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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김해의 역사를 배우다, 김해 분산성
움트는 봄을 맞아 분산성을 걷다
글.정재흔 사진.백동민
움트는 봄, 김해 시가지에도 기분 좋은 산들바람이 분다.
봄을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밖으로 나가 숨을 들이쉬는 것.
귀밑머리를 간질이는 봄바람을 느끼며 잠시만 눈을 감아보라. 어디선가 청쾌한 공기가 불어온다.
오랜 옛날부터 김해 사람들과 더불어 온 분산성이 봄을 맞아 뿜어내는 호흡이다.

◆ 가야의 중심 근거지 ‘분성산’

할머니의 할머니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전설과 신화의 땅, 김해. 오늘 소개할 분산성은 아주 오랜 가야 때 부터 분성산에 존재해 온 성이다.

분성산은 김해시 북부(北部), 삼안(三安), 활천(活川) 3개 동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해발고도가 326.9m밖에 안되는 야트막한 산이다. 이 산의 정상부를 둘러쌓아 만든 성이 분산성이다. 이를 테뫼식(鉢圈式)이라 하는데 삼국시대 주류를 이룬 축성 방식이므로 분산성의 시축 연대가 삼국시대임을 유추 할 수 있다. 산성 서쪽의 삼산리(三山里)에 있는 고분군으로 미뤄봤을 때, 가야의 중심 근거지를 이룬 산성으로 짐작된다.

◆ 걷기 좋은 분산스카이투어

오랜 역사도 멋스럽지만 무엇보다도 이 분산성 성곽길에서 내려다보는 김해 시가지 전경은 더 멋스럽다. 이제 운동화를 신고 분산성으로 떠나 볼까. 구두를 신어도 괜찮다. 내비게이션에 ‘김해시 어방동 산9’를 입력하면 주차가 가능한 지점까지 안내한다.

주차장에서 분산성 입구까지의 거리는 약 400m. 표지판에 새겨진 ‘분산스카이투어’는 인제대학교 후문부터 수로왕비릉까지 약 5.2km에 이르는 길을 걸어서 둘러보는 투어다. 모두 3개의 코스로 이뤄져 있는데 분산성은 B코스 가야하늘길 지점 중 하나다.

◆ 비옥한 평야에 자리한 김해 시가지

표지판이 안내하는 방향대로 소담한 돌계단과 오솔길을 사뿐사뿐 걸어가면 입구가 금방 보인다. 현재의 분산성은 산꼭대기의 평탄한 지형에 남북으로 긴 타원형으로 축조해 둘레만 약 923m, 폭이 8m에 달한다. 분산성 충의각에 있는 ‘정국군박공위축성사적비’에 의하면, 이 산성은 고려 우왕 때 김해 부사 박위가 대마도 정벌을 위해 개축한 뒤 임진왜란 때 무너진 것을, 1871년(고종 8) 흥선대원군의 명으로 김해 부사 정현석이 다시 고친 것이다.

입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해은사가 있으나 해은사 반대편으로 에둘러 성을 한 바퀴 돌아보길 추천한다. 연지공원, 구지봉과 수로왕비릉, 수로왕릉, 부산~김해 경전철과 돛대산, 멀리는 너른 김해평야와 낙동강이 시시각각 모습을 드러낸다. 서문이 유명한 포토존이다. 안전사고 주의!

성곽길을 걷다 보면 ‘낙남정맥 종착점’이란 표지판을 보게 된다. 백두대간서 부터 뻗어온 산청 지리산이 옥산, 불모산을 거쳐 이곳 분성산에서 맺힌단다.

◆ 흥선대원군이 내린 이름‘만장대’

이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봉수대로 걸음을 옮겨볼까. 봉수대는 1999년 복원된 것으로 뒤편 널찍한 바위에서 흥선대원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흥선대원군은 조선 말, 분산성 봉수대에 친필로 휘호를 내렸다. 만 길이나 되는 높은 대(臺)라고 만장대(萬丈臺)다.

왜구의 침입을 막아내 온 전진기지에 예우를 한 것이다. 분산성 내에는 흥선대원군의 은혜를 만세까지 잊지 못하겠다는 ‘흥선대원군만세불망비’가 세워져 있다. 이 비는 박위 장군의 업적을 기린 ‘정국군박공위축성사적비’, 김해 부사 정현석의 공을 기리는 ‘부사통정대부정현석영세불망비’와 함께 해은사 초입의 충의각에 모셔져 있다.

아직까지도 김해 사람들은 봉수대보다 만장대로 더 많이 부른다. 그러니 이제부턴 만장대라고 부르겠다. 만장대에선 김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김해평야, 남해고속도로, 서낙동강과 부산까지 들어온다.

◆ 아름다운 왕후의 노을

만장대에 이어 해은사(海恩寺)가 연이어 나타난다. 지금은 범어사의 말사인 조그만 해은사는 인도 아유타국에서 온 허왕후와 장유화상이 가락국에 무사히 도착한 후, 풍랑을 막아준 바다의 은혜에 감사하는 의미로 지은 사찰이다. 영산전 옆 대왕각에는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이 영정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영정이다.

분산성 노을은 ‘왕후의 노을’이라 불리는데 그리움과 감사함, 무사안녕의 의미를 담았다나. 김해낙동강레일파크의 ‘왕의 노을’과 마주하고 있어 흥미롭다. 노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선물이니 해질녘에 다다른 시간이라면 꼭 보고 내려오길!

분산스카이투어
A코스 가야테마길(1.2km, 1시간 소요) 인제대학교 후문 - 김해가야테마파크
B코스 가야하늘길(2km, 1시간 20분 소요) 김해가야테마파크 - 분산성 - 해은사 -김해천문대
C코스 가야분산길(2km, 1시간 20분 소요) 김해천문대 - 수로왕비릉

작성일. 2023. 0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