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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문화도시 김해, 시간과 경험 그리고 기록의 누적
법정 문화도시라는 장거리 마라톤을 시작하며

김해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추진되는 문화특화지역(문화도시형) 조성사업을 시작으로 2019~2020년 문화도시 예비사업들을 시행해가며 드디어 2021년 ‘오래된 미래를 꿈꾸는 역사문화도시 김해’라는 타이틀로 경남 최초, 가야문화권 최초, 역사전통 중심형 분야 최초 “법정 문화도시”에 선정되었다.

필자 역시 2019년 ‘미래하우스 조성사업’, ‘문화도시포럼 ; 김해문화도시 100인 토론회’, 2020년 ‘오래된 미래, 다-가치 프로젝트 〈사람과 미래〉 ; 김해문화인물 『ㄱ-ㅎ』’, ‘오래된 미래, 다-가치 프로젝트 〈장소와 미래〉 ; 웰컴로 42번길 가치가게, 미래하우스 청년네트워크’ 등에 참여를 해왔기 때문에 2021년 법정 문화도시 지정은 남다른 의미를 가져다준다.

‘실패내성’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실패를 했을 때 그 실패를 견뎌내고 일어서는 힘을 말하는데, 김해의 법정 문화도시 지정은 이‘실패내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실패를 바탕으로 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방안을 강구하여 그것을 행동에 옮겼던,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도전하고 노력한 모든 사람들의 ‘실패내성’이 모여 이루어낸 결과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솔직히 2019년의 예비사업에서는 ‘역사=가야사’에 막막함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지정분야가 역사전통형이었기에 과거 유·무형의 문화유산에 초점을 두고 역사와 전통을 보전해가는 방법, 재해석·재현하는 방법도 당연히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가야사에 대한 지식도 그리 많지 않고, 그와 더불어 현재 김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애(역사)와 유·무형의 경험, 생활방식, 공유되고 있는 가치 등을 포괄하는 문화에도 주목해야 하지 않나라는 의구심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예비사업들은 달랐던 것 같다. 보도기사에서 본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지자체 최종발표회에서 “김해의 문화도시는 ‘시민’을 중심에 두고 역사와 미래의 가치를 담는다”라는 발언에 “그래, 그래~ 맞아!”라고 수긍할 수 있을 만큼 도시문화실험실, 도시미래유산 프로젝트, 와야문화축제, 역사적인 취향일기 등 과거-현재-미래를 ‘시민의견수용’, ‘시민주도’, ‘시민참여’로 기획·실행 했었다고 생각한다.

“시민을 중심에 두고 역사와 미래의 가치를 담는다”라는 말의 ‘역사’를 ‘가야사’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필자 본인에게는 이런 생각을 들게 했다. 몇 년을 타지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었지만, 30년째 김해에서 살고 있으니 나의 10대부터 30대까지의 역사가 김해에 담겨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나 예전 사진들을 볼 때면 “기억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역사가 된다”는 말에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앞으로 진행될 ‘문화도시사업’들에 김해시민들의 소소한 일상들이 차곡차곡 기록될 수 있는, 남을 수 있는, 담을 수 있는 사업이 있었으면 한다. 가야문화권에 속한 지역들의 가야사는 비슷할지 몰라도 김해시민들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김해는 김해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생각해본다면 이것이 훗날 김해가 가지는 도시경쟁력이며, 도시정체성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내 삶의 역사’, ‘내 삶의 이야기’가 담긴 김해』 말이다.

김해가 법정 문화도시가 되었다는 소식에 “김해는 무슨 도시 지정을 그리 많이 받나”라는 반응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사실 김해는 ‘○○도시’, ‘○○시티’가 많긴 하다. 하지만 이것도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본다면 김해라는 도시의 역사 속 일부분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 개인의 우려일 뿐이겠지만,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기 위한 예비사업들을 진행할 때의 노력, 함께한 시간들 그리고 간절했던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본 사업들을 추진함에 있어 ‘시민력’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했으면 한다. 인풋, 아웃 풋에 연연하기보다 ‘시간, 창조, 공감, 가치’를 생각했으면 한다.

역사와 문화는 자판기에 돈을 넣으면 바로 나오는 상품이 아니다. 역사와 문화는 시간과 경험 그리고 기록의 누적이다. “법정 문화도시 김해” 장거리 마라톤을 이제 시작하자!

작성일. 2021. 02. 25