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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해방과 문화예술
김해문화재단 어린이 축제 누리아리를 만들며
글.손경년 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

5월은 어린이 달이다. 1922년, 그러니까 101년 전 방정환선생이 ‘어린이날’을 선포하였고, 1923년에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말에 중단되었다가 1946년에 다시 거론, 5월 1일에서 5월 5일로 날짜가 변경되어 지금의 ‘어린이날’이 되었다.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은 봄날의 따사로움, 봄꽃의 만개가 절정에 이른 시기이며, 전국 어디서든 어린이를 주제로 한, 어린이를 위한 행사와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은 1948년 12월 10일에 30개 조항으로 구성 된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게 된다. 세계인권선언문 중 몇 가지 조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조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자매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제6조 ‘모든 사람은 어디에서나 법 앞에 인간으로서 인정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7조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어떠한 차별도 없이 법의 동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22조 ‘모든 사람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등 인권선언문의 내용의 핵심은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인간이 누리고 지켜야 할 권리가 인권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 1989년 11월 20일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유엔아동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맞춰 우리나라도 1991년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였고, 그동안 4번의 국가보고서 심의를 받았으며, 내년 12월에 협약이행과 관련한 제7차 심의를 위해 국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국제사회가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을 위해, 그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 증진, 실현하기 위해 만든 약속이다. 비준국인 우리나라도 아동인권의 가치가 국가와 지역사회, 학교, 가정 등 일상의 모든 곳에 아동권리에 관한 사항을 적용해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눈여겨봐야 할 내용은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인 아동은 ‘부모의 소유나 미래를 준비하는 존재가 아닌, 지금 현재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존귀하고, 존엄한 존재이며, 권리의 주체자’로 본다.

그런데 방정환 선생이 101년 전 ‘어린이날’을 제정하였고, 100년 전 1923년 5월 1일‘어린이 해방선언’을 발표하였다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다.‘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 할 의무를 진다’는 내용이 명시된 대한민국헌법은 방정환 선생의‘어린이 해방선언’발표보다 무려 25년 뒤인 1948년에 제정되었다. 어린이에 대한 그의 앞선 인권의식과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 그럼에도 지금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어린이 해방이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드는 현실에 대해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어린이해방 100주년’이 되는 올해, 김해문화재단은 매년 5월이 되면 어린이를 위한 행사를 진행해 왔지만, 그동안 문화재단이 해왔던 어린이 프로그램,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 100년 전의 방정환 선생 선언을 중심으로 다시 질문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과거의 미래 세대이자 어린이였던 세상의 모든‘나’들이 어른이 된 지금 존엄한 인간으로서 살고 있는지 되짚어 보고 싶었다. 어른이 된 지금의 우리가 어린이를 ‘완전한 인격’으로서 예우를 하고 있는지,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할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잘 제공하고 있는지, 돌봄이 필요할 때 돌봄을 제공하고 보호가 필요할 때 보호하면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준비되어야 할 것을 제공하고 있는지 촘촘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 여겼다. 세계 최초로 어린이의 입장에서 어린이 해방을 선언한 방정환 선생이 살았던 나라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일단,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함께하는 지구촌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어린이, 어른과 대비하여 작은 몸을 가진 미성숙한 존재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나이만큼의 인격체로서의 어린이, 즉 김해문화재단은 어린이가 성장 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환경을 보충해 주는 행사와 프로그램을 기획,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그동안 관련 팀에서 수행해왔던 어린이 관련 프로그램을 문화재단 전체 사업으로 묶어서 통합적으로 진행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문화예술본부 소속 서부문화센터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서부문화팀에서 통합운영을 진두지휘하고,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과 관광문화본부, 문화도시센터의 사업들의 내용과 방향을 정리, 협력하였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누리아리 어린이 축제’인 것이다.

김해문화재단 5개 본부와 10개 팀은 노리마당, 소리마당, 미래마당, 영화마당, 상상마당, 힐링마당,
표현마당, 알림마당 등 9개의 마당을 구성하여 공연, 전시, 체험, 놀이, 퍼포먼스 등으로
5월 한 달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 힘을 다하여 준비했다.
앞으로 김해문화재단은 이렇게 마음을 다져먹고 시작한
‘누리아리 어린이 축제’를 통해 김해시 미래를 만들어나갈 어린이들에게,
온전한 인격권을 경험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갈 수 있는
디딤돌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어린이였던‘나’들이 어른이 되었다고
어린이의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할 것이며, 100년이 지난 지금도 외침을 주는
‘어린이해방선언’의 의미가 반영·실천되는‘누리아리 어린이 축제’를 만들도록 더더욱 애쓸 것이다.
작성일. 2023. 0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