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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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김해’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일의 기쁨
23년차 김해문화관광해설사의 이야기
글.김해문화관광해설사 김선옥

흔히들 말하는 ‘관광(觀光)’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고전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최치원의 <계원필경(桂苑筆耕)>의 구절인 ‘인백기천지관광육년명방미(人百己千之觀光六年銘尾)’는 ‘당나라의 빛나는 선진문화를 보는 것’이라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지금 쓰고 있는 ‘관광(觀光)’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도 ‘관광’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상국(청나라)의 문물과 제도를 관광하러 왔다’는 뜻인 ‘위관광지상국래(爲觀光之上國來)’라는 표현이다. 즉, 관광이 오래전부터 쓰인 개념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관광과 여행은 어떻게 다를까? 요즘의 관광(觀光)과 여행(旅行)은 같은 듯 다르게 사용된다. 사전에 따르면 관광은 생활권을 벗어나 휴식, 위락, 스포츠 등 구체적 목적으로 일정 기간 타지에 체류하며 소비 행위를 한 후, 다시 거주지로 회귀하는 활동이다. 또한 여행은 관광의 필요조건으로서 생활권을 벗어나는 이동 활동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다. 이러한 여행과 관광을 잇는 매개자가 바로 문화관광해설사다. 문화관광해설사는 여행을 온 관광객에게 이해와 감상,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역사·문화·예술·자연 등 관광자원 전반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을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소정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 자원봉사자다.

나는 지난 2001년 김해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을 시작, 올해로 23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김해문화의 최첨병(最尖兵)이자 꽃으로 수많은 관광객을 만나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들어왔다. 언젠가 방송 촬영으로 가수 라마 씨와 무척산 투어를 할 때, 우연히 마주친 등산객들이“어머! 김해관광해설사님 반갑습니다”라고 건네 오는 환한 인사에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무엇보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김해 이야기를 나눌 때, 해설사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 특히 어린이들과 함께할 때 가장 뿌듯하다. 답사전 옹기종기 모여 재잘대고 속닥거리기 바쁜 어린이들이, 해설이 시작되면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순간이 참 좋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로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만 몰두하며 준비하게 된다.

김해봉황동유적의 패총전시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적지를 한 바퀴 돌고 잠시 숨을 고르며 패총의 역사를 들려주었다. “봉황동패총은 우리나라 고고학적 최초 발굴지로 1907년 일본인이 발굴했어요. 그런데 발굴된 유물은 일본으로 건너 갔고 아직도 우리나라로 돌려주지 않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순간 아이들의 눈동자가 또렷해지고 콧구멍이 넓어지는 것이 보였다. 산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우리 것을 찾아와야 해!”라며 힘을 주어 말하는 모습이 어찌나 대견하고 사랑스러운지! 나는 “이렇게 답사를 다니는 이유는, 자라나는 여러분들의 힘을 기르기 위함도 있다”라고 마무리했다.

긴 시간 해설사로 활동하며, 김해의 매력이 무척 다양하다는 걸 느꼈다. 역사와 문화자원이 풍부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매력이 대표적이다. 주민으로서는 사통팔달 편리한 교통과 저렴한 물가 등, ‘화려하지는 않지만 살기 편안하다’는 점을 꼽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관광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나는 김해의 매력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공감과 감동의 스토리를 품고 있는 매력’이 있다고. 김해평야의 황금 들녘, 선암과 조만포까지 펼쳐졌던 갈대밭, 김해를 휘감아 도는 낙동강까지, 김해에는 굽이굽이 이야기가 흐른다. 대성동고분군을 새벽에 오르면, 고분의 능선을 따라 아득한 곳으로부터 말발굽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오는 듯하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가야의 전사들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이런 김해의 매력을 늘 전하고 싶기에,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요즘은 세계적인 관광 추세에 발맞춰 ‘MICE 산업’이 김해에도 있었으면 한다. 김해에는 대규모 컨벤션센터나 전시장이 없다. 만약 시설 건립이 힘들다면, 다양한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하여 MICE 관광 프로그램으로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다가올 미래 사회에 풍부한 먹거리로서 관광이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현장에서 관광객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김해 관광에 필요한 점을 배우기도 한다. 요즘 자주 듣는 질문은 괜찮은 숙박시설이 없는지, 김해만의 특화된 먹거리는 없는지, 특산물 쇼핑은 어디서 할 수 있는지, 수로왕릉의 주차시설은 어디에 있는지 등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해설사로서 아쉬움과 난감함을 느낄 때가 더러 있다.

하지만 없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가장 가까이에서 김해를 안내하는 문화관광해설사로서의 역할을 되새기며,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을 추천하고 알리며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느덧 23년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문화관광해설사로서의 매일이 아직도 즐겁다. 나는 오늘도 반가운 얼굴로 관광객을 맞이 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작성일. 2023. 0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