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지속 가능한 예술은 존재할까?”, “기후위기 시대의 예술가는 어떤 일들을 해야 할까?” 이런 질문들을 안고, 2023년도 시각예술분야 불가사리 프로젝트 지원사업 <김해_미술인_다多모임>의 연계 프로그램 ‘다다익판多多益辦’이 시작됐다. ‘다다익판’은 지난 1월 김해문화의 전당 윤슬미술관에서 열린 워크숍을 시작으로, 오는 4월 말까지 지역 작가와 평론가를 매칭하는 평론 프로그램이다. 김해지역 작가는 김민주, 김은지, 김현진, 박근혜, 박영미, 박지혜, 신용운, 이지헌, 최명희, 최예경 총 10명이다.
다다익판의 첫 번째 워크숍 ‘함께 고민하는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인 화두인 ‘기후위기’에 대한 지역 예술가들의 아이디어와 경험을 공유하고자 전국에서 기후위기를 주제로 활동해 온 시각, 다원예술(공연), 영화 부문 작가 3인을 초청
해 발제를 부탁했다. 기후위기와 지역을 주제로 ‘예술텃밭 예술가 레지던시’에서 활동해 온 연구가이자 예술가인 김지연 작가, ‘마음 씀은 폭력의 해독제’라는 제목 아래 <sf식당>, <감자전스 www.gamjajeons.com>, <렛츠 버딩(Let’s Birding!)>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이성직작가, 영화를 만드는 이하경 작가가 ‘기후위기에 대해 작업한다는 것’을 주제로 참여했다. 워크숍 공간 한쪽에는 세 작가가 그간 해온 기후위기 작업의 일부를 전시했다. 김지연 작가는 화천, 제주, 문경, 울진 등 여러 지역 주민들과 나눈 대화에서 수집한 기후 단어들을 소개하고, 이성직 작가는 <감자전스 www.gamjajeons.com>작업 과정을 담은 사진들을 선별해 보여주었다.
그리고 세 작가가 기후위기 작업을 하는 데 큰 영감을 받은 책을 추천하는 코너도 마련했다. 김지연 작가는 오래전부터 리서치를 통해 알게 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여러 지역민과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풀어내며 ‘지역과 사람’으로 초점을 맞췄다. 우리가 알고 있던 환경 보호 활동이 실제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더불어, 예술가의 상상력과 통찰력 그리고 감수성이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전환을 도울 수 있다는 희망 또한 보았다는 작가의 말에 참가자들의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다음으로 이성직 작가는 흥미로운 프로젝트 <sf식당>을 소개했다. 작가는 제철 음식의 의미가 앞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접한 뒤, 우리나라에서 사라질 식재료와 새롭게 적응 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조사해 새로운 요리를 만들었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 기후위기를 바라보자, 막연함은 사라지고 지금 내 주변과 생활의 변화가 새롭게 다가왔다. 이하경 작가는 창작자이자 현대인으로서 겪어 온 창작에 대한 고민과 기후위기 속 무력감, 우울 등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단편 영화를 보여 주었다. 영화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화, 창작의 고통과 기후위기라는 대주제를 풀어내려는 작가의 노력이 담긴 장면들에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 모습이 겹쳐 보였다. 발제가 끝나고, 마지막 순서인 <생태적 근육 더듬더듬>으로 넘어갔다. 근육을 되살리는 것처럼 생태 감수성 역시 부단한 노력으로 깨우고 키워야 한다는 뜻을 담은 제목이다. 그 의미에 따라 우리는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생태적 감수성을 깨우고,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해 보고자 했다. “생태적 감각, 생태적 기억, 생태적 역량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과 함께 모두가 눈을 감고 연관된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각자 떠올린 단어를 종이에 적어 모은 뒤, 하나씩 뽑아 들고 저마다의 방식대로 쪽지에 쓰인 단어와 30분을 보냈다. 그렇게 기억과 생각을 더듬어나가며, 그 흔적을 글이나 그림으로 남겨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