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를 우리나라 한국화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김해가 한국화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실현해내고 있다.
기존 한국화의 틀에서 벗어나 섬세하고 구체적인 한국화를
‘김해 한국화’라 칭하며, 전통적인 한국화의 위기 속에
다양하고 현대적인 시도로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목정 문운식 화백, 그의 붓끝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청색화가’로 불릴 만큼 유난히 산수 작품이 많습니다
지금의 한국화는 관념화, 도식화되어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자유와 생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청색에서 자유와 생기가 드러납니다. 서울에서 전시했을 때도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한국화는 결국 끝나게 됩니다. 변화는 한국화를 지켜내기 위함입니다. 제가 가진 것은 후학들에게 내어주고, 저는 또 새로운 길을 가야 후학들의 활로가 열립니다.
전통적인 한국화에 강렬한 채색과 반짝이 가루 등을 더한 현대적인 기법과 감각이 돋보입니다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현재의 도제식 미술 교육은 피라미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현대화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현대적인 기법은 ‘소통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 그림에 관심을 가져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입니다. 변화하지 않고 한 가지만 고집하면 예술가가 아니라 ‘장인’입니다. 꾸준히 새로움을 좇고 창작해야 합니다.
대표작에 대한 소개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미루나무 소견>이라는 병풍 형식의 대작(大作)이 있습니다. 규격은 160x500cm 정도 되는데, 현재 부산시립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입니다. 2000년 즈음, 미루나무를 즐겨 그렸습니다. 옛날의 등·하굣길 각 10리 길(4km)을 걸어 다니면서 본 미루나무와 그 위로 구름이 펼쳐져 보이는 그 풍경이 좋아 5년 정도 그렸습니다. 정서적인 흔적이 많이 묻어있는 작품입니다. 미루나무를 그린 작품으로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처음으로 특선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 국내 미술계 최고 대회인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무려 11명의 한국화 부문 수상자가 ‘목정화실’에서 나왔습니다. 제자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십니까?
저에게 정말 큰 영광이었습니다. 당시 한국화의 불모지였던 김해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림 그리는 법은 선생한테 배우려고 하지 말고, 그리고 싶은 그 대상에게 묻고, 애착을 가지라고 합니다. 그 애착은 화폭 안에 그대로 쌓이게 됩니다. 그림의 소통 요소를 찾지 않은 ‘그림을 위한 그림’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옛날에는 교육을 못 받아서 시키는 대로 그릴 수밖에 없었지만, 요즘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충분히 갖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직접 그곳으로 가서 그 한 가지만 그려야 합니다. 인생을 살아온 만큼, 그 눈높이에 맞게 이미지를 찾아서 그리면 됩니다. 제역할은 그저 기술적인 부분만 보완해주는 겁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작품은 계속되지만, 계획 속에서 작품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품 속에서 작품을 새로 그려내기 때문에 계획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어떤 날 색깔 하나, 선 하나에 감동하고 변할 수도 있기에 매번 그리는 그림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김해원로예술인으로서 김해문화재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제대로 된 김해의 젊은 전문 작가들이 발굴되기를 희망합니다. 동사무소, 각종 문화시설의 미술 수업도 많아져서 미술활동이 활성화되는 건 좋지만, 전문 작가가 생길 수 있는 토양이 갖춰졌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제 전시 공간과 여건은 많이 갖춰졌습니다. 다만, 김해의 젊은 작가를 지원해주거나 전시를 마련해주는 등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됐다고 표현하는 작가는 ‘고뇌하고, 후학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미술은 아름답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만이 미술을 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림 그리면서 아름답게 존재할 수 있는 그런 화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