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물은 시리고, 대나무는 짙푸르다
장유대청계곡
시원한 물에 몸을 흠뻑 적시는 것보다 좋은 피서 방법이 있을까. 용지봉 상류에서 흘러 내리는 차가운 계곡에서 맘껏 물장난을 쳐보자. 장유대청계곡은 여름철 피서지 부문 베스트 스폿이다. 돗자리를 펴거나 텐트를 설치할 공간이 넉넉해 가족 단위의 휴가 장소로 제격이다. 물레방아와 인공폭포의 물줄기에서 파열된 물방울은 열기로 가득찬 여름을 서늘하게 식힌다.
대나무가 작열하는 태양을 가려주는 ‘대청 도시숲’을 걷는 것도 좋다. 사시사철 녹음을 간직한 대숲길에서 푸르름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을 향해 손 뻗는 대나무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카메라나 스마트폰에 손이 간다. 사진에 관심 있다면 근처 판다조형물과 풍경도 있으니 당신만의 초록 빛깔 추억을 남겨보자. 유아 숲 체험원과 운동 시설이 있어 관광객과 지역주민 모두 즐겨 찾는다.
주변의 음식점과 카페가 잘 발달되어 짐을 적게 챙겨도 될 것이다. 닭, 오리, 낙지 등 맛있는 음식점이 기다리고 있다. SNS 게시물을 화사하게 꾸며줄 카페도 당신의 방문을 바라고 있다. 숙박할 곳을 찾는다면 ‘국립용지봉자연휴양림’을 추천한다. 장유대청계곡과 접근성도 좋고 시설도 깔끔하다. 금요일~일요일에는 장유의 숲에 대해서 학습할 수 있는 숲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여름이 가기 전에 장유대청계곡만의 매력을 즐겨보자.
부처님이 강림하사 사찰을 세우시니
장유사
장유대청계곡에서 장유사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차로 이동하면 5분 내로 도착하지만, 대청누리길을 걸으며 천천히 자연을 만끽하는 방법도 있다. 피톤치드가 마구 뿜어지는 숲길은 당신의 오감을 자극할 것이다. 거침없이 흐르는 계곡물의 소리와 우뚝 솟은 불모산을 곁으로 걷다 보면 시간은 금세 흘러간다. 1시간 30분가량 장유사 방면으로 향하다 보면 ‘사천왕문’의 위용이 멀리서부터 느껴진다.
장유사는 우리나라 불교 역사를 바꿀 만한 내력을 품었다. 수로왕의 왕비인 허왕후에게는 ‘장유화상’이라는 오빠가 있었는데, 그는 한반도에 불법을 처음 전한 스님이라는 설이 있다. 이 설이 사실이라면 한반도에 불교가 유입된 시기가 약 400년이나 앞당겨 진다. 장유화상은 불교를 전파하며 몇 개의 사찰도 창건했는데, 장유사도 그중 하나다.
장유사에 깃든 이야기만큼 풍경과 분위기도 매력적이다. 날이 맑으면 부산까지 보일 정도의 탁 트인 풍광은 사시사철 변화에 따라 모습을 바꾼다. 마당 갤러리에서는 스님과 신자들이 정성껏 그리고 쓴 그림과 글귀를 감상할 수 있다. 대웅전의 지붕 기와를 잘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용에 대한 전설을 증명하듯 용의 형상을 한 용마루가 보일 것이다. 고즈넉한 정취를 누리고 싶다면 언제라도 장유사를 찾아가 보자.
등산의 즐거움과 풍경의 아름다움을 한번에
용지봉
용지봉은 산세가 넓어 다양한 등산로가 존재한다. 장유사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도 그 중 하나인데,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초반 400m의 가파른 길만 이겨낸다면 평탄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폭포교’가 출발 지점인 용바위 코스를 이용한다. 가파른 바위로 이루어져 어렵게 능선을 오르는 암릉 등반이 가능해 산악꾼에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용바위 코스’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용의 전설을 담은 용지암, 용바위를 만날 수 있다.
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용지봉의 위상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용지봉은 민족의 정기를 머금은 백두대간의 13줄기 중 가장 남쪽 산맥에 속한 산이다. 용지봉에서 창원으로 방향을 잡으면 대암산으로, 진해로 방향을 잡으면 불모산과 웅산으로 이어진다. 산맥의 교차로 역할을 하는 곳이라 베테랑 등산가들도 종주 코스로 자주 방문한다.
용지봉의 정상은 장유사에서 감상한 경치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김해의 산수를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용지봉의 정상에는 표지석과 함께 용신에게 기우제를 올리던 제단도 있다. 오른편 아래에는 용지정이 있다. 정자에 누워 정상까지 올라가느라 수고한 근육들을 풀어주며 강호지락을 누려보자. 경치를 보고 있노라면 “승천한 용이 경치에 반해 이곳에 발 디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흘린 땀방울 이상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