레이아크를 말하다>展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2017년 처음으로 김해분청도자기축제에 참여했습니다. 장소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근처였는데, 담당 큐레이터 선생님께서 제 부스를 우연히 보시고 마음에 드셨나봅니다. 이후에 전시요청을 받았고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유일의 김해 출신 작가입니다
김해에서 태어나 19년 동안 살았습니다. 이후 유학생활을 했고 2015년, 고향인 김해로 돌아와 명법동에 공방을 지었고 현재까지 김해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운영하고 계신 공방에 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수강생은 받지 않고, 혼자 작업하는 개인 작업실입니다. 2015년에 건축을 시작해서 2016년에 완성했습니다. 입양 온 고양이 한 마리가 주인 노릇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1년 중 3개월은 인테리어 작업을 하고, 농사가 취미라 3개월은 마당의 정원에 물주기, 잡초 뽑기, 잔디 깎기, 파종, 수확으로 보냅니다. 나머지 6개월은 도자기 작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클레이아크를 말하다>展을 준비하면서, ‘클레이아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게 되셨습니까?
한국에서 세라믹(도자) 작업을 하면서 늘 부딪히는 문제가 ‘도자기=고려청자, 조선백자 혹은 사랑과 영혼’을 떠올리는 고정관념이었습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10여 년 동안 이런 고정관념들을 깨는 곳이었습니다. 다양한 도자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도자기의 정의를 내릴 수 있게끔 해주었습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보고, 느낀 만큼 도자기를 알게 해주는 곳이고 클레이아크는 도자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르셀로나로 유학 가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인물, 가우디의 영향도 받았습니까?
대학생 때부터는 서울에서 6년을 지냈고, 에콰도르에서 2년, 스페인에서 5년을 보냈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큰 결심이라기보다 그 당시에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을 했던 것입니다. 바르셀로나에 살았던 사람 중에 가우디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습니다.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 만든 <PER GAUDIR> 작업은 실제로 가우디 오마주 작업이기도 합니다. 제 작업은 다채로운 색을 많이 쓰는데, 이런 기법은 바르셀로나의 제 스승님 MONTSERRAT(몬세라트)께 배웠습니다. 그녀는 바르셀로나 토박이인데 카탈루냐 사람 특유의 정신들이 저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일상 속의 물건이기는 하나, 오브제의 형태가 독특합니다
쓰임이 있는 물건을 만들지만, 단지 쓰임에만 집중하지는 않았습니다. 작업에 있어 ‘왜 그것이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질문하고 고민합니다. 어떤 것들은 아주 진지한 의미가 있기도 하고, 또 어떤 것들은 아주 유머러스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학적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기를 원합니다. 하나의 모델을 만드는 데 석고 틀 작업을 보통 4~5번 합니다. 단적인 예로 <screw>라는 컵을 만들 때, 실제 틀 1개 작업에 3~4kg이 소요되는데, 석고 400kg 정도를 썼던 아찔한 기억이 납니다.

향후 작품 활동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하반기에는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서 김해 마사리 일대에 공공미술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전시 작업하느라 미뤄뒀던 소지와 유약에 대한 실험을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작성일. 2019. 0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