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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장유누리길과 문화예술
잘 만든 둘레길, 문화예술인을 살찌운다
글.박동필 국제신문 기자

바야흐로 둘레길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스페인에 있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에서 영감을 얻은 ‘제주 올레길’이 2007년 9월 제1코스를 시작으로 현재 21개 코스로 연장 됐다. 장장 420㎞에 달하는 길이다.

둘레길 걷기 열풍을 소재로 한 서적 출판도 붐을 이룬 지 오래다. 등산과는 달리 신체적 부담이 덜한 까닭인지 걷기의 매력을 명상과 사색의 시간으로 연결 짓기도 한다. 실제로 독일 하이델베르크에는 ‘철학자의 길’이 있다. 19세기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쳤던 헤겔, 야스퍼스, 하이데거와 대문호인 괴테 등이 이 길을 걸으면서 사색에 잠겼다고 한다.

‘제주 올레길’이 성공한 뒤, 약속이나 한 듯 전국에 둘레길이 조성되고 걷기 열풍이 뜨거워졌다. 유명 둘레길 하나없는 지자체는 주민들로부터 핀잔을 듣는 세상이다. 부산에는 300㎞에 이르는 ‘갈맷길’이 있다. 2019년 한 해 4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을 정도로 성공했다. 또한 경북청송군과 강원 영월군을 잇는 244㎞의 ‘외씨버선길’은 4색(色)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김해시에도 2021년 13.5㎞의 ‘장유누리길’이 생겼다. 장유누리길 조성 사업이 시작된 것은 장유3동의 ‘율하카페거리’와 장유1동 ‘대청천길’이 별도로 떨어져 있어 이를 연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두 길이 각기 떨어져 있는 채로 카페나 식당이 밀집 조성되자 점차탐방객이 줄고 임대료가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해답은 양쪽의 둘레길을 연결해 외부 관광객을 불러오는 것이었다. 1박 이상의 체류형 관광지가 되면 탐방객이 지갑을 열게 되고 이는 상인을 살리게 되는 셈이다. 필자가 소속된 국제신문이 2021년부터 매년 4월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춰 이곳에서 둘레길 축제를 열어왔는데, 길이 연결 된 후 2022년 4월에 열린 제3회 축제에는 1,600여 명이 찾았다. 방문객 중 40%는 김해에서 왔으며 나머지 60%중 40%는 부산, 10%는 창원, 그리고 그 외 지역에서 10%가 찾았다. 코로나 시기여서 표본은 적었지만 외지인이 60%에 달해 가능성을 보여줬다.

관광객이 찾아오면 상인뿐 아니라 지역 예술인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장유누리길 주변에는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찾아 화가나 공예인, 시인 등이 오래전부터 하나둘 모여들면서 새로운 창작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장유예술촌, 김해공방마을, 남명아트홀과 곧 문을 열 복합문화공간인 언엔드(UNEND)가 들어서 있다. 또한 크고 작은 갤러리에서 지역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행사가 끊이지 않고 있고, 버스킹과 같은 야외 공연이나 시낭송회도 열린다.

이처럼 둘레길을 걸으며 공연을 보거나 도자기를 만들고, 플리마켓에 참가하는 등의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제공하는 ‘새로운 걷기문화’는 탐방객들을 매료할 것이다. 이렇게 찾아온 탐방객들이 공연 티켓이나 화가의 작품을 구매하고, 플리마켓에서 소품을 사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역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누리길 아래쪽에 위치한 무계동에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며 빈 공장 건물을 이용한 ‘예술창작소’와 80년 명맥이 끊어진 막걸리를 제조하는 ‘장유도가’ 등 문화예술시설이 문을 열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한다. ‘장유누리길’은 멋진 자연 생태계와 문화예술인의 활동, 김해시의 도시재생사업 덕으로 문화예술의 메카로 성장 할 수 있는 출발점에 섰다. 지역도 환경을 잘만 활용하면 서울의 인사동, 홍대 못지않은 명소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아니, 그 이상을 넘어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의 명성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감히 말해본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예술인들의 작품 활동이나 행사를 알릴 방법이나, 창작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는 지원책을 시에서 마련했으면 한다.

현재 장유 지역의 호텔 등 숙박시설은 물놀이 시설인 롯데워터파크를 찾는 인파로 인해 여름철에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제 그 역할을 ‘장유누리길’을 찾는 수많은 인파가 대체했으면 한다. 사색을 위해 둘레길을 걸으며, 길모퉁이 카페에서 구매한 커피를 들고 공연을 보거나 갤러리에서 작품 감상을 하는 수많은 탐방객의 방문이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작성일. 2023. 0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