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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이유, 연극 <에쿠우스>
미리 보는 10월의 공연
글.편집부 정리 (자료제공 : 극단 실험극장)

‘이 시대 가장 강렬한 연극’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연극 <에쿠우스(EQUUS)>는 세계 최고의 극작가라 불리는 피터 섀퍼(Peter Shaffer)를 최고의 희곡작가 반열에 올린 명작이다. 1973년 영국에서 초연 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1975년 뉴욕비평가상과 토니상 최고 연극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도 초연 이후 최초 10년간 50만 명에 가까운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으며, 역대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인 강태기, 이호재, 안석환, 송승환, 신구, 최재성, 최민식 등이 스타 배우로 성장하며 이른바 ‘스타 등용문’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말’을 뜻하는 라틴어 ‘에쿠우스(EQUUS)’가 제목인 연극의 출발은 영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제 범죄 사건이다. 한 소년이 스물여섯 마리 말의 눈을 찔러 멀게 했다는 범죄 뉴스에 큰 충격과 강렬한 인상을 받은 피터 섀퍼는 이 모티브에 살을 붙여 2년 6개월 만에 대작을 완성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간다. 일곱 마리 말의 눈을 찌르고 멀게 한 괴기스러운 범죄를 저지른 소년 알런 스트랑은 판사 헤스터의 부탁으로 정신과 의사 마틴 다이사트를 만나 치료를 받게 된다. 말을 공격한 것과는 달리, 말을 향한 열정과 원시적 욕망, 숭배로 가득 찬 알런의 모습에서 다이사트는 호기심을 느끼고 치료를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종교를 둘러싼 부모의 왜곡된 사랑과 무관심에 짓눌린 알런과 마주하며 다이사트는 오히려 혼란을 겪는다.

다이사트의 혼란은 연극을 관통하는 주제의식 중 하나인 ‘욕망’과 연결된다. 무대 위에서 가감 없이 드러나는 알런의 순수하고도 열정적인 광기는, 정상성이라는 이름 아래 억압되고 통제되어 다듬어진 현대인의 욕망을 예리하게 파헤치며 모호한 경계에서 뿜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대척점에 서있는 것처럼 보이 던 알런과 다이사트 두 인물이 점차 거리를 좁혀 가며 교차하고, 끝내 다이사트가 회의와 번민을 하며 자신만의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도록 치밀하게 짜인 극본은 관객들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건드리며 몰입하게 만든다.

텍스트로는 도저히 전달할 수 없는 연출도 두 인물의 이야기와 심리 전개에 막대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말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말의 근육, 특유의 소리와 움직임, 금방이라도 마구간을 박차고 달려 나갈 것만 같은 에너지는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연극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오랫동안 각인되어 왔다. 노출이 다소 많은 까닭에 선정성 논란도 있었지만 이는 오히려 ‘원시성’을 표현하고자 한 원작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원작 희곡에도 말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지문이 있으며, 이런 독특한 연출 덕분에 작품은 또 다른 매력을 얻었다.

한편, 이번 김해서부문화센터 무대에 오르는 공연은 1975년 9월 <에쿠우스>의 한국 초연을 맡았던 극단 실험극장 버전이다. 초연을 선보였던 역사적 기록을 가진 만큼, 극단 실험극장만의 심도 있는 질문과 탄탄한 스토리, 열연과 연출로 원작에 가장 충실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극단 대표인 이한승이 연출을 맡았으며 다이사트 역에 장두이, 알런 스트랑 역에 김시유 배우가 출연 한다.

연극 <에쿠우스>가 시간이 흘러도 명작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작품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이 우리 모두에게 유효한 동시에, 결코 정답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김해서부문화센터에서 직접 만나볼 차례다.


작성일. 2023. 0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