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 운동과 최초의 슬로시티
이탈리아 중북부의 작은 마을 ‘그레베 인 키안티’는 최초로 슬로시티가 된 도시다. 왜 이곳이 최초가 되었을까? 슬로시티가 ‘슬로푸드 운동’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이해가 쉽다. 198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슬로푸드 운동은 패스트푸드로부터 지역 고유의 전통 음식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작됐다. 이탈리아의 많은 지역 중에서도 그레베 인 키안티는 1999년 파올로 사투르니니 시장을 만나면서 새로운 물결이 형성됐다. 음식뿐만이 아닌 도시의 삶 전체에 느림을 도입하는 슬로시티 운동으로 확장된 것이다. 첫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지역주민들에게서 ‘느리게 살기를 실천하면 마을 발전은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설득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지역의 전통과 자연에 대한 가치를 인식한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마을도 서서히 슬로시티로서 자리를 잡아갔다. 이렇게 ‘느리게 살기’를 실천하는 슬로시티가 시작됐고 움직임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현재 그레베 인 키안티는 최초의 슬로시티가 되며 늘어난 관광객과 지역 특산품 판매로 다른 슬로시티의 롤모델이 되어주고 있다.
다시 시작하는 느린 세상, 슬로시티 장흥군
전라남도 장흥군은 2007년 완도, 신안, 담양과 함께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그러나 2013년 재인증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슬로시티와 관련한 실천 사례가 적은 것이 주요 이유였다. 그 이후 2020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슬로시티 재인증에 시동을 걸었다. 장흥군은 지역이 가진 청정자원과 슬로시티의 가치를 결합하여 장흥군의 매력을 부각했다. 아이스팩 재사용 운동, 수열 그린도시 추진 등과 같은 환경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또한,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옛 장흥교도소 문화예술 복합공간 조성 등 사업도 내세웠다. 장흥군은 올해 3월 국제 슬로시티 가입을 최종 확정 받았다. 각고의 노력으로 9년 만의 재인증을 얻어낸 장흥군의 꾸준함은 슬로시티를 꿈꾸는 도시들의 본보기가 되어주고 있다.
슬로시티 김해의 여정
최초의 슬로시티인 그레베 인 키안티, 슬로시티 타이틀을 되찾은 장흥군과 어깨를 나란히 한 김해는 어떨까. 지난 6월 11일(토) 이탈리아에서 2022 이탈리아 국제 연맹 총회가 열렸다. 총회에서 한국 슬로시티 본부 이사장이 발표한 ‘2021년 한국의 슬로시티 행정 우수사례’ 속에는 김해가 슬로시티로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행정 사례를 충족한 사실이 담겨 있다. 건실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해시가 슬로시티로 더욱 유명해 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해지면 좋을까? 그레베 인 키안티와 장흥군은 지역이 가진 특징을 살리면서도 지역 주민과 함께 발전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슬로마을 지정, 슬로시티 특산품 인증 등 김해가 가진 풍부한 볼거리를 살리는 것에 전반의 시간을 보냈다면, 이다음은 ‘지역 주민의 삶’을 돌아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