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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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중심에 놓고 시작하는 도시문화실험실
디자이너가 된 시민들

작가와 디자이너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작가는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예술 행위로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반면에 디자이너는 고객이 요청하는 사항을 듣고 반영해서 제품이나 서비스로 고객에게 만족을 준다.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다. 도시문화실험실은 두 번째, 디자이너의 경우다. 디자이너를 시민(책임연구원)으로 바꾸고, 고객을 시민으로 바꾸어 보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시민(책임연구원)이 또 다른 시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함께 지역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해서 시민들이 만족하는 지역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게 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무수히 많은 논의와 협력이 일어난다. 이런 것을 거버넌스라고 말하기도 하는 것 같다. (거버넌스를 내 식으로 해석하자면 어떤 목표를 참여자들이 함께 세우고,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도시문화실험실’에 관한 명칭에 대해 해석도 분분했다. ‘도대체 도시문화실험실이 무엇이냐?’, ‘일종의 연구실 같은 공간을 지원해준다는 건가?’ 심지어 과학 실험에 쓰는 비커가 필요한지 물어 본 경우 도 있었다. 도시문화실험실… 지역 문제를 문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보는 실험인지, 문화와 관련된 것을 문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실험을 하는 것인지, 다양한 도시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든, 결과적으로 사회적 분위기 자체를 문화적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지 묻는다면 답은 없다. 실험실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 2021년, 도시문화실험실은 책임연구원 19명이 중심이 되어 움직인다. 지역주민들과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해나가는 동네문화실험실 7개(내외동, 장유, 진영, 원도심, 삼방, 대동, 한림)와, 주제를 중심으로 실험하는 도시의제실험실 3개(청년, 고령, 환경)로 구성되어 있다. 각 실험실 별로 함께 활동할 시민연구원도 곧 모집한다.

책임연구원은 지난 7월 24일,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8월부터 본격적인 지역 활동을 시작했다. 코로나 상황인 만큼 비대면 설문 조사를 활용하거나, 지역주민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진행하면서 문제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디자이너의 역할을 맡고 있는 책임연구원은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데, 이 과정이 그리 순탄할 리 없다. 하지만 시민들과 함께 이 과정을 한번 제대로 밟아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패해도 괜찮다. 이 과정이 잘 진행된다면 정말 ‘의미 있는 실패’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도시문화실험실 책임연구원 단톡방에는 “나를 빼고, 지역에 초점을 맞춘다.”라는 이야기가 책임연구원들 간에 계속 오간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이야기 듣고, 지역의 상황을 더 많이 관찰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담당자로서 전하고자 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반대로 시민들이 내게 직접 해줄 때, 그만큼 기쁜 일이 없다. 나도 나를 빼고 시민들에게 초점을 맞추니, 새로운 것이 보인다.

작성일. 2021. 0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