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봉
“가야의 탄생이 깃든 곳입니다. 그리고 구지봉 고인돌 상석의 글씨를 한석봉이 직접 썼다고 전해져 옵니다.”
김해에서 어떻게 한 번도 구지봉에 가볼 생각을 못 했을까? 가야의 건국설화와 관련됐기 때문에 뭔가 신화 속 장소처럼 느껴져서 실제 찾아볼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구지봉은 현재 구지봉공원으로 조성돼 있고 양옆으로 국립김해박물관과 수로왕비릉이 있다. 수로왕릉도 도보 15~20분 거리에 있어 한 번에 다 둘러봐도 좋겠다. 구지봉은 넓은 원형 봉우리로 마치 거북이가 엎드린 형상과 같다. 봉우리라곤 하지만 제주의 오름보다도 완만한 느낌이다. 빽빽하게 싱그러운 숲길을 걷고 오르면 금방 정상에 도착한다. 수로왕이 탄강한 장소이기도 하고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배웠던 ‘구지가’가 탄생한 곳이라 과거를 되짚어 볼 수 있어 기분이 묘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의 가야 건국설화에 따르면, 서기 42년 당시 지배자들과 백성들이 구지봉에 모여 구지가를 부르며 춤을 추자 하늘에서 보라색 줄에 매달린 황금상자가 내려왔으며, 상자에서 나온 여섯 개의 알이 차례로 깨지면서 아이가 하나씩 나왔다고 한다. 그 가운데 맨 먼저 나온 이가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이라 전해진다.
정상에는 ‘가락국 태조왕 탄강지’라는 비석과 구지봉 고인돌뿐이다. 생각보다 소박한 풍경이 오히려 역사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랑이의 추천 이유 중 하나였던 고인돌에 새겨진 ‘구지봉석(龜旨峯石)’ 글씨도 명필 한석봉의 필체라 하니 좀 더 선명하게 와닿는다
김수로왕릉
“금관가야의 첫 번째 왕의 무덤이니 김해에 오면 꼭 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처음 김해로 이사 왔을 때 가족들과 산책하러도 자주 갔답니다. ”
가야의 탄생이 깃든 구지봉에 이어서 금관가야의 시조이자 김해 김씨의 시조인 수로왕릉을 찾았다. 입구를 향해 걷는 길의 담벼락이 가야 여행의 설렘을 조금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왕릉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숭화문 옆으로 하마비가 있고 들어서자마자 또 다른 문이 나온다. 홍살문이란 이 문은 주로 능이나 서원, 향교 앞에 설치되는 문이다. 신령스러운 공간에 놓는 이 문 앞에서는 아무리 지체 높은 사람이라도 말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야 한다.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위엄에 예를 갖추고 들어가면 또 문이 나온다. 수로왕릉 만나기가 쉽지 않다. ‘가락루’라는 내삼문을 지나면 ‘납릉정문’이 나오고 뒤로 왕릉이 보인다.
수로왕릉이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580년(선조13) 영남 관찰사이자 수로왕의 후손인 김허수가 개축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수로왕릉을 돌아본 뒤 같이 보면 좋은 곳이 있다. 바로 수로왕릉과 이웃하고 있는 수릉원이다. 이곳은 수로왕과 허왕후가 함께 거닐었던 정원이다. 달달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공간답게 수로왕과 허왕후의 만남을 테마로 조성해 재미있고 계절에 따라서도 다른 풍경을 만끽 할 수 있어 언제 와도 좋다.
국립김해박물관
“김해의 유일한 박물관이므로 김해 답사지로 빼놓을 수 없어요. 어린이박물관도 같이 있는게 장점입니다. ”
김해 역사 답사지 마무리는 김해의 역사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국립김해박물관의 매력은 어린이들도 역사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어린이 박물관을 함께 운영하는 점에 있다. 어린이박물관은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 중인데, 회당 50분 이용 가능하며 하루 총 7회차로 나눠져 있다. 예약 인원이 미달된 경우에 한해 당일 현장 신청도 가능하다.
가야 역사를 집대성해 토기, 장신구 등 다양한 실제 유물을 볼 수 있는 게 국립김해박물관이라면 어린이박물관은 마치 역사 동화 같다. 가야의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내고 체험도 할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야마을의 지도가 보인다. 지도 역시 아이들이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표현돼 있다.
마을은 총 4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는 데 먼저 가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알 수 있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어디에서 잠을 잤는지 화면으로 보고 직접 농사 체험도 해본다. 가야인이 되어 요리 체험도 해보는데 체험하는 아이들 모습이 하나같이 진지해서 무척 귀여웠다. 가야공작소는 비치된 교구로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이다.
다음으로 가야인들이 어떻게 다른 나라와 교류했는지 알아본다. 출토 유물 중 배모양 토기로 당시에 어떤 배를 타고 나갔는지 추측해 볼 수 있는데, 그 배를 본떠 만들어 놓았다. 가야의 배를 직접 보고, 만지고, 타보면 가야와 더 가까워진다. ‘가야보물을 지켜라’라는 게임을 하면서 신나게 놀 수도 있다. 이 게임은 어린이박물관에서 제일 인기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가야 하면 ‘철의 왕국’이란 수식어를 빼놓을 수 없다. 가야 대장간에서는 직접 망치를 두드려 철제품을 만들어 보면서 가야를 알아간다. 이 체험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이것으로 가야 맛보기가 끝난다. 이 여운을 그대로 이어서 국립김해박물관으로 간다면 박물관이 달리 보일 것이다.
정하랑 어린이가 추천하는 김해의 역사 답사지
김해 구지봉
김수로왕릉
국립김해박물관 어린이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