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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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예술로, 예술은 일상으로
김해의 생활문화 현황

‘생활문화’를 이야기하려면 그전에 먼저 삶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삶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일상이다. 인류가 처음 생겨난 때부터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일상의 형태는 바뀌어왔다. 시대를 따라, 문명의 발전을 따라, 역사를 따라, 그 지역의 환경 여건에 따라 인간의 의식주는 끊임없이 변모하며 그들만의 삶의 형태를 만들면서 함께 더불어서 살아오고 있다. 인간 자신의 내면적 바람과 욕망들이 바깥으로 표현되어 가족을 넘어서 공동체를 이루고 같은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지향하며 함께 만들어낸 그 일상의 방식들이 바로 ‘문화’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은, 아주 오래전에 살던 사람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것들을 경험하고 누리면서 살고 있다. 가령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와 모습을 손에 든 휴대폰 하나로 듣고 볼 수 있다든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 공중에서 뛰어내려 낙하산을 펴고 내려온다든지, 아주 큰 망원경으로 어마어마한 거리의 별들을 볼 수 있다든지. 이처럼 인류의 일상은 점점 엄청난 발전과 경험들이 가속화되어 끊임없이 변모하고 있다. 문화를 향유한다,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말은 어떤 뜻일까? 여기에서 문화는 누군가가 주체가 되어 만든 문화적 활동, 즉 노래나 그림, 연극, 춤 등을 보고 느끼며 즐기는 것을 말한다.
그럼 ‘생활문화’는 어떤 뜻일까? 주위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명확히 얘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쉽게 말하자면, 전문인들이 주체로 행해 오던 모든 문화적, 예술적 활동들을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자신의 삶 속으로 가져와 자신들이 주체로 만들어가는 문화적, 예술적 활동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문화’라는 말을 사용한 지는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자발적이면서 순수함을 가지고, 같은 것을 함께 좋아하고, 함께 누리며, 함께 활동하는 모든 행위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것이 정신적인 요소이든, 육체적인 요소이든 혹은 예술적인 것이든, 표현의 방식이든, 삶의 형태이든 이런 유형, 무형의 행위가 개인을 넘어 공동체를 이루어서 함께 영위해온 활동모임들 이 바로 ‘동호회’라고 지칭하는 생활문화단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생활문화의 버팀목이 되어온 ‘생활문화동호회’

정확하게 그 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김해에는 현재 대략 120개 정도의 생활문화동호회들이 활동하고 있다. 파악되지 않은 것까지 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다. 2~3인의 소규모 모임부터 많게는 70~80명으로 이루어진 동호회까지 그 장르나 목적도 다양하다. 음악, 미술, 연극, 춤, 사진, 영상, 음식, 문학, 독서, 공예 그리고 최근에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도 동호회를 구성해서 함께 모임을 꾸려나가고 있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인지 소소하게 몇몇이 모여 작은 활동들로 행복감을 누리는 게 많아졌다. 동호회 성격이 그렇듯이 시시각각 매번 변모한다. 생겼다가 금방 없어지기도 하고, 또 회원 수가 갑자기 늘기도 하고, 금방 줄어버리기도 해서 계속해서 그때그때 구성원들이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활동을 매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고 보존하는 것도 소중한 가치이고 또한 그것이 생활문화의 역사가 된다.

김해 생활문화동호회의 과거와 현재

2017년 4월 1일, 김해 소재 14개의 동호회가 연합하여 ‘김해생활문화연합회’가 출범했다. 그 시작은 2016년 김해생활문화축제에 참여한 동호회를 주축으로 결성되었다. 출범 이후 김해에서 활동하는 생활문화동호회를 위한 포럼, 워크숍, 축제들을 매년 기획하고 진행해 오고 있다.
2016년 이전에 김해의 생활문화동호회들은 각기 개별적인 활동을 펼쳤다. 2016년 후반부터 각기 다르게 개별 활동을 하던 동호회들을 모아 연합회를 구성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고 그 과정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2017년 연합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합회 이름으로 생활문화축제가 이루어졌고, 매년 회차를 거듭하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때를 같이해서 김해문화재단에서도 생활문화동호회를 위한 노력들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노브레이크: 끼’, ‘즐거운 생활’ 등의 사업들이 그것이다. 연합회에 속해있던 대부분의 동호회들도 함께 참여해서 행사를 꾸몄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많은 동호회들이 현재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이는 것 자체가 어려워 모임을 한동안 갖지 못하다 보니 예전보다 활동들이 줄고, 열정 또한 식어가는 실정이다. 2020년 6월, 다행히 ‘다어울림생활문화센터’가 김해에서 최초로 생겨 개관을 했지만, 코로나 상황에 센터이용이 많은 제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대면 행사들은 비대면으로 전환되어 실행되기 시작했고, 이에 발맞추어 연합회는 자체적으로 비대면 공연인 ‘2020 김해 예술동호회 한마당’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예술동호회들의 공연을 영상으로 제작해서 유튜브 채널(김생연TV)에 업로드해서 공유했다. 이제는 동호회도 대면 활동보다는 비대면 활동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동호회 활동, 어떤 금전적인 이득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그 일에 열정을 쏟는다는 것은 그것이 가져다주는 보람과 행복감이 크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생활문화동호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

대다수의 동호회들은 스스로 회비를 내어 단체의 활동과 유지에 필요한 비용들을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지역문화진흥법이 발효되고 정책적 지원이 시작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생겨나기 시작 했다. 지원을 받기 위한 행정적인 절차들과 서류작업들을 대다수의 동호회들은 잘 알지도 못하고 회계, 정산도 서투르기에 외부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개의 동호회를 끼고 활동하는 외부 전문가들도 생겨났다. 문제는 이들과 동호회 실무진들과의 마찰이 빚어지기도 하고, 금전적인 문제가 발생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호회와 지원기관을 이어주는 중간 매개자 즉, 코디네이터를 제안해서 양성과정을 거쳐 현장에 투입하기도 했지만, 사업진행에서 동호회와 마찰을 빚으면서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 가는 경우가 생겨났다. 그리고 지원기관의 사업 진행에서 요구되는 필수 요소들이 동호회 현실과는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 외부 활동들이 늘어나면서 행사 사례비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동호회, 동호회 본래의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사업체처럼 활동하는 동호회들도 생겨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전문예술인들과의 마찰도 생겨나고 이 또한 문화예술계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물론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김해가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고 새롭게 도약하는 이 시점에서 시민이 주체가 되고 시민이 만들어나가는 문화도시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형성해온 생활문화동호회에 대한 문제점들을 깊이 고민해야 하고 이들과 소통하며 함께 잘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들을 생활문화 활동 속에서 얻을 수도 있다. 거리두기에 갇혀버린 요즘, 일상에서 외로움은 바이러스보다 더 큰 고통을 준다. 함께한다는 것이 주는 행복감을 어쩌면 동호회라고 하는 생활문화 모임에서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생활문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작성일. 2021. 0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