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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와 함께 성장한 3년
김해문화재단 공연예술지원사업 ‘불가사리’ 참여 후기
글.손성준(경상필하모닉오케스트라 대표)

경상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지난 2022년부터 김해문화재단의 불가사리 공연예술지원사업에 3년 연속 참여해 오고 있다.

첫해에는 자력으로 올리기 어려운 프로그램인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라자드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무대에 올려 김해 민간 교향악단의 저력을 시민에게 선사했고, 이는 타 지역에도 단체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공연을 관람한 부산·경남지역의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들이 공연을 의뢰해 왔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 단위 사업에 선정되는 등 많은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또한 2023년 불가사리 사업에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클래식 스타들과 함께 멋진 공연을 김해시민에게 선보였다. 2023년에는 불가사리 사업 자체가 널리 알려지며 신한은행 공존콘서트, KBS 밀양아리랑가요제 등에서 초청공연을 펼치며 지역 대표 민간 교향악단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질 수 있었다.

그렇게 2년 연속 불가사리 사업에 참여하며 좋았던 것 몇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 번째, 오로지 공연 준비에만 매진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공연을 열기까지 공모 신청, 후원사 모집, 홍보와 모객, 티켓 판매, 좌석 배정, 스태프 구성, 무대 세팅 등 수많은 업무가 병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불가사리에서는 감사하게도, 김해문화재단의 직원들이 다양한 업무를 맡아주어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예술인을 존중하는 태도였다. 타 단체나 지역에서 공연하며 겪었던 큰 설움 중 하나가, 아티스트로서가 아닌 한 번 쓰고 마는 도구와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무대에 서야 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공연을 했던 날이 적지않다. 그런데 불가사리에서는 ‘정말 우리가 존중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수많은 김해 예술인과 만날 수 있었다. 불가사리에 참여한 예술인들과 소통하고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었던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마지막으로, 멀고 어렵게 느껴졌던 김해문화재단, 김해문화의전당과 친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트에서도, 목욕탕에서도 직원들을 간혹 마주친 적이 있다. 때론 민망하기도 했지만 어느새 가까워졌기에 서로 인사를 건네며 안부를 물을 때마다, 재단과 전당에 반가운 얼굴들이 생겨서 좋았다.

이렇게 좋은 기억으로 가득한 불가사리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지난 연말에 ‘2024년 불가사리 사업설명회’에 참석했었다. 궁금함과 설렘으로 마주한 얼굴들은 이내 아쉬움으로 변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예술인들도 그랬고 사업을 진행하는 김해문화재단 직원들도 그랬다. 직원들은 사업비가 전년도 대비 대폭 감소한 것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사실 내심 기대했었다. 2024년 김해에서 빅 3라 불릴 만큼 큰 행사들이 열리기에, 우리 예술인에게도 더 많은 지원이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2024년 불가사리 사업과 함께하기로 결심하고 참여하고 있는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첫 불가사리 프로젝트를 기억하자고. 당초, 불가사리 프로젝트는 실경비 지원이 없었고, 공간 및 지원인력을 재단에서 지원해 주는 내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했던 실경비 지원은 가뭄에 단비가 내린 것만큼 달콤했었다. 실제로 실 경비 지원을 통해 많은 김해 예술인의 설 자리가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아쉬움은 뒤로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경상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그동안 보여드렸던 수많은 공연과 연주력을 토대로 2024년 불가사리 사업을 준비할 것이다. 공연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무엇보다 불가사리 사업의 취지는 ‘공동 성장’이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 걸맞게 경상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김해 예술인도, 김해문화재단도 모두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김해문화예술단체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든든하게 지원해 준 김해문화재단의 직원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난 사업설명회에서 재단은 예산 삭감이라는 큰 암초 속에서도 김해 예술인들과 함께 멋진 공연을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고, 이에 동감하여 많은 단체가 올해도 참여하면서 불가사리도 계속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앞으로 불가사리 사업이 어떤 변화를 맞을지 모르겠지만, 불가사리 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제안하자면, 2025년 사업에서는 실경비 지원이 있더라도 공연의 유료화를 도입했으면 한다. 이는 예술단체의 자생력을 기르기 위함이고,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공연을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경상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다가올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다. 3월 고양, 광주, 부산에서 진행되는 공연과 4월 13일 김해서부문화센터에서 펼쳐질 불가사리 공연 <애니메이션 대축전>, 김해지혜의바다 수요음악회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부산지역 초청으로 오페라 작곡과 연주 등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경상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김해에서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데 날개를 달아 준 건 김해문화재단의 불가사리 사업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김해를 대표하는 민간 예술단체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김해문화재단과 함께, 김해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작성일. 2024. 0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