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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미술관, 보이지 않는 미술관
전시 「시시각각; 잊다있다」 기획 후기

‘보다’라는 행위는 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감각 활동이다. 그러나 올 상반기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는 보이지 않는 작품들이 등장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을 최소화하며 시각 외의 다른 감각들을 열어두어야 훨씬 잘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지난 4월 2일 열게 된 전시 「시시각각; 잊다있다」는 송예슬 작가의 보이지 않는 조각들을 통해 눈으로 보이는 것들보다 더 많은 것들이 숨어있는 우리 사이의 다양한 차이와 경계에 관한 발견을 이야기하고자 시작된 전시·교육 프로젝트이다.

팬데믹의 도래 이후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 자신을 고립시켰다. 이 물리적, 자발적 고립은 그래도 네트워킹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막지는 못해 SNS, Youtube 등의 활성화에서 나아가 클럽하우스와 같은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이는 보이지 않는 경계로 나누어진 그룹 간의 네트워크를 강화시키고 기술의 사용이 어려운 환경이나 특정 조건을 갖추지 못한 이들을 소외되게 하였다. 그렇게 초연결이라 명명하는 시대의 네트워킹은 모두를 연결하는 것에 실패하고 사회에서 고립된 어떤 이들을 완전히 격리시키고 있다.

본 프로젝트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 위와 같은 문제를 환기하고 소외받지 않는 네트워크를 꿈꾸며 진행되었다.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동등한 조건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통해 시각 중심의 문화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고자 한 것이다. 그렇게 지역 사회와의 보다 적극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하여 프로젝트는 전시에서 나아가 예술적 실천에 가까운 프로그램과 연계된다. ‘미술관에서 그래도 될까요?’라는 미술관에 대해 질문하는 라운드테이블을 시작으로 사회적 기업 대표, 특수학교 교사, 대안공간 큐레이터 등 다양한 전문가의 견해와 참여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이를 반영하여 공공프로젝트 ‘미술관 밖으로’, 지역 시각장애인협회와 협력하여 이루어진 사전 오프닝 워크숍, 지역 초·중·고 및 특수학교 교사들과 함께하는 오프닝 워크숍이 이어졌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기존의 미술관에서 만나는 관람객보다 더 다양한 층위의 관람객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사전 오프닝 워크숍에서 만난 시각장애인분들과 나눈 대화는 ‘앞으로 미술관에서 더 많은 관람객과 함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우리는 ‘보다’라는 행위가 축소될 때 미술관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볼 수 있는지 되묻고자 한다. 잘 보인다는 이유로 스쳐 지나갔던 작품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내가 당연히 보고 느끼는 것들이 다른 이에게도 가능한 일이었는지 작품을 느끼고 참여하며 표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경험 속에서 사회적 연대와 이해의 힘을 느꼈으면 한다. 덧붙여 전시를 방문하기 전, 보이지 않는 작품이 너무 어려울까 고민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잘 보이든 안 보이든 미술관 역시 보려고 하는 만큼 보이는 곳이니까.


작성일. 2021. 0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